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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Jul 13. 2017

감독이 그리는 인물.

영화 <옥자 2017> 세밀한 인물 묘사, 양가적인 감정.  


봉준호 감독님의 <옥자>가 개봉했다. 나는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한다. 자칫 우리가 지나 칠 수 있는 사회문제를 영화를 통해서 재조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실감을 반영한 인물들의 심리를 신랄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내면세계까지 세밀하게 설계된 주조연급 인물들은 극을 더욱 짜임새 있게 만드는데, 감독님은 여기서 양가적인 심리묘사를 십 분 발휘한다.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 속에서 순응하면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사회가 정해놓은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큰 대립구도로 나누어진다. 배우들은 이 대립구도 안에서 저마다의 소리를 내며 활발하게 움직인다.


미란도 회사는 유전자 조작에 성공하여, 친환경적인 슈퍼돼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26마리의 새끼돼지를 엄선하여 세계 각국의 축산농민들에게 한 마리씩 분양한다. 10년 후, 미란도 회사는 성년이 된 돼지들을 도축하기 위해, 뉴욕으로 회수한다. 한국으로 분양된 돼지, <옥자> 또한 데려가자,  10년 동안 옥자와 자매처럼 지낸 축산농민의 손녀인 미자는 이에 수긍하지 못하고,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동물 애호단체 ALF(Animal liberation Front)의 도움을 받아 미란도 회사와 맞서게 된다.


<루시> 출처. NETFLIX



루시는 미란도 회사를 운영하는 CEO다. 어렸을 때부터, 쌍둥이 언니, 낸시에게 항상 열등감을 느껴 온 인물이다. 그래서 과학과 자연의 융합이라는 큰 이념을 위해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만들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지만, 루시에게 슈퍼돼지 프로젝트는 언니를 이기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리고 실상, 회사는 낸시가 심어놓은 비서에 의해 꼭두각시처럼 운영된다.


미자의 할아버지는 미란도 회사로부터 옥자를 분양받는 축산농민이다.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에 순응하는 근면하고 힘없는 소시민이다. 손녀 미자를 아끼는 것 만큼 돈에 대한 애착도 크다. 그 외의 것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관심을 갖기엔 당장의 고단한 현실이 보이기 때문이다.


동물 애호단체의 수장 제이는 겉보기에는 신사적이지만 자기합리화를 잘 하는 인물이다. 동물 애호단체의 40년 전통을 엄격하게 준수하려는 듯 보이지만, 사실, 엄격하지 않다. 일이 틀어져, 죄책감이 들면, 팀원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킨다. 비폭력을 주장하며, 학대당하는 동물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단체의 수장이지만, 결국, 급박한 상황 속에서는, 동물이 인간보다 존엄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어찌 되었던 제이는 동물의 권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한 집단의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사회 시스템은 그에게 통하지 않는다.


<제이> 출처. NETFLIX


극 중 동물 애호단체 연합회 팀원으로 등장하는 Steven Yeon은 말한다. "봉준호 감독은 큰 그림과 세밀함을 동시에 볼 줄 아는 감독이다." 그의 예민한 인물 묘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한다. 주연부터 단역까지. 하나도 놓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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