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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yeon Roh Sep 21. 2022

칼국수 1만 원 시대, 평양냉면은 1만 4천 원.

 물가가 치솟고 있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본 24살에 1억을 모은 학생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요즘 티브이에서는 '짠 테크'에 관한 사례를 경쟁하듯 보여주고 있다. 한 달 동안 출연자의 지출내역을 확인하고는 손에 꼽을 며칠만 제외하고 '무지출'인 것을 칭찬하며 보여주고 있다. 가능하지 않아 보이지만 롤모델로 삼아 바로 삶에 적용시켜야 할 듯한 사례들이다. 

 "'서민음식' 칼국수도 1만 원 시대 외식물가 상승률 13년 만에 최고" 라는 기사를 보고 작품 구상을 한 것이 벌써 6개월이 넘었다. 추석이 지나며 물가는 더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칼국수'를 예로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저렴한 서민음식의 대표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일 것이다. 기사는 서울 명동의 유명 칼국숫집인 '명동 교자'의 3년 만의 가격 인상을 예로 들어 모든 메뉴가 1만 원을 넘는다는 이야기를 기준으로 김밥, 햄버거, 짜장면, 치킨 등 우리가 좋아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서민음식의 대표들이 등장한다. 

종이신문을 보는 덕에 스캔을 한 기사

 가장 좋아하는 '면'요리는

20대 때는 스파게티, 파스타였겠지만 지금은 당연히 '평양냉면'이다. 파스타는 1만 원이 당연히 넘고 1만 오천 원, 2만 원이 넘어가도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매년 천 원씩 오르는 데다 발렛비 또는 주차비를 따로 받는 '평양냉면'은 왠지 모르게 '비싸다'라는 누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 맹물 같은, 그렇지만 다음날이면 생각나서 참을 수 없는 중독적인 육수의 맛을 내려면 얼마만큼의 인고의 시간과 노력과 '혼'이 깃들어야 하는지 모르고 말이다. 물론 나도 잘 모른다. 그저 얼마 전 먹은 평냉 가격이 1만 4천 원까지 오른 것만 기억할 뿐.

날아오르는 평양냉면 ©jungyeonroh


이미지 출처: [간밤 TV] ‘멜로가 체질’ 천우희·안재홍, 평양냉면보다 더 중독적인 멜로 시작

'평양냉면'하면 생각나는 것이 멜로가 체질의 안재홍이다. 첫 데이트를 평냉집에 데려가서 평냉을 먹는 이유와 장점을 설명하지만 맞은편에 앉은 천우희는 도통 공감하지 못한다. 나에게는 금기라 생각하는 겨자와 식초를 치려한다. 그 씁쓸한 표정이 처음 평냉을 접했던 때와 너무도 같아 공감이 간다. 이제는 외국에 나가기 싫은 이유 중 하나가 '제대로 된 평양냉면을 못 먹기 때문'이 되었다. 물론 마음 같아선 평냉 도장깨기에 합류하고 싶지만 사실 몇 군데 가보진 못했다. 드라마에 나온 곳의 사장님 와이프가 나와서 차렸다는 곳이 요즘 나의 최애다. 

 그림은 한 남자가 '칼국수도 1만 원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내식당에서 칼국수를 먹고 있는 장면이다. 남자는 아마도 코로나 포비아에 걸려 외식이 너무나도 무서웠던 것 같다. 고글에 지퍼가 달린 마스크,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손세정제를 구비해놓고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럼에도 어떻게든 먹고 싶었나 보다. 코로나 시대 우리나라 어느 구내식당에서 볼 수 있듯 칸막이와 거리두기가 철저히 지켜지는 곳이다. 식당의 분위기는 그래서인지 더 음침해 보인다. 

러프 스케치와 BW 드로잉 ©jungyeonroh

 2022년 현재, 더 이상 '구내식당'이나 '학식'도 저렴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경유값은 벌써 휘발유는 저리 가라 치솟았고 배추도사와 무도사는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며 브랜드가 없던 버거 마저 가격을 올려버려 물가상승이 피부로 와닿는 매일이다. 집에 오는 길에 듣던 라디오에서는 2023년, 내년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한다. 그 와중에도 평양냉면은 맛있다.


 그렇다면 가짜로 맛을 흉내 낸 평양냉면은 참을 수 없고 '짠 테크'도 해야겠으니 진짜 평양냉면을 계속해서 먹기 위해선 "비싸진" 학식 몇 번 거르고 한번 먹는 것으로 해야 할 것 같다. #jungyeon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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