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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Feb 26. 2021

나는 사랑과 시간과 죽음을 만났다.

감독 데이비드 프랭클, 모든 것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사랑과 시간과 죽음을 만났다.> 왼쪽 에드워드 노튼 오른쪽 윌 스미스

    윌 스미스는 전도유망, 현명한, 카리스마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CEO였다. 2년 전, 딸의 죽음 이후로, 사랑과 기쁨으로 충만했던 윌의 삶은 무너졌다. 숨을 쉬는 것이 힘들고, 음식을 넘기는 것이 힘들고,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힘들다. 6개월 전부터 윌은 회사에 출근만 할 뿐, 옛날, 프로젝트로 활기찼던 책상 위에 종일 도미노만 쌓다가, 퇴근한다. 세상과 연결을 끊고, 밤마다 미친 사람처럼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길 한가운데로  자전거를 탄다. 하지만, 신은 너의 차례가 아직 안 왔다는 듯, 차들은 경적을 울리며 윌을 피해만 갈 뿐이다. 

<나는 사랑과 시간과 죽음을 맞이하였다.> 회사 임원 마이클 페나, 에드워드, 케이트 윈슬렛과 흥신소 1인 기업 할머니.

세상을 연명해가는 윌을 보고만 있을 수 없던 윌의 오랜 친구들이자 회사의 임원들은, 회사의 존폐위기로, 윌을 현실 속에 끌고 들어와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마주한다. 에드워드 노튼은 치매가 걸린 모친과 대화를 나누던 중, 묘안을 생각해 낸다. 윌을 현실오 돌아오게 할 수 있는 묘안! 극 중 에드워드 노튼의 태도나 전력을 본다면, 이런 재미있는 묘안을 생각해낸 것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오직 이 계획에 참여한 사람들의 간절함이 만들어낸 묘안이라고 해두자. 나도 이 말도 안 되는 계획에 참여하고 싶어져 순간 두근거렸다.

제이콥 라티모어와 윌 스미스

     제이콥 라티모어는 <시간>을 대표하는 인물로 극 중에 등장한다. 그는 시간은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것보다 환상적인 것이며, 아인슈타인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라고 말한다. 시간은 아침, 오후, 저녁처럼 일직선으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운명은 사실 정해져 있고,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는 훗날의 나를 위함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정해져 있다. 그러니 이제는 투정을 그만 부리고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고 재촉하는 것일까. <시간>인 제이콥은 애도의 시간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윌에게 싸움을 건다.


제이콥의 생각은 아인슈타인이 말한  4차원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4차원 이론을 본다면,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는 듯하다. 마치 운명론처럼. 이에, 아인슈타인과 친하지 않은 학자들이 양자역학의 이중 슬릿 실험으로 아인슈타인 4차원 이론의 맹점(?)을 보완(?)하였다. 이를 추론컨데, 우리가 이 4차원에 대한 이해를 갖고, 우리의 인생을 관조하고 관측한다면, 정해진 나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인셉션>, <테넷>, <컨텍트> , <인터스텔라> 등 수많은 명작의 감독들은 이 4차원 이론 그리고 양자역학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었다.*양자역학과 4차원 이론에 대한 제 의견은 지극히 개인적임을 알려드립니다. 정말 어려운 이론을 대담하게 언급하였지만, 전공자가 아니기에 영화를 재미있게 관람할 정도의 견해일 것 같아요.*


스무 살도 채 안돼 보이는 이 어린 남자는 정말 <시간> 그 자체였다.


예술과 인문학 덕후로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우연치 않게도 아인슈타인의 4차원 이론에 기반하는 바람에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정도의 얕은 지식(짐작)밖에 없지만,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구독자님들은 과학 유투버 채널 또는 <테넷> 영화 리뷰 추천드립니다!  

윌 스미스와 키이라 나이틀리

키이라 나이틀리는 이 영화에서 <사랑>으로 등장한다. 딸아이의 웃음 속에 있던 사랑에게 배신당한 윌은 나탈리를 비난하고 울분을 토하며 그녀를 몰아세우는데, 그녀는 말한다. 사랑은 어둠이자 빛이며, 햇살이자, 폭풍이며, 기쁨이자 고통이며, 사랑은 모든 것에 있고, 모든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윌의 고통 속에도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한다. 영화의 말무리에 숭고한 반전도 있고, 아직 미처 이야기하지 않은 <죽음>과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사랑과 시간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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