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쌓여야 눈바람이 부는 것처럼
눈이 그친 뒤에도 부는 보스턴의 눈바람이, 이상하게도 좋았다. 눈 덮인 나무로 꽉 찬 풍경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밤새 눈이 쌓였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눈이 부시다. 계절에 맞춰 앙상해진 나뭇가지들은 온통 눈으로 덮여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눈은 휘날리고 도로 위에도 다시 쌓여간다.
삶에 쌓여있는 게 있어야 인생이라는 바람이 나를 이리저리 흔들 때, 흩날리는 글에 몸을 대어주며 또 한 줄의 문장을 쓸 수 있겠다 싶다.
깨끗한 순간뿐 아니라 밟히고 진흙탕이 된 눈 같은 밑바닥의 감정까지도 정직하게 남기는 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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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비보다 오래 남는다. 밖이 어두워도 흰색을 내뿜는다. 기꺼이 발자국에 파여 주고, 누군가에겐 뽀드득 소리가 되어 기쁨을 준다. 눈은 그렇게 인생들의 속도를 바꾼다.
묵직한 힘이 되어 사태를 일으키기도, 누군가의 위로가 되기도 하는 눈. 내 글도, 내 삶도 그런 좋은 눈이 될 수 있을까. 비록 형체는 사라져도 흔적과 에너지는 남는, 그런 눈 같은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