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니 데이 인 뉴욕> 2018
우디 앨런이 촬영하는 영화에는 주로 예술을 사랑하는 지성인들의 연애와 도시의 낭만이 담겨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감독은 남녀의 로맨스와 뉴욕의 낭만적인 장면들을 담았다. 뉴욕의 낭만은 무엇일까. 영화에는, 도로를 누비는 노란 택시들, 마차가 있는 센트럴 파크, 100년도 넘은 건물과 네온사인들, 그리고 비가 내리는 뉴욕이 등장한다.
우디 앨런은 배우들에게 도전 의식을 심어주듯, 영화의 초반부터 티모시 살라메와 엘르 페닝이 교정을 거닐며 원테이크로 3분 동안 쉬지도 않고 서로 대사를 주고받게 한다. 티모시 살라메는 <애니 홀>, <맨해튼>, <맨해튼 미스터리>에 출현하는 우디 앨런에 빙의돼듯, 모든 것에 불만이 가득 차지만, 그런대로 자기 삶을 꾸려가는 짖꿋은 로맨티스트로 열연한다. 엘르 페닝 역시 명랑하고 들떠있는 다이앤 키튼처럼, 호기심과 긴장감을 넘나들며, 쉴 새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떠들어댄다. 감독이 지시한 건지, 아니면 이 원테이크가 주는 긴장감인 건지, 꽃미남 티모시 살라메와 우디 앨런의 모습이 겹쳐 보이다니.
개츠비와 애슐리는 뉴욕 외곽의 야들리 대학을 다닌다. 애슐리는 개츠비에게 완벽한 여자 친구다. 그가 묘사하길, 그녀는 명랑하고 귀여운데, 똑똑하면서, 섹시함까지 겸비한 여성이다.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그가 꿈꾸는 낭만적인 것들에 어울리는 외모의 여성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외곽을 벗어나 맨해튼에 가기로 한다. 교내 기자인 예술리가 영화감독 롤란 폴라드의 인터뷰를 취재하고 나면 인터뷰가 끝나는 대로 둘은 낭만적인 데이트를 할 것이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애슐리는 개츠비를 뒷전으로 한채, 인터뷰가 끝나고도 유명한 감독, 스크립터, 배우 들을 만나며 애슐리의 맨해튼을 즐긴다.
개츠비도 여자 친구를 기다리며, 우연히, 영화를 만드는 친구의 단역으로 출현하게 된다. 그런데, 상대 배역이 전 여자 친구의 여동생 에이미다. 예전처럼 서로에게 장난치듯, 투닥거리지만, 에이미에게 개츠비가 바라보는 맨해튼을 자신도 좋아했다는 고백을 듣는다. 반면, 3명의 남성들은 애슐리와 밤을 함께 하기 위해 열심히 구애하고, 애슐리는 결국 배우와의 하룻밤을 보내기로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맨해튼의 밤이 애슐리의 바람을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는 개츠비가 혼자 거리를 누비던 중, 자신처럼 맨해튼을 사랑하는 여성과 비 내리는 공원의 시계탑 아래서 낭만적인 키스를 하며 끝난다.
우디 앨런의 영화에는 남자 배우의 이상적인 여성들이 극 초반에 자주 등장한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애슐리, <미드 나잇 인 패리스>에서 오웬 웰스의 섹시한 약혼자, <로마위드 러브>의 모니카 처럼, 불같은 화학반응이 식으면서, 자신의 삶에 방향까지 바뀐다. 결국은, 각자가 추구하는 것들에 동의하지 않는 횟수가 많아지게 되면서, 남자 배우는 인생의 뮤즈와 헤어지고, 나에게 진정한 연인은 누구라는 것을 알게됨과 동시에 자신의 방황하는 인생 선로에도 안정이 찾아온다.
나도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으려고 필사적일지도 모르겠다.
로맨스 이야기 외에도, 사회적 관습 속에서 불만을 가득 담은 배우들을 통해, '나는 깨어있는 사람이다'라고 계속 전달하는 우디 앨런 특유의 신랄한 유머가 내가 우디 앨런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다. 우디 앨런이 사랑하는 뉴욕을 느끼고 싶다면,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추천한다.
Chet baker의 everything happens to me 피아노 연주가 영화를 보는 내내 내 귀를 간지럽혀서, 여기에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