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카 기차표 예매 팁과 기요미즈데라
일본 공항에서 오사카나 교토로 갈 때는 무조건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서 가야 한다. 일본 현지에서 결제하면 공항에서 오사카까지 가는 라피트 기차표를 샀을 때 성인 1명 일반실 가격이 1480엔으로 한국 돈으로 대략 1만 5천 원인데, 한국에서 미리 사면 인당 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네 명이면 무려 2만 원 할인이나 흐흐.
사실 이런 건 여행 떠나기 전에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가족들에게 미리 예약해서 싸게 샀다고 생색을 내는데 아버지께서 '왜 한국에서 사는 게 더 쌀까?'라고 얘기하셨고 어머니께서 '일본 관광을 오게 하려고 하는 거겠지.'라고 얘기하셨다. 이미 일본에 도착한 사람에겐 어차피 티켓 살 텐데 굳이 현지에서 티켓을 싸게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 걸까.
이번 기차표 예매는 클룩 앱을 이용해 보았다.
편하게 핸드폰 어플로 바우처의 QR 코드를 보여주니 기차표를 받을 수 있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굉장히 유용했던 게 예전에 오사카에 여행 왔을 땐 오사카 공항 역에서 종이로 된 왕복 티켓을 받았다. 그런데 일본 공항으로 가는 여행 마지막 날에 티켓이 든 비닐봉투를 호텔에다 놔두고 와버린 것이었다. 지하철 역까지 갔다가 기차 티켓이 사라진 걸 알게 된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문의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클룩 앱을 이용하면 그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 따로 인쇄해서 들고 다닐 필요도 없구. 다만 인터넷이 안되면 QR코드를 볼 수 없으니 안전하게 캡쳐를 해두자.
그렇게 하루카라는 기차를 타고 교토로 이동했다. 교토 역에 도착했는데 사실 교토는 이번이 3번째로 오는 곳인데 교토 기차역은 너무나도 낯설었다. 1, 2번째 교토에 왔을 때는 사실 어떻게 교토에 왔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교토 역에 아예 안 왔던 걸까 아니면 왔는데 기억이 안나는 걸까? 교토 타워도 교토 역 내부의 모습도 너무 낯설어서 여행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교토 역은 구경할 겨를이 없었다. 청수사를 봐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 없었기 때문이었다. 청수사 근처에 예약한 료칸인 '교노야도 기온 후쿠즈미'가 있는 곳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버스는 보통 일본 버스들과는 다르게 선불이었다. 후쿠오카에서 버스를 탔을 때는 거리에 비례해서 버스 가격이 올라갔는데 여기는 버스 정류장이 적은 지 (내가 탄 버스는) 100엔으로 통일이 되어있는 것 같았다.
일본의 버스는 한국의 버스와는 문화가 너무 달랐다. 일본 버스에는 기사가 버스 내에 방송으로 얘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었다. 그 방송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법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버스가 출발할 때마다 "출발하겠습니다"(일본어를 못해서 진짜로 이 뜻이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음)와 같은 말을 하며 출발하는 것이었다. 운전도 급발진이나 급제동 없이 굉장히 젠틀했다. 그리고 버스가 멈추고 나면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버스는 대체적으로 운전이 난폭하고(모든 우리나라 버스 운전자가 난폭하다는 건 아닙니다) 버스가 멈추기 전에 사람들이 일어서서 내린다. 버스가 멈춘 뒤에 내리려고 하면 기사 아저씨가 문을 닫아버릴지도 모른다. 이처럼 한국과는 180도 다른 일본의 버스 문화는 너무 충격이었다. 버스에 탄 승객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버스를 타고 료칸 숙소로 가고 있을 때가 오후 5시 15분 정도였다. 그런데 청수사의 개장 시간이 내가 알기로 골든 위크 때 저녁 6시 30분까지였다. 그리고 마지막 입장 시간은 그보다 더 빠를 수도 있겠지. 료칸에서 청수사가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라서 가는 길에 니넨자카와 산넨자카를 보고 청수사를 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너무 시간이 빠듯했다. 마음이 초조하기 시작했다. 료칸에 짐을 빠르게 맡기고 후다닥 가야지.
료칸에 도착해서 짐을 풀어서 일회용 카메라를 꺼내서 가족들에게 나눠주었다. 지난 편에 소개했지만 이번 여행은 특별하게 일회용 카메라를 이용해 각자의 시선을 담을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서울에 돌아오면 필름을 인화해서 앨범을 만들어서 집에 보낼 예정이다. 각자의 사진이 어떻게 담길까 궁금하고 설렜다.
그런데 료칸에서 나가기 전에 무슨 일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가 약간 싸우셨다. 청수사 개장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조급해진 어머니가 급하셨던 것 같다. 어머니가 잔소리를 하시고 아버지는 잔소리 좀 그만해라는 식의 대화였는데 듣기만 해도 피곤해지는 말다툼이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와 여행을 가도 싸운다는 말이 있다. 이번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는 앞으로의 갈등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우리는 료칸 숙소에 짐을 두고 청수사로 향했다.
