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프린팅을 위한 재료와 방법
감광에 대한 방법과 재료 1~6 은 일러스트레이터를 위한 실크스크린 #1을 참고하세요!
실크스크린은 복수 제작이 원칙이기 때문에 틀을 계속해서 올렸다 내렸다 하며 프린트를 찍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닥면과 실크 틀을 연결하는 '힌지'라는 도구를 사용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이를 표면이 매끄럽고 튼튼한 책상에 박아 사용하는 것이겠지만, 이는 책상을 손상시킬 수 있어 대부분 불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책상 위에 틀보다 큰 '합판'에 힌지를 박아 사용하는데 이때 '합판'의 선택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는 표면이 뒤틀리거나 휘어지지 않고 물감이 묻었을 때 깨끗하게 지워지고 무게감이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가구나 목재용의 합판을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실크스크린 전문 상점에서 맞춤으로 구매하였을 때 가장 만족감이 컸고 오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추천 상점:
사실 이것 때문에 몇 년 동안 고민이 많았습니다. 국내 어디에서도 구할 수가 없어 화투나 테이프 등으로 대체하여 사용하였지만 핀트가 계속 어긋나는 탓에 작품의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서 쓸 수 없을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직구 외에는 방법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2주~한 달 이상 걸려 작은 봉투에 배달되는 제품으로 시카고의 오리지널 판매처에서 구매하였습니다. 국내에서 어떻게 해서든 꼭 판매하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관계자 여러분들... 보고 계시길!! )
클립 사용 시 스퀴지와의 마찰 때문에 샤에 구멍이 나기도 하지만 가장자리이기 때문에 작품을 찍어내는데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다만 구멍으로 잉크가 샐 수 있기 때문에 샤에 테이프로 잘 막고 사용해야 합니다.
어쨌든 이러한 클립을 만들어 주셔서 무척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구매처:
AWT Registration Guides - 시카고에 있는 오리지널 판매처. 친절하고 응답이 빠른 편입니다.
Dickblick - 배송비가 구매내역에 따라 상이하니 참고하시길...
스퀴지 또한 버켓처럼 항상 틀보다 작고 이미지보다는 큰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스퀴지는 단단함에 따라 연질, 중질, 경질로 나누어지는데 저는 꽤 힘 있게 찍어야 하는 실크스크린의 특징을 살려 한번에 무게감 있게 잘 찍힐 수 있는 중실 또는 경질을 선호합니다. A3이미지 기준으로 50x60cm 내경의 틀을 위한 스퀴지는 40cm를 추천합니다. 스퀴지 또한 알루미늄 틀과 같이 나무로 된 손잡이 대신 알루미늄 스퀴지가 출시되었는데 무게감은 있지만 물기가 마를 시간 없이 닦기만 하면 돼서 사용이 편하고 오래 쓸 수 있습니다.
수입: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크스크린 물감은 스피드볼입니다. 스피드볼 실크스크린 잉크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종이용은 '아크릭 실크스크린 잉크'가 좋고 패브릭 용으로 에코백이나 티셔츠를 찍을 때는 '염색 실크스크린 잉크'를 사용합니다. 아크릭 실크 잉크로 패브릭에도 찍을 수 있고 염색 잉크로 종이에도 찍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둘의 차이점은 점성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물론 패브릭 잉크는 섬유용이기에 작업 후 열처리를 하면 세탁 시에도 벗겨지지 않아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패브릭 잉크는 물기가 거의 없이 꾸덕하고 무거운 반면 아크릴 잉크는 그에 비해 부드럽고 가볍습니다. 패브릭 잉크가 그릭 요거트라면 아크릴 잉크는 요플레 정도 되겠네요.
