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학원 오픈한 지, 1년 7개월.

EBS 누리샘 미술수업 진행자가 되다

by 정원

코로나가 시작된 지, 벌써 7개월째다. 인천 학원 2곳이 폐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6년 넘게 운영하셨던 분께서 폐업하셨다는 소리를 전해 듣고 그저 "아..." 이 소리밖에 나오질 않았다. 하루하루를 잘 넘기는 것만 생각하고 있던 나는, 아... 밖에 할 수 없었다. 힘은 이미 내고 있으니, 파이팅이나 힘내시라는 말은 다른 원장님께 또는 나에게 더더욱 못 하게 된다. 4월부터 EBS 누리샘의 온라인 미술수업 진행자로 의뢰를 받아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었다. 온라인 미술수업을 신청한 병설유치원으로 방영되는 것인데, 영상수업을 4개월째, 이어오고 있다. 운영하고 있는 학원의 신규 학생도 늘면서, 다시 인원이 회복되는 듯 보이지만, 역시 긴장은 늦출 수가 없다. 속수무책으로 휴원 할 수밖에 없었던 3월과 4월이 있었기에.

EBS누리샘 진행중. 라이브 ON!

감사했다. 지금도 항상 기업 관계자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나도 모르게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정말 감사하다. 처음 찍은 영상 수업과 7월에 업데이트된 영상을 비교해보니,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만 같아, 혼자 뿌듯해했다. 비평가이길 자처하는 엄마는 많이 늘었다고는 해주시지만 아직도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계속해서 말해주신다. 서운한 마음에 안 듣는척하면서 다 듣고 있는 나는 계속 고쳐보려고 노력한다. 최근만 해도 헤이 지니 님 또는 다른 교육 유튜브 영상들을 참고하려 했는데, 뭔가 부작용이 있는 듯하다. 잠만보 같은 내 말투가 다른 새콤하고 귀여운 교육 영상 진행자분들을 따라 하기 위해 일부러 톤을 높이려고 하면 더 어색해져서, 교육영상 진행자의 아버지 김영만 아저씨 영상으로 눈을 돌리기로 했다. 김영만 아저씨처럼 푸근한 말투를 모델로 삼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김영만 아저씨가 티브이에 나오면 아저씨의 종이 접기가 어려워서 이미 따라 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손에 접다만 색종이를 들고 꿀처럼 떨어지는 아저씨의 목소리와 함께 아저씨의 색종이만 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반짝이 국수와 열쇠고리
EBS 누리샘에 소개되고 남은 미술 프로그램 꾸미기재료로 학원 아가학생들이 자율활동시간에 만든 미술작업들. 흥미로운재료가 언제나 많이 담겨진 프로그램이어서 아이들이 응용도 잘한다

쉬는 시간에 우리 아가 학생들에게 우연히 출연한 영상을 잠깐 보여주게 되었다. 간간히 학원에 보이는 미술재료들이 영상에 나온 것과 똑같으니 "오와~" 하며 본다. 선생님 유명한 사람이냐고 물어보는 7세 공주님들은 자꾸 되감기를 해서 보고 선생님 카톡 프사는 언제 들여다보았는지 선생님 카톡 프사 사진이 영상 캡처본인 거 다 안다며 너스레도 떤다. 바닷속 물고기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오~ 이것 봐. 귀엽다를 연신 얘기한다. 영상 업데이트되기 전에 몇 가지 아이들 의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기도 한다. "이거 6세가 해도 될까?" "음~ 괜찮아요. 재밌어요" 이모가 하는 일을 응원해주는 조카들 같다.


스케줄에 변화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시간 분배가 골고루 이루어져, 최대한 소수정예로 수업을 하고 싶었지만, 코로나 전이나 코로나 후나 몰리는 시간대에만 아이들이 몰리고 없는 시간대는 너무 휑해서 어쩔 수 없이 정원을 한 명 늘리고 자율등원 제로 바꾸게 되었다. 미술 경영자 카페와 20년 넘게 미술학원을 운영해온 원장님께 조언을 구하고, 매일매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오다가 결정을 내렸다. 아직도 배울 점이 많은 신입 운영자인 나다. 연초에 내렸어야 하는 결정이었는데, 결정이 이렇게 여름까지 미루어졌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해서, 서로 표정 읽는 게 어려워지니 낯가림이 있는 신규 학생들 수업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요즘 또 고민이 생긴다. 같이 활동하는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아무래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코로나 전보다는 더 늦어지는 것 같다. 집에 갈때 편지를 써줘볼까..?

EBS 누리샘에서 의뢰받은 미술 프로그램 촬영중!

" 선생님 꿈은 뭐였어요?" "나는 화가!" "어 지금 거의 비슷하네요."7세 유투버 꿈나무. "재는 자율활동을 좋아해요?" "웅" "과학적인 것을 좋아하나 보네." 암모니아라는 단어를 아는 7세 과학자.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무언가 만들어져 있어요." 다양한 만들기 활동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는 7세 여자 경찰 꿈나무.


시간표를 열심히 짜고 있는데, 꿈처럼 코로나 여파로 쉬고 있던 9세 남학생이 학교 끝나고 어머님과 함께 학원에 깜짝 방문을 했다. 5월에 미처 주지 못한 과자들을 손에 쥐어주고 다음을 기약하며 배웅했다. 전학까지 갔는데, 마스크를 써서 친구 사귀기도 어렵다는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 이렇게 글을 써보니. 전학 가기 전 친구들과 좋은 추억이 있었던 익숙한 공간에서 위로받고 싶었나 보다는 생각이 스친다.


불안과 긴장감 속에서 나도 우리 아가 학생들도 푸근함을 찾고 있다.

항상 형아를 그림에 그리는 우애좋은 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