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테이크 못해먹겠다

장인정신 vs 똥고집

by 박천희

이번 1집 앨범의 목표는 원테이크였다. 원테이크로 녹음하고 싶은 이유는 자연스러움을 담고 싶었다. 기타와 보컬을 따로 녹음하면 연주나 노래를 할 때 흥이 나지 않아서 노래의 감정을 못 살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노래 멜로디와 가사가 고조될 때 기타의 연주도 함께 고조되어서 노래의 강약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하고 싶었다.


원테이크를 레퍼런스로 삼은 앨범은 하헌진 씨의 솔로 앨범들을 참고했다. 솔로 앨범들은 국내 음원 사이트에는 없고 밴드캠프에 업로드되어 있다(링크 : https://haheonjin.bandcamp.com/). 노래와 연주의 느낌이 원테이크로 하신 것 같아서 친분은 없지만(공연 때 사진 찍어달라 해서 같이 찍은 적은 있음 쩝) 인스타 DM으로 솔로 앨범을 어떻게 녹음하셨나고 물어보았는데, 보컬에 마이크 하나, 기타에 마이크 하나, 총 2대의 마이크를 이용하여 녹음하셨다고 한다. 나는 예전에 원테이크 녹음했을 때 마이크 한 대로 했는데 기타와 보컬을 마이크와의 거리로 각각의 볼륨을 컨트롤하는 게 꽤 힘들었어서 마이크를 하나 더 살까 고민하고 있었다. 하헌진 씨의 답변 덕분에 고민 없이 마이크를 한대 더 구매하였다. (이 자리를 빌려 하헌진 씨에게 감사함을 표시합니다.)


그런데 원테이크 방식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두 번째 녹음 곡 '다른 세계'를 녹음 시도 한 횟수가 이제 200번이 되어가는데 아직 녹음을 성공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기타와 보컬 두 트랙을 녹음해서 395÷2를 하면 녹음 횟수가 나온다.

녹음을 끝낼 수 있을까. 한 곡을 300번 녹음해서 성공한다 치면 9곡이면 2700번 녹음을 시도해야 한다. 하루에 녹음을 30번 시도한다 치면 90일이 걸리고 내가 일주일에 5일 정도 녹음하니까 총 18주에 녹음이 끝나게 되니 녹음하는데 5달 정도 걸리게 된다. 그럼 대충 내년 1월 정도면 녹음이 끝난다. 그다음엔 믹싱, 마스터링도 해야 하고 음반 디자인 의뢰나 음원으로 발매하는 건 또 어떻게 하는지 얼마나 걸리는지도 아직 잘 모른다. 대충 넉넉하게 잡으면 1년은 걸릴 것이다. 가수들이 실제로 앨범 하나를 내는데 1년이 걸리기도 하고 길면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한 곡을 녹음하는데 300번의 시도는 적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300번의 시도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어서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고, 그렇게 시도하는 건 너무 고통스러우며, 지나가는 시간이 아깝다. 나는 앨범도 빨리 내고 싶고 궁극적으로 밴드 음악도 하고 싶은데 잘못하면 마흔에 활동하겠다 ㅠㅠ


그래서 원테이크를 포기하고 따로 녹음할지 정말 고민된다. 확실히 기타와 보컬을 따로 녹음하면 빨리 끝나긴 할 텐데. 내가 괜한 고집을 부리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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