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정원아 잘했어. 엄마는 네가 전화가 없길래 잘 안 된 건가 싶고 전화하면 어떨까 싶어서 계속 하느님께 기도만 드리고 있었어. “
엄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급기야는 눈물도 흘리시는 거 같았다. 대학원 면접이 오후 3시쯤에 있어서 면접이 끝나자마 전화를 드렸는데 엄마가 아침부터 계속 속을 태우셨던 것 같다.
대학원을 위해 오랫동안 누구보다 애썼다는 걸 알아서인지 엄마는 나만큼 간절했다. 이미 한 군데 면접을 보긴 했지만 두 번째 면접 학교의 지원자 수를 보고 그 숫자에 기가 눌려버렸다.
엄마가 다들 경기 안 좋다 해도 대학원 오는 거 보면 아직 살만한가 보다. 특유의 전라도 유머를 남겼다. 지원자 수에 사기가 많이 떨어졌지만 눈 떠 있는 시간에 언제나 예상 질문들을 입으로 되뇌었다. 나중에 입시가 다 끝나고 준비한 문서종이들을 버리려고 보니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 몸무게 정도 되는 기분이 들었다.
2시 50분 입장인데 시간은 3시 10분이 넘어갔다. 화면만 바라보며 넋 놓고 있는데 갑자기 주임교수님과 Y교수님이 갑자기 화면에 등장하셨다. 주임교수님은 속독으로 내 서류를 계속 보시며 영어와 한국어로 번갈아가며 질문하셨다. Y 교수님은 인자한 미소로 여러 질문을 해 주셨다. 이유는 뭐르지만 긴장해야 마땅한 상황이 편하다 못해 삼촌 두 명과 얘기하는 기분이었다. 더는 풀어지면 안 될 것 같아, 단어선택에 애를 썼다.
역시 왜 미술에서 영어로 전향하냐는 질문에 미술은 자신에게 집중하는 작업인데 영어는 소통을 위한 공부이고 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그렇게 또 한참 내 서류를 보시더니 들어오면 공부 열심히 하세요~라는 말을 듣고 인터뷰를 마쳤다. 합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