홀로

고립이 구조가 된 사회의 초상

by 채정완
홀로_acrylic on canvas_65.1X90.9_2025.jpg 홀로 Alone, acrylic on canvas, 65.1X90.9, 2026

2026년 현재 한국 사회의 혼인율과 출산율은 장기적 하락의 최저 구간에 머물러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연간 혼인 건수는 과거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합계 출산율은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 특히 결혼과 출산의 중심 연령대였던 30대에서조차 미혼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며, 결혼은 더 이상 보편적인 삶의 단계로 작동하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사회의 최소 단위는 형성되기 이전 단계부터 이미 단절되고 있다.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한국만의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극단적인 경쟁 구조를 경험한 국가들 역시 유사한 경로를 따라왔다. 높은 성과와 효율을 요구하는 사회일수록 개인은 생존과 자기 유지에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하게 되고, 타인과의 관계 형성은 점점 더 부담스러운 선택으로 밀려난다. 경쟁은 사람들을 밀집시켜 놓지만, 동시에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 작품은 이러한 과잉 경쟁 사회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홀로'는 전통적인 결혼사진의 구도를 차용하지만, 화면의 중심에 있는 단 한 명의 인물만이 실체를 가진 채 서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인물의 손에 쥐어진 흰색 마카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나머지 인물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타자가 아니라, 중심인물이 직접 그려낸 이미지들이다. 선으로만 남아 있는 인물들은 관계의 부재이자, 개인에게 남겨진 사회적 결핍의 시각적 표식이다.


이 설정은 개인의 고립이 자발적인 선택이기보다, 사회 구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결과임을 암시한다. 경쟁과 불안 속에서 관계는 하나씩 지워지고, 남겨진 개인은 타인을 상상하고 재현하는 방식으로만 사회와 연결된다. 그가 그려낸 인물들은 결코 함께할 수 없는 존재들이며, 결국 개인의 고립은 외부의 단절이 아니라 내면에서 증폭되는 외로움으로 되돌아온다.


중심인물은 다수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 행위는 관계의 회복이 아니라 결핍의 확인에 가깝다. 실체를 가진 한 사람과 비어 있는 다수의 대비는, 공동체가 사라진 사회에서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감정적 무게를 드러낸다.


'홀로'는 인구 감소라는 결과를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 그 이전 단계에 놓인 구조를 질문한다. 왜 관계의 시작은 이렇게 어려워졌는가, 왜 함께 살아가는 형태는 점점 개인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게 되었는가. 이 작품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개인의 내면 풍경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시도이다. 고립이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구조로 굳어진 사회에서, 이 작업은 그 구조가 개인에게 남기는 감정을 조용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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