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원 오픈한 지 1년 9개월.

풍미가 있는 피드백

by 정원

활동사진들과 함께 아이의 작업 특성에 대해서 다달이 간단한 피드백을 드린다.


야무지다. 습득력이 좋다. 상상력이 좋다. 색채감각이 좋다. 입체감각이 좋다. 스토리텔링이 좋다. 연상 작업을 좋아한다. 동력이 움직이는 기계적인 것을 좋아한다. 그밖에 어떤 소재에 집중하는지, 어떤 속도로 하는지,에 대해 과장 없이 전달해드리는 편이다.

12살 언니 그림.


세세한 사항은 전달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아무리 미술활동을 좋아해도 작업에 있어 긴장감을 가질 수 있고, 신체적 기능이 초등학생 언니 오빠만큼 원활하지 않아서 여러 가지 애로사항들이 속속들이 있기 때문에 물어보시기 전까지 굳이 말씀드리지 않는다. 아이이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시간이 해결해 줄일인데 괜히 걱정을 하실까여서이다.


이런 사항에 대해서 세세하게 전달드리는 교육자분들도 계시는데, 결과적으로 부모님이 의존적으로 교육자에게 기대게 된 거나, 그런 피드백 자체에서 부담을 느끼시는 학부모님 분들도 계신다. 아마 이 부분에선 운영자마다의 호불호가 있지 않을까 한다.


지난날 돌이켜보면, 훌륭한 사람이 돼야지. 유명해져야지. 너는 최고야 이런 부담되는 표현법이나 감탄사가 지배적이던 교육환경에 자라온 80년대생인 나는....


유분기 뺀 건조한 피드백에 대한 믿음이 있다. 실제로 이 친구가 어떤 방면으로 성장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만 언급해주는 것이다. 거품 없는 피드백. 그럼 학생은 자신이 어떤 소재에 끌리는지, 어떤 색감에 끌리는지, 어떤 표현법에, 어떤 속도에, 적합한지 생각해 보게 된다.


훌륭한 사람이 되거나 유명해진다거나 하는 것은.. 차근차근 길을 걸어가다 보니 어? 유명해져 버렸네? 이런 인터뷰 글들을 많이 접해서일까. 작은 일과와 습관의 존귀함을 우리 학생들이 알았음 한다. 성장 글에 관심이 많은 나는 20대의 이른 나이에 전문가가 되어 유명해진 사람을 본다면 아주 일찍 어린 나이부터 그 길에 발을 들여놓은 것을 알게 됐기에, 어느 길이든 지름길은 없는 것 같다. 단지, 누가 먼저 시작했고 꾸준히 했느냐가 관건이지 않을까.

원데이로 뚝딱 7세 미로찾기와 라이트볼.

시작했는데 막상 그 길이 아니라면 어떡하나요. 다른 길로 향하면 된다. 일찍 시작했으니 다른 길을 선택할 때 부담도 적을 것이다.


개인의 성향에 맞는 속도나 수업방식이 무엇일까 고만하다 보니 미술치료 자격증, 엠비티아이, 애니어그램, 애니어그램에 따른 교육법에 관한 영상이나 도서를 보는 편이다.


재능이 특출 나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재능은 발현되기 힘들기 때문에, 재능은 단지, 출발선에서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가 재능이 있어요.라는 칭찬보단, 습득력이 빨라요. 색채 감각이 좋아요. 입체적인 작업을 좋아하고 만들기 과정 중 능동적으로 결함을 잘 해결해요.


노트북이, 초전등, 4층집 7세.

아이가 엄마 나 이거 어때? 하면 네 생각은 어때? 네가 좋으면 됐어. 이렇게 덤덤하게 반응해주는 것이 좋다는 아동정신과 의사의 말을 매체에서 보았는데 이 말에 무척 공감한다.


창작물을 완성한 친구에게 칭찬은 많이 해주되, 너의 창작물이니 양육자나 교육자의 생각보다 자신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담을 오신 초등학교 고학년 어머님께서, 어렸을 때 시간 많을 때, 미술 시켜줄걸, 창의력이 부족한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보니, 필요성을 알겠다.


형제를 두시는 어머님은 큰아이는 어렸을 때, 미술을 시켜서 그런지, 어느 방면이든 잘하든 못하든 자신감이 있는데, 이번에 초등학교 입학한 둘째가 걱정이다.


공교육에서도 이젠 창작활동을 많이 지원하는 분위기다. 팀별 과제 등,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거나 자신의 역할을 잘 찾아가는 친구들은 아무래도 어렸을 때 창작활동에 거부감이 없고 자신의 속도와 역량을 체득했던 친구들이다.

암호가있는 보석함 11세.

코로나로 인해 여름 전시를 하지 못하였더니, 첫 상담 이후, 부모님들과의 소통이 부족했을까. 아이의 미래를 위해 나의 덤덤한 피드백 탓이었을까.


‘창의력’에 관한 질문을 종종 듣게 되었다. 미술작업은 창의력을 키운다. 우뇌 활동에 좋다. 소근육 단련에 좋다. 미술을 하면 창의력이 길러진다는 말은 너는 최고야 라는 말처럼 불투명하다. 어떻게 창의력이 길러지는 것이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봉준호 감독, 마틴 스콜세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업의 정석 등을 인용하여 창의력에 관한 글을 학원 인스타그램에 남겼다.


좀 더 자세한 피드백을 종종 드려야겠다. 형용사 하나만 더 넣어도 건조한 피드백에 풍미가 담기고, 장문의 글에 진심이 전해질 테니, 인스타그램에 못다 한 이야기들을 종종 올려야겠다.


하나씩 또 배워간다.

가을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