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광을 위한 추천재료와 감광 방법.
판화의 엄격한 기준에 맞추어 제작하기보다는 정통성은 유지하되 빠르고 쉽게 결과물을 내는 것에 중점을 둔 프린팅입니다. 판화에서는 장인들의 공방에서 여러 가지의 실험작품, 즉 여러 T.P = Test Proof를 거쳐 작가의 마음에 드는 것을 최종으로 골라 에디션을 내곤 하는데요, 전업 작가가 아닌 이상 이 작업을 거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제가 지금부터 이야기할 실크스크린은 보통 감광대와 건조대, 수세대등 시설을 갖춘 학교등에서 처음 시작하는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프린트메이킹이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유용한 방법인 이유는 '배포'를 목적으로 하는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을 핸드메이드로 찍어낼 경우 결과물을 기계로 찍어낸 것과의 퀄리티 차이가 현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작가가 직접 제작한 프린트들은 'Limited Edition'과 작가의 'Signed & Numbered'까지 더해져 그 희소성에 가치는 배가됩니다.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카투니스트들은 보통, 손이나 디지털로 작업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시나 판매용으로 한정부수 제작하거나, 핸드메이드로 아티스트북이나 Zine을 주로 만듭니다. 또한, 출판된 아동용 도서들 중에서도 이러한 프린트메이킹을 기법으로 사용한 책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래 기술할 내용은 제 수업에서 다루는 A3 사이즈와 수용성 재료를 중심으로 하였습니다. 다른 곳과 차별점을 갖는다면 제가 미국에서 사용하던 재료와 방법을 그대로 반영한 것입니다. 재료의 경우 같은 것을 구할 수 없어 국내에서 몇 년에 걸쳐 최대한 같은 것을 여러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것들입니다.
실크스크린으로 프린트할 이미지가 완성되었다면 OHP 필름에 K(Black) 100% 로 분판을 인쇄하여야 합니다. OHP필름은 두꺼운 투명한 필름으로 보통 A3, A4에 인쇄가 가능한데 잘못하다 프린터기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가정용보다 전문 출력소에서 인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실크스크린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100% 블랙이 아닐 경우 감광이 되지 않기에 그러데이션이나 옅은 톤, 수채화 질감등은 표현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위해 옛날 만화책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에서처럼 하프톤을 적절히 사용하여 작품이 단조롭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포토샵에서 Kyle's Brush -Halftones and Screentones 패키지를 사용하면 쉽게 다양한 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나와 자신의 그림 분위기에 맞추어 적절히 사용하면 좋습니다.
수입: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수입산 수성용 감광액은 태명 통상의 Foteco 1070 가 있습니다. 수입이라 물량이 없어 가끔 애를 먹기도 하지만 다른 감광액보다 특별히 비싸지 않으며 질이 좋습니다. 화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보라색 디*졸은 유성용이기도 하고 희석 시 작은 병의 가루들이 굳어있는 경우가 있어 제조시 어려움과 실패의 경험이 있어 이 감광액을 더 선호합니다.
국산:
최근에 아트나라에서 친환경으로 자체제작 하셨다는 수성용 디아졸 307-S 를 써보게 되었는데 가격도 착하고 작업하기도 수월하였습니다. 아마 앞으로 계속 문제가 없는 한 이 감광액을 사용할것 같습니다. 다른점이라면 보통 작은 갈색병에 분말이 들어있는데 이 감광액은 병 대신 은박지 안, 또 비닐안에 분말이 있어 이것을 종이컵에 따뜻한 물을 2/1 넣고 잘 희석하여 유제와 섞어서 씁니다. 주의할점은 감광액은 빛에 특히 민감하여 형광등에서도 감광이 될 수 있어 암실이나 최소한 형광등은 끄고 제조하시는것을 추천합니다. (감광액을 샤에 바르실때도 마찬가지 이구요...) 제조 후에 실온에서는 1개월, 냉장보관하면 3개월까지 쓸 수 있다는데 무엇보다 친환경이라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사각 나무틀에 샤를 짜서 쓰던 예전과 달리 알루미늄에 샤가 붙어있는 틀을 추천합니다.
