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현황신고, 아이들의 성장, 천재지변, 선택의 무게. >
1월에는 사업현황신고를 잘 맞췄다. 낯선 세무 정리에 잘 구비가 된 건지 긴장했었다. 매출, 매입으로 발생한 카드 영수증, 현금영수증을 달별로 모아 두고 달마다 소비되는 고정비용, 입출내역이 찍힌 통장을 세무 보시는 분께 가져다 드렸다. 십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중간에 당황스러웠던 점은 교육비 연말정산이었다. 현금영수증만 열심히 해드리면 따로 처리해드리는 서류는 없을 줄 알았는데, 미취학 아동의 교육비 기록은 연말에 국세청에 신고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원하신다면, 정해진 서류양식에 입출납을 작성하여 부모님께 드리는 것이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라는 제도가 있는데, 현금으로만 원비를 내신 부모님에 한하여, 본인께서 집에서도 홈텍스를 통해 간편하게 교육비 정산을 신고 할 수 있다. 교육비 연말정산을 위한 서류양식은 홈텍스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하고 기입하면 된다.
이렇게 사업현황 신고가 끝났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핼러윈, 크리스마스, 여름 전시, 학원연합회 의무참석, 사업현황신고, 종합소득세, 학원 청소, 신규 상담, 달마다 진행되는 프로그램 준비, 때때로 발생되는 즉흥적인 사건(복도 전등이 나가거나, 화장실 변기가 막히거나 불쑥 나타나시는 잡상인 분들, 각종 광고전화, 코로나 같은 천재지변) 그리고 모든 것이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감.
오픈 멤버 친구들은 역시 꾸준히 다녀준다. 감사하게도, 입소문으로 원생이 야금야금 늘어나는 추이다. 우선 차량이 안되니 정말 소수정예로 재밌게 수업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친구들이 추위를 뚫고 킥보드를 타고 온다.
개인 미술학원이고, 창의 미술이라는 타이틀도 생소한 동네이다. 여러모로 1년 동안 동네의 부모님께서는 반신반의하셨었다. 다니신 분들의 후기를 듣고 찾아주시거나 다른 학원에 보내보았지만, 미술교육의 방향성이 맞지 않아 일 년 뒤에 다시 찾아주신 부모님들께서 주를 이루고 계시다.
동네에서 위치가 멀고, 차량을 하지 않는 조건의 공간이라는 것은 다시 말씀드린다. 현수막과 샘플 수업으로 홍보를 해도 한계가 있는 조건이다.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며, 그래서 2번 다닐 수도 있지만 1번만 다니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픽업으로 인해 목요일마다 먼 거리에서 할머니께서 차를 타고 달려와 등원하는 어린이가 두 팀이 있다.
홍보는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으로만 한다. 나와 같이 "내부 먼저 다져야 한다라"는 성향의 운영자분이라면, 차근차근 확장하시는 방법을 권하고 싶고,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교습소 사이즈로 오픈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교습소 사이즈로 시작했다면, 초반부터 만족하는 운영이 됐을 것 같다. 30평 이상이 돼야 학원으로 인가받을 수 있어 시작한 큰 공간은 언제나 썰렁했다. 이런 제도가 굳이 왜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제도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30평대 또는 40평대로 첫 사업을 운영하시는 분도 적지 않다.
48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중간에 아이들 성향에 맞지 않아 접어버린 작업들까지 합친다면 아마도 더 되지 않을까 한다. 분명한 건, 만들기는 정말 아이들에게 인내심과 자아탄력성을 느끼게 해주는 멋진 경험이다. 글루건이 마를 때까지는 적어도 30초는 기다려줘야 한다. 오공본드가 다 마르려면 하루가 걸린다. 글루건은 빨리 건조되는 대신 불투명한 색이 보이고 오공본드는 건조하면 비닐처럼 투명해진다. 오공본드는 글루건보다 던 단단하게 접착된다.
재료의 특성에 대해서 나는 세뇌시키듯이 반복적으로 아이들에게 말한다. 그리고 본인이 선택하게끔 한다.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며 듣긴 듣는데 잊어버린 줄 알았더니 나중에 새로 들어온 친구들한테 재료 특성에 대해서 내대신 설명해주는 모습은 너무 귀엽고 멋있어서 심쿵해버린다.
