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뭐예요?

Ray Johnson ,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저.

by 정원


미술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곤 했다. 순수미술 학부 재학 당시, 나는 무대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동료들의 작업을 흥미롭게 감상하면서도, 무엇을 위해 저렇게 밤낮없이 톱질을 하고, 퍼포먼스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곤 했다. 평생 전시만을 목적으로 저렇게 하는 것인가? 순수미술작업이 삶에 궁극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듯 모를 듯, 나를 답답하게 했다. 당시, 나에게 있어서, 미술작업은 무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발판이자 과정이었다. 그런데, 순수하게 회화 작가가 되려 하는 동료들은 자신이 왜 미술작업을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그들 자신조차 잘 알지 못한 채, 20대의 모든 열정을 발산하고 있었다.


"기타루는 아마 뭔가를 진지하게 찾고 있는 걸 거야."나는 말을 이었다.-그래서 여러 가지 것들을 주위에 맞춰 앞으로 척척 끌고 나갈 수가 없어. 무엇을 찾고 있는지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면서, 그 무엇을 찾아다닌다는 건 몹시 어려운 작업일 테니까." <에스터 데이>-<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저.
인간이 그렇게 세세한 핀포인트 수준에서 행동하지는 않으니까. <드라이브 마이카>-<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저.


미술이 인간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것인가? 이 궁금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만 갔다. 어느 날, 내 군것 짓을 몰래 드시고 나타난 교수님이 나를 향해 웃고 계셨다. 무언가 당돌한 질문을 해도 좋은 타이밍 같았다. “What is the fine art?" 선생님은 내 손을 잡고 미소를 지었다."Fine art is everything and everywhere." 그 당시엔, 무책임한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약간은 실망한 얼굴로 선생님을 바라봤다. 왜 그땐 몰랐을까. 더할 나위 없이 명쾌한 대답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끝없이 길을 돌아가고 있어. <에스터 데이>-<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저.


Ray Johnson(October 16, 1927 – January 13, 1995) 레이 존슨이라는 아티스트를 주목하고 싶다. 교양과목 수업시간에 처음 접했던 레이 존슨은 나에게 미술에 온전히 인생을 다 바친 정신 나간 예술가 느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이 작가의 예찬론자가 돼가고 있다. 순수미술이 무엇이냐고 묻는 후배들이나 지인이 있으면 나는 <How to Draw a Bunny> 다큐멘터리 영상을 권해준다.



Ray_Newspaper_Silhouette.jpg Ray Johnson Newspaper Silhouette

<How to Draw a Bunny>는 Ray Johnson 의 지인들이 그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다. 영상 중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레이 존슨의 친구가 그의 콜라주 작업을 할인해서 사길 원했다. 레이 존슨은 마지못해 알겠다고 대답했고 지인이 할인해서 사고 싶은 가격만큼 작업을 절단해서 택배로 보내줬다. 지인은, 예상치 못했던 우편물을 뜯어보고 만감이 교차했다며, 그를 회상한다. 그때, 레이는 자신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고, 그것은 돈으로도 지불할 수 없는 교훈이었다며, 반즘 감긴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한다.


https://youtu.be/MFPo01 Dy7 ZY <How to draw a Bunny>의 부분 편집본.


그의 생은 마을 해변가에서 자살로 마감되었는데, 마을의 보완관이 목격하길, "레이 존슨의 집에 처음으로 도착했을 때, 그의 모든 작품들은 질서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마치 작은 갤러리를 연상시키듯." 무엇보다 보안관이 가장 놀랐던 점은, 2 층 다락방으로 올라가 문을 열자, 1 미터 정도 되는 크기의 레이 존슨의 초상화가 보완관을 응시한 채로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개개인마다 다른 해석으로 다가올 것 같다. 나로서는, 일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죽음이라는 명제가, 이 작가에게는 다른 시각으로 수용되어져 있었던 것 같다.


미술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양하다. 삶에 대한 가치관도 저마다 다양하다. 나는 이렇게 미술을 정의한다. Art is to visualize philosophy. 철학자가 글로서 인생을 논하듯, 미술가는 시각적인 작업을 통해 삶을 논한다. 레이 존슨은 자신만의 작업방식으로 삶을 철학했다고 생각한다. 알듯 모를 듯 잡히지 않았던, 궁금함들이 점점 윤곽을 드러낸다.


하지만 돌아온 곳은 정확하게는 이전과 똑같은 장소가 아니다. <드라이브 마이카>-<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저.


Artist Jung One Kim. 2016. <Beauty and Death> Scen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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