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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Nov 08. 2017

왜 우리는 히스레저를 애도하는가.

<아이 엠  히스 레저, 2017>

<브로크백 마운틴>의 애니스 델마 역부터,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마지막으로 히스 레저를 알게 되었다. 2008년 히스 레저가 사망할 당시, 나는 20대 초반의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천진한 여자아이였기 때문에, 온 세상이 눈물을 흘리는 히스 레저의 죽음에 대해, 큰 동요를 느끼지 못했다. 개인의 영달을 누려보고 세상을 떠난 배우가 부럽기만 했다. 배우 잭 니콜슨은 1989년도에 조커 역할을 한 뒤, 전설이 된 배우다. 극 중 몰입으로 인하여, 히스 레저와 같이 처방받아온 약들을 혼합 복용 했던 그는 유명을 달리할 뻔했던 일화를 전하며 히스 레저를 애도했었다. 그렇게, 혼합 복용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히스 레저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2016년 7월 28일 호주 매체 뉴스닷컴은 히스 레저의 아버지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누나 케이트가 히스 레저에게 약물을 혼합 복용을 하지 말라고 애원해 왔었고, 히스 레저가 그런 누나에게 "케이티 난 괜찮을 거야"라는 대화가 있었다는 것을 밝혔다. 그의 죽음에 대한 루머가 다시 모호해지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아이 엠 히스 레저>는 히스 레저의 죽음과 관련된 화제에서 벗어나 그의 재기 넘치는 성격과 삶에 초점을 두었다.


There were various rumors about the dark knight being this role where he spiraled downward and scattered him forever. It was completely the opppsit. 어두운 루머와는 달리, 히스는 밝은 사람이었다.-<아이 엠 히스 레저, 2017>


재기넘쳤던 히스레저.

그가 어린 시절부터 얼마나 유쾌하고 독특한 사람이었는지 보여주며 영화가 시작된다. 히스는 17살에 자퇴한 뒤, 친한 친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기다려, 고향을 떠나 수도 Sydney에서 배우의 길을 시작한다. 친구는 히스의 매니저가 된다. 배우의 길로 입문한 히스는 큰 저택에 거주하며 그곳을 연예계의 모든 사람들이 밤낮없이 오고 가는 장소로 만들었다. 그의 집은 언제나 호기심과 영감으로 가득 채워졌고 히스가 영화 촬영을 위해 떠난 빈 집에도 사람들이 오고가며, 재능을 교류하였다. 얼마나 사람들한테 친절하고 유쾌했었는지, 사진과 음악에 얼마나 조애가 깊었는지에 대해서 전반부터 중반부가 그려지고, 히스 레저의 가족과 그의 고향 친구들은 영화관계자들만큼의 많은 빈도수로 출현되며 유쾌했던 그를 회상한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히스레저.

필자가 지향하는 인물중심의 다큐멘터리.

세 개의 다큐멘터리를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다. 퍼포먼스 아티스트 Ray Johnson 의 <How to draw a bunny>, 사진가 Robert Doisneau의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패션 디자이너 Yves Saint Laurent의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다. 레이 존슨(Ray Johnson)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예술가였다. 삶의 일부로서 그만의 wacky 한 방식과 함께 죽음을 받아들였던 예술가이며,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이 그의 철학들을 덤덤하게 회상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던 다큐멘터리다. 사진가 로베르토 두아노(Robert Doisneau)는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사진가였다. 사진과 동시에 가족에 대한 헌신과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으며, 젊고 에너지 넘치는 어린 작가들과도 허물없는 협동 작업을 통해 책을 출판하곤 하였다. 후대와의 끈끈한 연대감을 통하여 그의 가족과 젊은 친구들이 그의 발자취를 세심하게 보관하고 기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은 예술작업들과 여인의 아름다움을 애찬 한 디자이너다. 그의 뮤즈가 되는 모델들과 여행을 다니며 늘 자신의 곁에 영감의 소재를 두었고 그의 초창기 사업 파트너이자 연인이었던 피에르 베르제 (Pierre Berge)가 중심이 되어 그를 기억한다. 이 세 개의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그 사람의 전공분야를 주제로 그들의 어린 시절부터 젊은 시절, 그리고 죽기 전까지 그들의 일과 삶을 조명한다. 그래서 그들의 삶을 본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기대감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둘째, 주인공의 깊은 내면세계까지 잘 이해하고 있는 까까운 사람 혹은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그들을 회상한다. 셋째, 그들의 작업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던 요소를 부주제 형식으로 진행시킨다. 히스 레저의 <아이 엠 히스 레저>는 이 세 다큐멘터리와 거리가 있다. 배우로서의 직업이 오히려 부수적으로 설명되어있고, 대중이 모르는 그의 연출 활동들이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배우로서, 전 부인으로서, 그를 이해했던  미셸 윌리엄스는 등장하지 않는다.


It was really a hidden secret to the degree that heath was on the path to becoming a director. 히스 레저는 비밀리에, 감독을 꿈꾸는 사람이었다.-<아이 엠 히스 레저, 2017>


히스레저의 완벽주의.

히스 레저가 비밀스럽게 작업해 온 영상이 보여지며 중반부가 그려진다. 히스 레저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는 건물을 임대해놓고 헬멧을 쓰고 건물의 뒷문으로 출입하며 자신의 연출작업을 철저히 숨겨왔다. 조커역할을 위해, 독방에 자신을 가두고 캐릭터가 완성된 뒤에 한 명의 친구에게 솔로연기를 보여준 만큼,히스레저는 연출가로서 준비된 자신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다.


<다크 나이트>의 히스레저.

그를 공감해 본다.

히스 레저의 다양한 영상일기들이 영화 곳곳에 담겨져 있다. 그중에 계속 시선이 가는 촬영 방법이 있었다. 프레임의 한 중심에 얼굴을 위치시키고 놀이터에 있는 뱅뱅이 기구를 타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도는 장면들이다. 카메라 렌즈에 고정된 히스의 눈동자를 주위로 세상이 회오리치듯 움직인다. 히스의 고독과 슬픔을 피상적으로 다루고 후반부를 급하게 마무리한 영화로부터 생겼던 갈증 때문인지, 집에 돌아와 영화 속 히스와 같이 카메라를 들고 회전해 보았다. (미술치료에서는 대상자의 그림이 이해되지 않으면 대상자가 그렸던 그림을 모작하여 대상자의 심리상태를 공감해본다.) 그렇게 알게 되었다. 신이 난다. 시끄러웠던 생각이 배경 속으로 사라지고 무거웠던 생각과 몸이 공기처럼 가벼워진다. 다만, 회전을 멈추자마자, 지독한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두 개의 영역 사이의 극단적 간극을 느끼며, 매스꺼움이 가실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 간극이 채워졌더라면, 그는 과연 지금쯤, 어떤 배우가 되어있었을까.


내가 다니던 대학에는 남성 동성애자분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친구가되어 가족, 영화이야기, 그리고 동성애자로서의 아픔 등에 대해 종종 대화를 나누곤 했었다. 한 친구가 <브로크백 마운틴>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영화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틀어놓고 같이 일어나고 잠이 드는 영화라고 말했다. 히스레저는 개인의 영달로 그칠 수 있었던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버티게 해주었던 배우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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