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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예 Jul 24. 2022

농구수업에서 깨달은 것

난이도는 스스로 정할 수 있어요

혼돈에 빠진 몸

마지막이 될지 몰랐던 지난주 레슨. 오른발 왼발 번갈아 레이업 하는 걸 배웠다. 왼발 레이업만 배우고 연습했는데 번갈아 하려니 너무 헷갈렸다. 동작을 외우는 걸 못해서 춤도 잘 못 추는데 양발을 번갈아가며 연속 동작을 외워야 한다니 헷갈릴 수밖에. 온몸이 꼬였다. 한 발로 착지하지도 못하는 건 물론이고 왼발을 써야 할 땐 오른발을, 오른발을 써야 할 때는 왼발을 쓰며 난리가 났다. 아무리 동작을 외우려고 해도 입력이 되지 않았다.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왜 갑자기 회사일은 바빠졌는지, 한 시간 반 동안 지하철에 자리는 왜 나지 않은 건지, 나는 왜 이 흔치 않은 기회에 이리도 집중을 못하는 건지. 잘하고 싶은 마음과 따라주지 않는 몸.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집중력 없다고 닦달하는 나. 겨우 수업을 마치고 나와 편의점에서 바나나 하나를 사 먹으며 생각했다. ‘더 행복한 농구 시간을 보냈으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수업을 복기했다.  



성급한 마음

문제의 원인은 내게 있었다. 그날 나는 내 컨디션이 어떤지 인지하지 못했고, 그에 맞는 난이도 조절을 하지 못했다. 우선 그날의 내 컨디션과 상황은 이랬다.   


- 컨디션 점수: 4점(10점 만점)

- 출퇴근 시간:전날 퇴근 9시, 당일 기상 6시

- 업무강도: 강

- 농구 수준: 레이업 경험 있으나 단련된 수준은 X, 왼발 레이업만 경험, 오른발 레이업 경험 무

- 기타 고려 사항: 점심 1시간 웨이트, 버스 1 지하철 2 환승


너무 지쳐있었다. 에너지 수준이 낮으면 여러 가지를  번에 신경 쓰기 어렵다. 그러니 더욱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한꺼번에 잘하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부려  풀에 지치고 말았다. 앞을 보며 드리블을 하고 있는지, 손목에 힘은 빼고 있는지(손목으로 드리블하는   나쁜 습관이다.), 왼발로 뛰어오를지 오른발로 뛰어오를지, 팔은  뻗고 있는지, 착지는  발로 하고 있는지... 생각도, 욕심도 많았다. 단번에 모든 걸 잘하고 싶어 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역할

수업을 듣는다고 하면 수업 난이도를 정하는 건 온전히 코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코치에게만 맡겨 둘 건 아니다. 자기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특히 여럿이 수업을 들으면 개개인 맞춤은 어렵기 때문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난이도를 알아서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코치는 모르지만 나만 아는 내 컨디션과 사정이 있다.

그날 내가 지친 마음을 진정시키고 내게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수업에 참여했더라면 어땠을까? '오늘은 컨디션이 낮은 날이니까 일단 왼발 레이업 순서만 제대로 해보자.'라든지 '우선은 왼발 레이업만 집중해보자, 나머지는 그다음 생각하자'같은 식으로 부담을 줄였다면  좋았을 텐데. 오늘 수업에서   훈련한 스킬이 있다면 다음 시간에 하면 되는데 마음이 너무 급했다. 너무 욕심이 많았다.


출처: Pixabay


나에게 맞는 전략

계속해서 농구를 하려면 부담이 아닌 즐거움이 필수다. 사실 농구뿐 아니라 계속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그렇다. 늘 컨디션이 좋을 순 없으니까 내 상태를 빨리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만약 내 상태가 어떤지 충분히 파악하지 않고 실행부터 들어간다면? 나 같은 경우 완벽주의 성향을 컨트롤하기 어렵다. 한 번에 모든 걸 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늘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성향은 평소에는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강점으로 쓰는데 컨디션이 무너지면 욕심만 부리게 되는 약점이 된다.



더 나은 결정

스포츠는 매 순간이 의사결정이다. 압박되는 상황 속에서 빨리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경기로 치면 수비수의 압박을 받으며 수비를 뚫을지 패스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훈련은 또 어떤가. 드리블 후 레이업을 하는 연습을 한다 치면 나 다음으로 다른 사람들이 줄 서서 자기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발, 왼발이 헷갈려도 어서 달려 나가야만 한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그만큼 결정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빠듯한 시간 내에 많은 결정들을 내리면서 배운다. 그리고 스포츠만큼 결정 결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돌아봄은 늘 배움의 시간이다. 오늘도 농구 복기를 하면서 농구뿐 아니라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 깨달음을 얻었다. 행복한 농구인이 되는 길과 행복한 사람이 되는 길은 같다. 농구를 하면서 앞으로 또 어떤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농구를 계속하고 싶은 이유다.


<농구일기>

회사에서 아침 농구를 하며 깨닫는 점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은 극초보. 160cm 여성으로 ‘농구는 내게 불가능의 영역’으로 두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농구를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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