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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욕심 없던 대파, 알고 보니 주인공 체질이었다

<채소 마스터 클래스> 대파수프의 맛

by 정예예


*대파수프 재료: 대파 1단, 감자 200g, 마늘두쪽, 소금 약간, 후추 약간, 올리브유

*대파가 왕창 들어간다. 왜냐하면 ‘대파수프’니까!


대파수프를 맛보자마자 이 맛을 요약할 수 있는 문장이 머릿속을 스쳤다.


“감초 조연 역할로 익숙한 배우가 주연으로 나선 영화를 봤는데 ‘이 배우가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어서 놀라고 감탄하면서 영화관을 나오는 기분!”


대파는 계절에 따라서도, 부분에 따라서도 맛이 다르고, 조리법과 만나는 재료에 따라서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재료다. 알고는 있었지만, 끽해야 흰 부분과 초록 부분을 다르게 즐긴다든지, 파기름을 낸다든지, 겨울 꿀 대파를 통으로 구워 먹는 거? 그 정도로만 대파를 먹어왔는데 대파에게 미안해졌다. 내가 너의 역량을 과소평가했구나.


대파수프는 대파 장기잔치다. 드디어 대파가 주연으로 나서는 메뉴다. 얼핏 감자수프인 듯 하지만 감자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이유는 대파의 화려한 맛놀림 때문이다. 대파수프인지 모르고 먹으면 “감자수프? 근데 맛이 특이하다? 이게 뭐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상대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한 듯 색다른 맛에 상대가 한창 헤맬 때 넌지시 메뉴명을 밝혀보자. “이건 대파가 한단이나 들어가는 대파수프야.” 분명 상대는 바로 수프를 한 술 더 뜨며 생각할 것이다. ‘이게 대파 맛이라고? 근데 대파맛이 뭐였지?’ 대파수프는 그렇게 대파의 다채로운 맛을 알아갈 수 있는 메뉴다.


이 메뉴의 또 다른 특별한 점은 수프 하면 떠오르는 묵직한 크리미 한 맛이 없다는 것이다. 우유, 생크림, 두유 그 어떤 것도 안 들어가서 그렇다. 하지만 모자람이 없다. 감자와 올리브오일이 만나 크리미 한 질감을 만들고, 입안에서는 깔끔하게, 목 넘김은 가볍게.


그래서 한 그릇 다 먹고 나면 묵직함 대신 기분 좋은 여운만 남는다. 가볍게 강하다. 묘하게 끌린다. 파를 향신 채소로만 여겼던 사람이라면, 이 수프 한 그릇이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대파에게 한마디 하고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대파야. 네 꿈을 펼쳐라

Thanks to <채소 마스터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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