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gyeon Roh Sep 17. 2022

쥐들이 우글거리는 뉴욕, 그리고 당신의 자동차

뉴욕타임스 메트로폴리탄 일러스트레이션 

 오랜만에 뉴욕타임스에서 연락이 왔다. 

지난 3년간은 너무 바빴다. 빠른 뉴욕타임스의 템포를 시차가 정반대인 한국에서 맞추기가 힘들었다. 팬데믹이 시작됨과 동시에 박사 공부를 시작하였고 겸임으로 출강하는 국민대 이외에 강사법의 영향으로 새로운 두 학교인 홍익대와 삼육대에 출강하게 됐다. 수업은 한 학기에 듣는 것과 가르치는 것 모두 합쳐 10개가 넘는 학기도 있었다. 

 강사법 3년의 계약이 끝나고 논문 작업에 집중할 때쯤 다시 뉴욕타임스에서 연락이 왔다. 리쳐드였다. 리쳐드와는 2014년에 커버 작업을 함께 했었다. 그는 나의 우드 컷 같은 드로잉이 좋다고 했다. 한 번도 만나보진 못했지만 항상 내 작업을 관심 있게 봐주어 너무 고마운 아트 디렉터다. 

2014년 4월 13일자 뉴욕타임즈 메트로폴리탄 커버, 뮤지션 Philip Seymour 에 관한 기사.
4시간의 데드라인 안에 완성했던 뉴욕타임스 Op-Ed, 2014년 11월 15일자. 

 뉴욕타임스는 매일 나오는 신문이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기발한 아이디어와 함께 작가만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중점으로 한다. 뉴욕에 있을 때는 심지어 출간 4시간 전에 작품을 의뢰받은 적도 있었다. (당시 일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가다 황급히 내린 후 다시 반대 지하철을 타고 돌아와 작업을 해줬던 기억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의 다양한 일러스트레이터를 찾아 발굴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시간의 압박 때문에 현지 일러스트레이터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나는 현재 한국에 있기 때문에 이번 데드라인은 스케치 2일 완성 2일, 총 4일이 주어졌다. 언제나 일정이 타이트한 작업은 데드라인보다 먼저 완성본을 보내 주는 것이 좋다. 이번에는 3일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 


 기사의 내용은, 

팬데믹을 겪은 지난 2년간 뉴욕시의 사람들이 길가에 차를 주차해 놨다가 쥐에 의한 피해를 보는 일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오래된 차, 새로 산 차 할 것 없이 자동차를 타고 가다 '엔진 결함'이 떠 정비소에 가보면 수많은 테스트를 해보는데 결국 그 원인은 차 안에 숨어있던 '쥐'라는 것이다. 쥐들은 센서와 와이어를 물어뜯어버리고 적게는 $700, 많게는 $1,200 정도의 수리비용을 내게 만든다.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뉴욕시에서 쥐를 단지 '목격'만 했다는 신고 건수만도 8,000건이 넘는다고 한다.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집에 머물며 차를 길가에 주차해 놓은 동안, 쥐들은 이 안에 들어가 둥지를 틀었고, 현재 사람들의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추세에도 쥐들은 계속 차 안에 머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엔진 후드 쪽은 따뜻해서 쥐들이 서식하기 좋은데 Laura Cali라는 뉴욕 시민은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시동을 걸 때마다 쥐 가족이 아래 있다고 생각하면 징그러워 참을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쥐를 처리해야 하는 정비사들도 "쥐들로 인해 일감이 많이 들어오는 건 사실이지만 이를 처리하기가 정말 역겹다."라고 말한다. 결국, 이 원인은 도시 위생에 있다고 결론짓는다. 쥐들이 길가에 있는 쓰레기봉투, 음식물 쓰레기들의 향을 맡고 모여들고 그 옆에 세워둔 따뜻한 차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완성작

 2007년, 

 뉴욕 그래머시 파크에서 일 년간 기숙사 생활을 하다 집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보고자 브루클린으로 이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교포였던 하우스 메이트와 살았기 때문에 2 베드에 2 베쓰였는데 가격이 꽤 합리적이었다. 집을 볼 줄 몰랐던 우리는 내부를 올수리 한 것에 새 냉장고까지 있는 것을 보고 덜컥 집을 계약했는데 몇 달 지나지 않아 내방 천장 파이프의 구멍의 조금 뚫린 벽을 통해 쥐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그 후 밤마다 출몰하여 나의 공포심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쥐는 몇 마리인지 모를 새끼까지 낳았고, 나중에는 빗자루와 쥐 잡는 끈끈이로 새끼 쥐를 손수 잡았던 기억이 있다. 결국, 그 집에서는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도망치듯 나오게 되었고 그 후로 브루클린과는 인연이 없었다. 위의 기사처럼 결론을 내자면, 내가 방 안에서 자주 감자칩을 먹은 것도 원인인 듯하다. 

네개의 아이디어 스케치
B&W 작업 과정
출간된 신문 

 중요한 것은, 당시 집주인이 exterminator (쥐와 해충을 잡는 전문가)를 불러줬는데 제발 어떻게 좀 해달라는 나에게 "너는 한국에서 캐슬에 사니?" 라며 이깟 쥐 갖고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약을 놓고 가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때를 생각하면 쥐에서 꽤 자유로운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정말 '캐슬' 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서울에도 닭둘기로 불리는 비둘기들이 많기는 하지만 뉴욕에는 둘 다 심각하게 많기 때문에 둘 중 하나만 없어도 양반인 것이다. 부디 뉴욕에 더 이상의 쥐 피해가 없기를 바라며 멋진 도시이니 만큼 쓰레기 처리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자원의 낭비도 줄이는 그런 도시가 되길. #jungyeonroh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