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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된다는 건 어떤 걸까?

아이는 없고 육아일기는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by 정예예

결혼한지는 2년이 되어가지만 아이는 없다. 당분간 계획도 없다. 누구도 아이를 가지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 육아는 미지와 무지의 영역이다. 그렇다고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우리 둘 다 언젠가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 사실 임신과 출산, 육아 모두 두렵다. 그 경이로움과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난 감동적인 이야기들보다 겁나는 기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 난임률, 불임률이 어떻고 기형아 출산율은 어떤지 같은 수치들.


최근에 이사 온 동네는 어릴 때 대단지 아파트에 살 때처럼 아이들이 많다. 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언니 손잡고 등교하는 자매들도 볼 수 있고, 친구들과 얼굴이 익도록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주말이면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부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기운 넘치게 뛰어다니는 무릎까지 오는 아이들도. 그 친구들과 부딪치지 않도록 나도 주의를 기울인다. 다소 지친 표정임에도 행복의 기운이 감도는 각 가정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들에게 시선이 간다. '저분들은 어떻게 임신과 출산을 결정하셨을까? 아이를 낳으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더없이 행복하고 힘들다는데 대체 그 감정은 뭘까?' 하는 물음표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부모의 행복과 힘듦을 이리저리 추측해본다. 육아를 겪어본 바 없는 사람의 추측은 별 소용없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도 상상은 계속된다. 가끔 만나는 엄마가 된 친구나 직장동료에게서 돌배기 아이들의 이야기는 종종 듣지만 몇 명 안되기도 하고, SNS를 통해 접하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들은 그뿐이라 사진 뒤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는 알 수가 없다.

동네 풍경. 이 날은 사람이 적은 날이 었는데...

육아에 대해 약간은 관심이 있지만 그걸 열심히 알아보고, 임신을 준비하고 그런 상황은 아닌 나. <금쪽같은 내 새끼>를 챙겨 보면서 자녀로서 셀프 힐링은 하지만 부모 되기는 정말 어렵구나 고개를 젓는 나. 근데 이런 내가 요즘 육아일기 뉴스레터를 챙겨서 읽고 있다.


뉴스레터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다섯 명의 아빠들이 번갈아가며 쓰는 육아일기다. 육아일기이긴 한데 소개글처럼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에 가깝다. 글을 읽으면 아이의 모습보다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아빠의 시선이 그려진다. 글들이 모두 참 담백하다. 영상이 아니라 글이라서 더 좋다. 만약 영상이었다면 내 알고리즘에 뜨지 않았을 것 같고, 육아에 얽혀있는 일상의 여러 맥락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떠올릴 수도 없었겠지) ‘아이들이 귀엽다’만 하고 끝났을지도? 눈은 문장을 따라가면서 머릿속은 글이 말하는 장면들을 그려나간다. 사람을 품는 사람은 더 지혜로워지는 걸까? 다섯 아빠들이 쓰는 육아일기를 읽으면 ‘이게 양육하는 사람이 얻는 지혜구나.’싶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의 귀여운 로고


일요일 저녁에 오는 뉴스레터이지만 보통 월요일 출근길에 읽는다. 유난히 쳐져있는 공기의 월요일 지하철,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폰을 들고 뉴스레터를 읽는다. 육아일기만큼 생기 넘치고 역동적인 글도 없는 것 같다. 일상의 작은 사건도 남다른 활기가 있다. 부모와 아이의 성장, 그러니까 적어도 3인 이상의 사람들이 성장하는 이야기인 만큼 그 생명력이 내게도 전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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