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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예 May 08. 2022

부모가 된다는 건 어떤 걸까?

아이는 없고 육아일기는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결혼한지는 2년이 되어가지만 아이는 없다. 당분간 계획도 없다. 누구도 아이를 가지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 육아는 미지와 무지의 영역이다. 그렇다고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우리 둘 다 언젠가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다. 사실 임신과 출산, 육아 모두 두렵다. 그 경이로움과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난 감동적인 이야기들보다 겁나는 기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 난임률, 불임률이 어떻고 기형아 출산율은 어떤지 같은 수치들.


최근에 이사 온 동네는 어릴 때 대단지 아파트에 살 때처럼 아이들이 많다. 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언니 손잡고 등교하는 자매들도 볼 수 있고, 친구들과 얼굴이 익도록 뛰어다니는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주말이면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부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기운 넘치게 뛰어다니는 무릎까지 오는 아이들도. 그 친구들과 부딪치지 않도록 나도 주의를 기울인다. 다소 지친 표정임에도 행복의 기운이 감도는 각 가정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들에게 시선이 간다. '저분들은 어떻게 임신과 출산을 결정하셨을까? 아이를 낳으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더없이 행복하고 힘들다는데 대체 그 감정은 뭘까?' 하는 물음표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부모의 행복과 힘듦을 이리저리 추측해본다. 육아를 겪어본 바 없는 사람의 추측은 별 소용없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도 상상은 계속된다. 가끔 만나는 엄마가 된 친구나 직장동료에게서 돌배기 아이들의 이야기는 종종 듣지만 몇 명 안되기도 하고, SNS를 통해 접하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들은 그뿐이라 사진 뒤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는 알 수가 없다.

동네 풍경. 이 날은 사람이 적은 날이 었는데...

육아에 대해 약간은 관심이 있지만 그걸 열심히 알아보고, 임신을 준비하고 그런 상황은 아닌 나. <금쪽같은 내 새끼>를 챙겨 보면서 자녀로서 셀프 힐링은 하지만 부모 되기는 정말 어렵구나 고개를 젓는 나. 근데 이런 내가 요즘 육아일기 뉴스레터를 챙겨서 읽고 있다.


뉴스레터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다섯 명의 아빠들이 번갈아가며 쓰는 육아일기다. 육아일기이긴 한데 소개글처럼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에 가깝다. 글을 읽으면 아이의 모습보다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아빠의 시선이 그려진다. 글들이 모두 참 담백하다. 영상이 아니라 글이라서 더 좋다. 만약 영상이었다면 내 알고리즘에 뜨지 않았을 것 같고, 육아에 얽혀있는 일상의 여러 맥락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떠올릴 수도 없었겠지) ‘아이들이 귀엽다’만 하고 끝났을지도? 눈은 문장을 따라가면서 머릿속은 글이 말하는 장면들을 그려나간다. 사람을 품는 사람은 더 지혜로워지는 걸까? 다섯 아빠들이 쓰는 육아일기를 읽으면 ‘이게 양육하는 사람이 얻는 지혜구나.’싶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의 귀여운 로고


일요일 저녁에 오는 뉴스레터이지만 보통 월요일 출근길에 읽는다. 유난히 쳐져있는 공기의 월요일 지하철,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폰을 들고 뉴스레터를 읽는다. 육아일기만큼 생기 넘치고 역동적인 글도 없는 것 같다. 일상의 작은 사건도 남다른 활기가 있다. 부모와 아이의 성장, 그러니까 적어도 3인 이상의 사람들이 성장하는 이야기인 만큼 그 생명력이 내게도 전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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