만들기가 망가지면 울기도 하고 작업이 매끄럽지 못하면 답답해하기도 한다. 20분 정도 폐품이나 부자재로 자유롭게 만드는 시간이 있는데, 처음에 무엇을 만들지 당황하는 친구, 제목 짓기를 싫어하는 친구,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면 수동적인 미술활동에만 익숙했던 친구들도 주변 친구들과 동화되며 창의적인 활동이 가능해진다. 5달이 지나면, 내향적인 친구가 제목을 짓고 감정을 글과 말로 표현한다. 작업 과정 중 의도대로 안되면 힘들어했던 친구는 1년이 지나오니 자신을 날쌘돌이라고 불러달라며, 빠른 속도, 좋은 퀄리티로 원하는 것을 창작하여 학원을 유유히 나간다. 고장 나도 또 만들면 돼요 라는 말은 학원에서 자주 들리는 소리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른 변화 속도는 다르다.)
무엇이 아이들을 변화시켰을까. 생각해본다면, 다른 친구에게 피해 주지 않는 것, 안전을 위한 것 등 최소한의 규칙과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실력이 왜 늘었는지 어떻게 늘었는지. 왜 지금 네가 슬럼프인 것에 대한 설명과 대화도 공유한다.
신입생 6명의 등원 대기가 무색하게 코로나라는 천재지변이 왔다. 물론 우리 학원도 교육청의 권고로 3월은 휴원이다.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든 계획이 다 바뀌었다. 지금은 집에서 개인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하루 개인작업시간을 꾸준히 지키는 것만이 멘털이 유지된다. 나는 무언가를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1월부터는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않고 동네를 벗어나지도 않았다. 2월 중순부터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하였다. 그래도 천재지변의 무력함에 어쩔 수 없다. 미술학원 경영자 카페에는 권리금을 안 받고 공간을 내놓으시거나, 보증금에서 월세를 차감 해주시길 건물주분께 말씀하셨던 분도 계신다. 물론,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어찌 됐든 운영을 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진 않는다. 혀에 돌기가 났고, 안 먹던 라면을 하루에 한 번씩 먹고 있다. 1주전즘 마을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4월엔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확진자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그리고 오랜 고민의 시간 그리고 자문, 몇 가지의 무건운 조율들도 있었다.
운영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건데, 이유야 어찌 됐든, 내가 하는 행동과 말에는 책임이 뒤따르고 그 결과는 내가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 누군가 호언장담해주어서, 소용없다. 선택이 현명하지 못했다면, 그것을 해명하고 신뢰를 쌓기까지 적어도 1년이 걸린다. 마치, 사람은 사계절은 겪어봐야 된다는 통설에 비례하듯. 그래서 중요한 결정을 하기까지 적어도 일주일은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내가 1년 3개월을 지나며 얻은 귀한 습관이다. 그리고 일주일이란 시간 동안 여러 명의 어른들과 지인들께 자문을 구하고,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 정보를 구해보고 최선의 결정을 내려본다. 아이들이 재료의 특성을 파악하고 작업을 하고, 제목을 짓고,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파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꾸준한 작업 과정을 통해 전보다 나은 선택을 하는 아이들의 결과는 1년을 지나오면서 교육자, 부모님, 그리고 자신이 느낀다.
학원에 불이 켜졌는지 오다가다 확인한다는 친구, 학원에 못 와서 속상하다고 말하는 친구, 유치원은 몰라도 미술학원에 가고 싶다는 응원 문자와 함께 힘내라고 배즙을 보내주신 부모님. 학원 근처를 지나가시면서 안부 문자를 보내주시는 부모님.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셨던 건물 이웃분들. 월세를 차감해주시기로 호의를 베풀어주신 건물주 사장님. 모든 호의에 힘입어 미술학원의 이름으로 한부모가정에 10만 원을 기부하고, 건물주분께 감사 메시지와 함께 커피 쿠폰을 보내드렸다.
5월엔 정상수업이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