나무틀의 단점: 나무틀은 물에 닿아 모양이 변형되고 잘 마르지 않으며 무겁습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무틀에 방수 테이프를 감아 사용도 해보았지만 테이프 때문에 무게가 더 무거워지고 테이프가 꼼꼼하게 붙지 않은 곳으로 물이 들어가 결국 방수의 기능을 잃게 됩니다. 이러한 틀에 침봉 기를 이용하여 샤를 타카로 박아 사용할 경우 틀을 짜는 시간이 소모되며 한번 쓰고 샤를 뜯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활용이 비교적 어렵고 비용과 환경을 위해서도 비효율 적입니다.
알루미늄 틀의 장점과 단점: 알루미늄 틀의 특징은 샤가 붙어있어 개인이 제거하여 재견장 하기 어렵다는 단점만 제외하고는 가볍고 물에 잘 마르며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재견장은 보통 매주 1~2회 감광과 탈막을 했다는 것을 기준으로 6개월에 한 번씩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간혹 사용 시 샤에 구멍이 나는 경우도 있는데 필름에 이미지를 감광해야 하는 부분이 아니고 가장자리 부분이라면 무시하고 그냥 쓰거나 물감이 샌다면 테이프 등으로 최대한 막고 계속 쓸 수 있습니다.
A3 기준의 틀 사이즈
알루미늄 틀의 두께가 3x4cm를 기준으로 내경 50x60cm를 구입하면 A3 작품 한 개와 A4 작품 두 개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실크스크린은 물감을 부어 스퀴지를 이용하여 찍어내야 하기 때문에 작품 사이즈를 기준으로 사방 10cm 정도의 여유를 줘야 합니다. 자신의 작품을 기준으로 틀 사이즈를 정할 수 있겠습니다.
'실크스크린'이라 하면 원래는 실크천을 써야 할 것 같지만 같은 기능으로 저렴한 '샤'를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샤는 망사의 일종이기 때문에 가로(위사)와 세로(경사)의 직각으로 짜여 있는데 이것이 하나의 눈금을 이루는 것을 '목'이라 하고 1inch 안에 몇 개의 눈금이 들어있느냐에 따라 '목수'가 나누어집니다.
제 수업을 위해서는 150목을 쓰고 있는데 이는 종이나 직물 모두에 이용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목수가 높을수록 (250~300목) 촘촘하여 유리,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 매끈한 표면에 용이하고 목수가 낮은 (110~130목) 샤는 거친 표면 (천, 직물)등에 용이합니다.
목수가 너무 높으면 촘촘하여 물감이 잘 빠지지 않고 샤의 구멍들이 금방 막히며 감광 시간이 짧아집니다. 목수가 낮으면 감광 시간이 보다 길어지고 듬성듬성하여 프린트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은 종이가 기본에 에코백, 티셔츠 등을 만드는 경우가 있으므로 150~180목 정도를 선택하시면 유용하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샤는 국산과 고가의 유럽산등 있지만 중국산이 질기고 저렴하며 좋습니다.
알루미늄 버켓은 항상 틀보다 작고 이미지보다는 큰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A3이미지 기준으로 50x60cm 내경의 틀을 위한 버켓은 45cm를 추천합니다. 감광액을 바를 때는 힘을 적절히 주어 한 번에 얇고 고르게 앞뒷면에 바르는 것이 중요하므로 틀을 기댈 수 있는 거치대나 이젤 사용을 추천합니다. 또한 틀의 내경보다 약간 짧은 버켓을 써 손으로 샤를 살짝 누르는 압력을 주는데 방해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합니다. 크기가 너무 작은 버켓으로 여러 번 감광액을 바를 경우 겹치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에 감광시 작품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추천하지 않습니다.
우드 스페츌라와 14oz 투명 컵: 감광 시와 물감 제조 시 필요합니다. 잉크 보관을 위해서는 다 쓴 잉크병을 깨끗이 씻어 새로운 물감을 담아 보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박스테이프와 종이테이프: 프린팅 시 필요합니다.
박스 종이 5x5cm로 자른 것: 버리는 택배 박스 등을 이용하며 가위나 칼로 자르는 것보다 페이퍼 커터로 규격으로 자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면도칼: 커터 컬보다 사용이 용이합니다.
연필: 기준 종이를 표시하고 사인을 할 때 필요합니다.
자, 이제 그럼 감광할 준비가 되셨다면 제 영상을 참고하시어 감광액을 바르시고 감광까지 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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