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로 떠나는 오사카 여행 -8-

난바스파크, 가메스시, 공중정원

by 박천희

코로나 발생 이전에 다녀온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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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는 출근 시간 여성 전용칸이 있다는 걸 지하철 타는 곳의 안내문을 보고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 명절에 부산에 내려가니 이와 똑같은 출근 시간 여성 전용칸이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오사카와 부산이 비슷한 면이 많다던데 지하철 여성전용칸을 시행하는 것도 비슷한 점인가 보다. (서울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오사카성을 다 구경하고 난바파크스로 향했다. 어머니께서 봐 두신 프랑스 패션 브랜드 '단톤'이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싸게 살 수 있고, 난바파크스의 비샵이라는 편집샵에서 '단톤' 브랜드의 옷을 판다고 해서 구경하러 갔다.


대학생 시절 방학 때 고향에 내려가면 부모님께서는 주말에 백화점이나 아울렛에 들러 옷을 사주시곤 했다. 쇼핑을 할 때는 나와 어머니가 궁합이 잘 맞아서 내가 예뻐하는 옷은 어머니도 예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어머니와 별다른 이견 없이 옷을 살 수 있었다. 이와 반대로 어머니와 동생은 패션 취향이 많이 달라서 동생이 "이 옷 예쁘니까 사줘." 하면 어머니가 "에이 그건 별로 안 예쁜데." 하신다. 나도 속으로 '예쁜 것 같진 않은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동생은 왜 내 맘에 드는 옷 못 사게 하냐면서 짜증을 낸다. 그러면 내가 어머니에게 "엄마, 동생 자기 맘에 드는 거 사 입게 해 줘야지"라고 얘기하고 이 과정이 무한 반복된다. 동생은 자기가 원하는 옷을 살 때도 있고 어머니의 얘기에 짜증 나 안 살 때도 있었다. 거의 반반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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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바파크스에 도착하니 나는 체력이 바닥이 나서 너무 힘들었다. 부모님과 동생은 백화점 구경을 하고 나는 백화점 안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좀 쉬었다. 쉬면서 일본 백화점을 둘러보았다. 나는 일본 백화점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한국의 백화점과 너무 비슷해서 여행 온 기분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이런 곳입니다 라는 메뉴얼이 한국과 일본에 있는 걸까? 좀 쉬다 보니 괜찮아져서 부모님이 계신 비샵으로 찾아갔다.


어머니의 마음에 드는 가을용 코트를 하나 찾으셨다. 체리색의 무난하고 깔끔한 색에 황토색 동그란 큰 단추가 달려있는 옷으로 내 맘에도 드는 옷이었다. 가격도 확실히 한국보다 저렴했다. 어머니는 거울을 보시며 한참을 고민하셨다. 어머니의 눈에는 코트의 사이즈가 커 보이신다고 하셨다. 코트의 어깨 라인이 어깨를 넘어 팔 쪽에 약간 걸쳐져 있었다. 옷의 팔이 살짝 길었지만 접어서 입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내가 예쁘니까 하나 사라고 여러 번 얘기했지만 결국 어머니는 사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정 사이즈의 옷을 좋아하신다. 어머니에게 예쁜 옷이란, 티셔츠는 어깨선이 실제 어깨 위치와 딱 맞아야 하고, 바지는 접어 올리지 않고 매장 직원에게 바지 끝단을 접어 올려 맞는 길이에 시침핀을 꽂아 수선을 해 바지 길이를 줄여 입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취향은 나의 어릴 적 패션에도 영향을 끼쳤다. 어린 시절 나는 오버사이즈의 옷은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께서 사주셨던 나의 옷들은 항상 정 사이즈였고, 바지는 조금이라도 길면 매장에서 직원에게 시침핀을 꽂아달라고 하여 단을 줄였다. 나는 오버사이즈가 싫어서 안 입은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의 패션 세포는 옷이라면 당연히 정 사이즈로 입어야지 라고 말했다. 오버사이즈 옷은 한 번도 입어보지 않았다. 그런데 여자 친구에게서 오버사이즈 옷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큰 옷을 입으면 내가 귀여워 보였다. 사이즈가 길면 소매나 바지단을 접어 올리면 되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어머니는 어떤 계기로 오버사이즈 옷을 싫어하게 되셨을까? 어머니도 큰 옷을 입었을 때 누군가로부터 예쁘지 않다는 얘기를 들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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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아무것도 사진 않고 호텔로 걸어서 돌아왔다. 지하철 한정거장 거리라 애매해서 걸어갔는데, 내 체력은 바닥난 상태라 지하철 한정거장 거리를 걸어가는 것도 힘들었다. 여행을 할 때 힘들면 서럽다. 게다가 그 서러움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할 때 더욱 서럽다. 구경 많이 하고 싶은데 몸은 안 따라주고, 좋으려고 왔는데 고생하는 것 같고. 역시 여행은 체력이 많이 필요하다. 어떤 분들은 여행 때 매일 홍삼을 드신다고 하던데 좋은 방법인 듯하다. 그렇게 호텔에 도착해서 좀 쉬었다.