청수사를 가는 길에도 절들이 꽤 많았다. 교토에는 2000개가 넘는 절이 있다고 한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절들은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덜 유명한 절들 같았는데 나중에 교토에 절만 구경하러 와도 재밌을 것 같았다.
인천의 개항장 거리에서 볼 수 있었던 목조 건물을 여기선 굉장히 많이 볼 수 있었다. 사람이 많긴 했지만 청수사로 향하는 골목의 풍경이 지는 햇빛과 어우러져 따듯하고 보기 좋았다.
지나가다가 이런 특이한 분도 봤는데, 갓을 쓰고 피리를 부는데 앞에 검은색 시바견도 갓을 쓰고 있었다. 시바견이 진짜 너무 귀여웠다. 그런데 청수사 개장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10초만 구경하고 바로 올라갔다. 동영상 10초만 찍을걸 너무 아쉽다. 지금 사진으로 다시 보니 자기의 음악 앨범을 판매하는 분이셨구나.
니넨자카와 산넨자카는 되게 관광지 느낌이 강했다. 청수사 가는 좁은 길 양 옆으로 가게가 쭉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거리는 예뻤지만 너무 상업적으로 발달된 곳이라서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사람이 너무너무 많고 청수사 개장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구경은 하나도 못하고 올라갔다. 유명한 스타벅스가 여기에 있다던데 스타벅스는 구경도 못했다.
청수사로 올라가는 길은 꽤 힘들었다. 딱 이 거리를 보자마자 '아 역시 골든 위크 때는 일본 여행 오면 안 되겠다.' 싶었다. 어머니도 "앞으로 골든위크 때는 일본 안 와야겠다." 하셨다. 게다가 오르막이 좀 있어서 계속 올라가야 하는 것도 다리가 아팠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서 청수사에 도착했다.
청수사는 일본어로 기요미즈데라인데 기요미즈는 맑은 물을 뜻한다. 절 안에 물이 나오는 작은 폭포가 있는데 여기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절은 798년에 지어지고 1633년에 재건될 정도로 매우 오래된 절이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도 등록이 되어있다고 한다.
청수사 내부에도 사람은 엄청 많았다. 무엇이든 하려면 줄을 서야 했다. 종을 치면서 기도하는 곳도, 절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도, 청수사 이름의 기원이 되는 물이 내려오는 곳도 엄청나게 긴 줄을 서야 했다. 부모님은 줄 서는 걸 싫어하셔서 우리 가족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줄을 안서는 곳이 있길래 동생이 돈을 넣고 기도를 했다. 법당에 모셔져 있는 붉은 옷과 모자를 쓰고 있는 불상들이 귀여웠다.
청수사는 그 크기가 정말 크고 높다. 위 사진의 오른쪽 목조 건물이 청수사인데 그 아래로 정말 높은 나무 기둥들이 청수사를 받치고 있다. 본당의 지붕이 공사 중이라 지붕이 천막에 가려져 있다. 공사는 도쿄 올림픽이 열리기 전 2020년 3월에 끝날 예정이라고 한다. 공사 때문에 청수사의 본래 모습을 못 보는 건 아쉬웠지만 날씨가 좋아서 멀리까지 보이는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
청수사를 다 보고 나면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가는 길에 초록색 나무들이 무성해서 숲을 걷는 것 같았다. 청수사도 사실 두 번 와봤는데 이 길은 이상하게 기억이 잘 나진 않았다. 참고로 위 사진의 긴 머리를 묶고 계신 분은 여자분이 아니라 내 아버지이시다.
산책로의 끝에는 세 갈래로는 나오는 작은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이 물이 청수사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물이다. 이 물은 각각 건강, 사랑, 학문을 뜻하는데 물은 2개까지 마셔야 마신 물이 의미하는 것이 좋아지는데 3개를 마시면 안 좋아진다고 한다. 너무 욕심부리면 인생이 꼬인다는 교훈을 주려고 하는 건가. 물의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서 기다리는 줄이 정말 길었다. 30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줄이었다.
기요미즈데라는 절뿐만 아니라 자연경관도 너무 좋았다.
내려오는 길인데 수많은 인파가 보이는가? 골든 위크 때는 되도록이면 일본 여행 가지 말자 또 다짐! 청수사가 마치는 시간이라 가게들도 대부분 닫아 있었다. 물론 열려 있었어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구경할 엄두가 나지도 않았다.
많이 걸어서 힘들다고 비명을 외치는 다리를 이끌고 료칸 숙소로 돌아갔다. 이제 가이세키 저녁 식사가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토의 오래된 료칸에서 주는 가이세키 식사는 어떨까? 너무 배가 고파서 저녁밥을 빨리 먹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