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원칙
운영자의 교육관에 따라 규칙이 생긴다. 규칙이 확고하게 자리잡기까지, 일 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수업 성격, 강의실 크기와 구조에 기반하여 규칙이 세워졌다.
개인의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한다. 수업의 가장 핵심적인 성격이다. 첫째,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둘째, 동료의 작업을 존중해 준다. 셋째, 한 단계씩 독립적으로 작업을 하도록 이끈다. 이 세 개의 성격을 기반으로 최대한, 작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한다. 말은 쉽지만 어렵다.
정해진 프로그램이 있더라도 학생은 정해진대로 작업활동을 안 할 수 있다. 교육자는 언제든지 권해줄 수 있는 다양한 자료와 만들기, 그리기 지식을 확보하며, 개인별로 강하게 반응하는 소재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자유라는 기반 아래 작업을 할 때 문제 해결을 회피할 수 있거나.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를 때도 있기 때문에 작업활동을 개인 파일에 기록하고 성장과정을 계속 상기시켜 주어야 한다.
규칙을 크게 써놓는다. 아이들이 규칙을 어기더라도 규칙이 붙여져 있는 벽을 가리키면 이내 잠잠해진다. 앗 내가 규칙을 어겨버렸네라는 귀여운 표정과 함께.
글루건을 쓸 때는 글루건을 놓는 자리에 실루엣 모양을 그려두면 아이들이 그 자리에 놓는 재미도 느끼면서 제자리에 둔다. 주의사항을 위반할 시, 6개월 동안 글루건을 쓸 수 없다는 경고조항도 써놓는데, 글씨를 모르는 동생들은 언니들 또는 오빠들이 대신 읽어주기도 한다. 든든하고 기특하다.
눈에 띄게 팻말을 만들어 두어서 필요한 사람은 혼자 쓰게 한다. 교습 공간이 넓고 아이들의 시야는 넓지 않아서 미술도구 찾기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팻말 덕분에 진행이 수월해졌다. 이렇게 눈에띄는 색테이프로 교실 안에 지침을 해두면, 교육자가 계속 말로만 규칙을 되뇌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체감 할 수 있다. 굉장히 강추입니다.
반복적으로 규칙을 되새겨 준다. 물론 한 번에 못 지키는 친구들도 있고, 한 달 정도만 지나도 잘 지키기는 친구도 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6개월은 지나야 아 규칙이 있네 라고 확고하게 인지하고, 1년은 지나야 후배들에게 규칙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멋진 선배님이 되어준다. 설명해주는 뒷모습이 제일 뿌듯하다.
아동미술을 시작한 것은 13년도였다. 너무 답답했다. 성인 미술과 아동미술은 달랐다. 프랜차이즈 미술에서 프로그램을 다달이 받아, 수업만 진행 하기엔, 아이들의 성향은 제각각이었고, 양질의 미술교육을 하고 싶었던 내 20대의 열정은 부족함을 빨리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계속 느끼게 하였다.
첫 피드백을 드렸다.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신 학부모님께, 미술교육이 아이에게 주입식으로 다가갈 필요도 있고 자유로운 교육도 필요하다고 피드백을 드렸더니, 귀여워하시며 "그런 교육도 있다니 처음 들어보네요. 호호호"라고 하셨다. 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을 지금 들어도 이건 뭔 말이지 하는 생각을 여과 없이 피드백 중간에, 툭하고 말해버렸다. 이불 킥 피드백이다.
<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최근에 읽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 님은 효고현립 어린이회관을 건축하면서 아동에 대한 교육관에 대해서 굉장히 확고한 생각을 갖고 계셨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짓고 싶으셨던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지식과 지혜가 필요하다. 학교 수업(지식)과 방과 후의 자유로운 시간(지혜)이 모두 있어야만 비로소 교육이 가능한 것이다.... (줄임) 요즘 같은 고도의 관리 사회에서 '내버려 두는 장소'를 만들자고 하면 오해를 살고 말겠지만,...(줄임) 어린이를 위한 건축, 뜻밖에 어려운 주제이다.
자율이라는 듣기 좋은 단어 이면의 어려움 또한 인지하고 계셨다. 젊은 시절부터 건축일을 해오며 우여곡절을 오롯이 적어낸 에세이 내용 중, 안도 다다오 님의 어린이에 대한 교육관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은 공감을 너머 한동안 놀란 가슴을 붙잡았다.
1시간 정해진 프로그램 수업(지식)이 있고 20분 정도(지혜) 학원에 남은 부자재들과 폐품으로 자신의 작업을 만든다. 나머지 10분은 정리하고 하원 하는 시간. 총 1시간 30분이다. 보통 30분까지 작업을 하느라 결국, 내가 정리하고 치우지만 그래도 성취감에 뿌듯한 얼굴들로 하원 하는 친구들이 마냥 대견하다. 이 소중한 20분 시간에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움직이는 손잡이가 달린 보석함, 과자가 들어있는 과자함, 용, 해파리 등 아이들은 안전이 관련된 것이 아닌 이상, 선생님의 많은 도움 없이 홀로 자신의 역량을 느껴보며 만든다.
아동미술을 처음 시작한 새내기 강사의 알 듯 모를 듯 답답했던 교육관에 대한 직관, 설득력 없던 피드백, 모호했던 그것이 지금은 정리되어 수업으로 진행되어오고 있다.
13년도, 패기 넘치는 27살이었기에 미술영재교육이라는 책 저자분이 일하시는 공간에 전화도 드렸었다. 결국 데스크에서 막혀 불발됐지만, 문제가 있으면 해결을 해야 했다. 미술교육 일을 병행하며, 미술치료 자격증을 취득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시작했던 자격증은 2급, 1급을 거쳐 전문과 과정, 그리고 인턴 수업까지 이어졌다.
지금의 SNS는 정보의 홍수다. 13년도만 해도 아동미술의 콘텐츠 정보가 활발하게 공유되지 않았다. 아동미술을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 당시, 아동미술교육의 파워블로거였던, 김포의 하늘바다 그리기 원장님께서 대중과 활발히 소통을 하셨었다. 그분의 블로그를 보면서 많이 의지할 수 있었다. 그분의 책을 여러 권 구입하며 뒤에서 응원만 하고 있다. 지금은 인스타그램 친구이다. 개인 계정으로 먼저 팔로우를 하고, 좋아요를 소소하게 누르곤 했는데, 팔로우 백을 해주셨다. 먼가 심쿵했다. 옛날 생각도 나고. 그래서 나도 이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브런치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