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단한 팬케이크를 굽다가 1

부엌을 여행하는 시크한 여자의 살림에 대한 단상

by 정원

우리 집 어린이는 이따금 팬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한다.

나는 팬케이크 하면 괜히 ‘아메리칸’이라는 낱말(절대 ‘미국’으로 대체될 수 없는)이 떠오르고는 하는데, 이 어린이가 어떤 경험과 인생의 경로를 통해 팬케이크 먹기를 원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러하다.


팬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은 아주 간단하다.


1. 웹사이트 검색창에 ‘팬케이크 만들기’라고 친다.

2. 달걀, 우유, 베이킹파우더, 박력분 등 재료를 준비한다.

3. 과정에 따라 재료들을 계량한 뒤 반죽을 만든다.

4. 프라이팬에 굽는다.


더 간단한 방법은 마트에서 핫케이크가루를 사서 달걀, 우유 등을 섞어 반죽을 만들어 굽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도 저렇게 만들어도 다 맛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팬케이크 자체가 아니라 엄마가 팬케이크를 만들 때 이따금 거품기를 건네주며 저어 보라고 하는 제스처며 뜨거우니 불 옆에는 오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말의 따뜻한 온도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리고 또 팬케이크를 만들 때 딸아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구워진 팬케이크를 여러 장 층층이 쌓는 일이다. 이렇게 쌓아도 그 맛이고 저렇게 쌓아도 그 맛이고, 쌓지 않고 한 장씩 먹어도 그 맛이다. 그런데 딸아이는 꼭 층층이 쌓고, 그 사이에 딸기잼이나 생크림을 바르고 맨 꼭대기에는 딸기나 블루베리 혹은 체리 같이 색이 화려한 장식물을 올리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아이는 그 과정을 가장 즐거워하며, 아이에게 있어 그 과정이 없는 팬케이크는 팬케이크가 아니다.


그러니까 딸아이가 “엄마, 팬케이크 먹고 싶어.”라고 말하면,

나는 준비한다.

냉장고와 찬장을 뒤져 재료를 찾아 적당히 배합하여 달콤한 반죽을 만들어서 맛있게 구워 낸 뒤……,

층층이 아름답게 쌓고 강렬한 빛깔의 과일을 얹어 그림책 속에 등장할 법한 예쁜 팬케이크를 만들 준비를 한다. 그런 준비를 하는 것이다.

팬케이크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지만, 그 아이가 원하는 섬세한 모습을 완성하는 것은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당신에게 오늘 하루도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걸어 왔을 것이다. 그 가운데 당신이 함의를 찾고 싶은, 찾아서 이해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혹시 있는가.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의외로 복잡한 그런 일을 아무 고민 없이 매번 저지르게 만드는, 무얼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 하나쯤 있어서 어쩌다 하루 몇 시간은 팬케이크를 장식하는 딸아이의 조잘거림을 듣는 그 시간처럼 행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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