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했던 가장 큰 고민
‘결혼하고 다른 사람이 좋아지면 어떡하지?’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게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자신이 없었다. 결혼이 깨지는 여러 가능성을 떠올렸다. 지금 남자친구를 향한 마음이 갑자기 식어버리는 것, 다른 사람한테 운명적 끌림을 느끼는 것, 혼자 살고 싶어지는 것… 내가 바람피우면 어떡하나로 시작된 걱정은 다른 고민들을 낳고, 낳고, 또 낳아서 하나의 질문이 되었다. ‘꼭 결혼을 해야 할까?’
결혼 장려 가정에서 자랐기에 결혼하지 않을 가능성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결혼은 이미 하는 거고, 언제 누구와 결혼할지만 관심사였다. 결혼 여부에 대해 고민하면서 결혼에 대한 인터뷰와 책들을 찾아봤고 결혼에 대해서도 여러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예 결혼을 안 할 수도 있고, 마음 맞는 친구 혹은 친구들과 한 집에서 공동체를 꾸려 살 수도 있었다.
저마다 삶의 방식은 달랐지만 모두 같은 결론을 얘기했다. 그중 누구도 우리가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결혼이 아닌 이런 선택지도 있고, 난 이런 선택을 했고, 행복하다고. 만족한다고.
인생의 모든 결정이 그러하듯 결혼도 선택과 책임의 문제였다.
다시 남자친구가 눈에 들어왔다. 결혼은 삶의 방식이고, 내가 같이 삶을 꾸리고 싶은 상대가 이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선택은 늘 현재에 있는데 미래의 내 마음이 어떨지 걱정한들 큰 의미가 있을까. 아무튼 지금의 난 그와 연인보다 더 가까운 관계가 되고 싶은 걸. 결혼이 뭔지는 잘 와닿지 않았지만 내가 원하는 상대는 비교적 명확했다. 결혼이란 제도도 괜찮았다. 법적인 계약관계이자 사회적인 약속으로 우리 관계를 보장받는 게 안전하다고 느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관계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과는 상상이 안 되는 결혼도 배우자 칸에 그가 들어오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서로 좀 밉고, 마음에 안 드는 날이 있어도 쉽게 깨지 못하는 관계가 되고 싶었다. 누군가와 결속되고 싶다고 이렇게나 바란 적이 있던가.
결혼을 고민하면서 확인한 건 결국 내가 ‘우리’를 원한다는 거였다. 결혼이란 제도를 선택함으로써 더 우리 관계가 단단하게 제도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이 사람과 더 삶을 긴밀하게 함께 하고 싶었다. 너와 나의 삶뿐 아니라 우리의 삶이 있길 바랐다.
결혼을 해보니 바람피우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익숙함의 가치를 알아버렸다. 익숙하단 말은 대게 진부하다는 표현으로 쓰이지만 알고 보면 아주 대단한 경지다. 익숙하다고 느껴질 때까지 그 대상과 얼마나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가. 익숙한 사이라는 건 아주 공들인 관계란 말과 같다. 남편과의 관계가 그렇다.
신선한 매력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이 신선한들, 익숙한 듯 매일같이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남편보다 흥미진진할리 없을 것 같다. 남편은 익숙함과 신선함 모두 가능하니까. 같이 부대끼며 살고 있기에 충분히 편안할 만큼 익숙하고, 한 사람으로서 계속해서 성장하고 변화해가고 있으니 늘 새롭다. 게다가 그만큼 내게 맞춤화된 사람도 없다. 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함께 삶을 꾸리고, 꿈을 꾸는 사람인 배우자를 향한 고마움, 사랑, 기대, 연민, 믿음... 이런 감정들에 비하면 새로운 사람의 신선함이란 얼마나 가냘픈 매력인가. (훠이~)
결혼 전에는 새로운 사람의 낯선 매력에 흔들릴까 걱정했지만, 남편이란 존재를 겪어보니 나와 함께 삶을 가꿔온 이가 훨씬 매력적이다. 화려한 꽃다발보다 물도 주고, 분갈이도 해주며 내가 직접 키워 온 나무화분이 더 좋듯이 함께 삶을 다져온 그가 더 만족스럽다.
남편과 살아보니, 살수록 앞으로 우리의 결혼 생활이 기대된다.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성장시키고, 변화시켜 나갈지 기대가 된다. 기대감 가득한 우리 사이가 좋다. 앞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 더 많은 결정들을 함께 해나가고, 서로 더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살다 보면 우린 어떻게 변해 있을까? 계속 우리 결혼생활을 느슨하고도 꾸준히 기록하고 싶은 이유다.
앞으로도 한 눈 안 팔고 여보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자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