국산: 을지로에 실크스크린을 전문으로 하는 작업장들이 많은데 거의 오일 베이스를 판매합니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수용성 잉크를 판매한다는 곳을 물어물어 찾아간 적이 있는데, 바로 아트 나라입니다. 잉크 컬러의 종류도 많고 4%, 8%의 투명도도 고를 수 있어 따로 베이스를 구매하지 않아도 됩니다. 수성 날염용 잉크를 구매하면 종이와 패브릭 두 곳 모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좋습니다. 스피드볼보다 저렴하며 이에 못지않게 형광색과 여러 가지 펄 색깔도 고를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친절하신 여 사장님께서 응대해 주시고 남 사장님이 뒤쪽에서 즉석으로 잉크를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에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잉크통을 비롯하여 제품들이 업그레이드되어 좋았습니다. 방문 전 전화해서 주문해 놓거나 온라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개인적으로 잉크의 질이 수입과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해 선호합니다.
실크스크린은 종이의 선택이 작품의 질을 좌우한다 해도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떤 종이를 쓰냐에 따라 그림의 퀄리티가 달라지는데 좋은 수입 종이일수록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실력이 향상된 후 실수가 없을 때 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평면작품을 위해서는 220~350g까지 추천하고 아티스트북은 폴딩을 생각해서 115~175g짜리 종이를 추천하는데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115~175g의 제가 가장 선호하는 Arches BFK Rives Printmaking papers 종이들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또한 기본 화이트와 아이보리 등의 색깔 외의 Cream, Cream-White, Gray, Tan, Black까지 종류도 많은데 국내에서 이들을 유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 중 가장 손쉽고 부담스럽지 않게 쓸 수 있는 것은 Fabriano 브랜드의 '로자스 삐나' 판화지 220g 또는 285g을 추천합니다. 또한 '캔손' 250g 판화지도 가격 대비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실크스크린 실습 시 종이를 준비함에 있어 중요한 점은 판화지 이외의 여분의 연습용 켄트지(5장 이상 추천)와 갱지를 준비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는 큰 작업을 할 때 아예 2절 갱지 스케치북을 구입해 스프링을 제거하고 연습지로 사용합니다. 특히 다색판화나 그러데이션 기법을 낼 때는 연습지에 먼저 찍어보는 것이 필수인데 컬러의 발색 정도를 측정할 때 연습지로 찍어본 것이 있어야 고급종이에서의 실수를 덜 수 있습니다. 그러데이션을 할 때는 특히 갱지 여러 장에 찍어 블랜딩을 한 후 켄트지에 찍어보고 본 종이에 프린팅 하셔야 자연스러운 질감을 내실 수 있습니다. 실크틀에 물감을 붓는 순간부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항상 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판화에서는 보통 이미지 사방에 여유를 남깁니다. 그 이유는 1. 아랫부분에 서명을 해야 하고, 2. 손 접촉 시 이미지 손상을 줄이기 위한 것이 가장 큽니다. 또한 프린트 시 레지스트레이션 클립으로 보통 두 변에 고정을 하기 때문에 종이와 이미지가 같을 경우 스퀴지의 압력으로 인해 샤에 구멍이 날 위험이 큽니다. 샤에 구멍이 나 찍는 동안 잉크가 줄줄 새어 나와 이미지를 망쳐선 안 되겠지요... 그러므로 넉넉한 크기의 종이 사용이 필수입니다. 게다가 여백이 있는 경우 이미지의 주목성이 올라가 프레임에 넣었을 때도 보기 좋은 이미지가 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여백을 남기고 프린트하기 위해 보통 A3 420x297mm 이미지를 준비했을 경우 종이는 적어도 4절 이상이 되는 것이 좋습니다. 판화지의 경우 1000x700mm의 전지사이즈를 4 등분하 500x350mm 정도의 사이즈에 찍으면 사방에 여유가 있어 보기 좋습니다. 이미지가 A2일 경우에는 종이사이즈는 700x500mm 이상이 좋습니다.
자, 그럼 이제 프린팅 할 준비가 모두 되셨나요? 그렇다면 제 동영상을 참고하시어 신나게 실크스크린 프린팅을 해 볼까요?
3편에 계속...
#jungyeonroh
#silkscr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