호텔에서 쉬면서 저녁을 어디 가서 먹을까 하다가 동생이 자기가 가봤는데 너무 맛있게 먹었던 스시 식당인 "가메 스시"에 가보자고 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엄청난 맛집, 웨이팅은 기본 30분부터 1시간이 넘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부모님은 식당 웨이팅을 하기 힘들어하셔서 걱정은 되었지만 동생이 정말 맛있다고 하고 마땅히 다른 식당을 알아본 곳도 없어서 가보기로 했다. 체력이 방전된 우리 가족은 편하게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를 타니 너무 편했다. 역시 돈이 최고야!


드래곤볼 거북도사의 제자인 손오공과 크리링의 도복에 그려져 있던 "거북 귀" 글자가 간판에 적혀있는 "가메 스시"에 도착했다. "가메 스시" 식당은 두 군데 있었는데 사람이 적어 보이는 곳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줄은 다행히 별로 길지 않았다. 매장 밖으로 한 사람만 기다리고 있었다. 와 운 좋다!라고 생각했는데 식당 내부에 들어가니 식당 안에도 줄이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이구나. 약 20~30분 정도를 기다렸는데 다행히 부모님들께서 잘 기다려주셨다. 직원분께서는 처음에는 둘둘 따로 앉다가 나중에 자리를 합쳐주시겠다고 하셨다. 나중에 먹다가 자리를 합쳐서 앉을 수 있었다. 직원분들은 굉장히 친절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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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분위기는 끝내줬다. 식당인데 활어를 파는 수산 시장이나 포장마차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런 스시집을 본 적이 없었다. 오직 이 곳만이 낼 수 있는 분위기였다. 주문을 받으면 곧장 스시를 만드는 셰프들, 셰프들에게 큰 소리로 주문을 외치는 직원분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못다 한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비워져 가는 술잔들. 특이하게 1층은 바의 형태라 주문하면 자리 앞의 셰프님이 스시를 만들어주는 구조였다. 내가 주문한 스시를 만드는 장면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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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4_212144.jpg 초밥을 주문하면 가격에 맞는 색상의 플라스틱 판을 막대기에 끼우신다.

가메 스시는 내가 먹어본 스시 중에 가장 맛있었다. (과장이 아니다.) 이 집의 특징은 생선의 두께가 굉장히 두껍고 크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 간단한 전략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두껍고 큰 스시는 처음 먹어봤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생선회, 한알 한 알이 느껴지는 고소한 밥알, 짭조름한 간장과 스시 최고의 조미료인 적당한 고추냉이까지. 다음에 다른 사람과 오사카를 가게 되면 꼭 데려가고 싶은 곳이었다. 맛과 분위기를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릴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저녁을 다 먹고 택시를 타고 공중 정원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공중 정원도 세 번째로 와보는 곳이었다. 공중 정원도 오사카에 여행을 오면 꼭 들리는 곳으로 오사카성과 같은 한국인 일본 관광의 랜드마크인 것 같다. 첫 번째로 공중 정원을 왔을 땐 낮에 왔었다. 대학교 친구 3명에서 왔었는데. 평일 낮에 와서 그런지 사람이 되게 없었다. 두 번째 공중 정원은 해가 지는 시간에 오게 되었는데, 노을도 보고 야경도 보니 엄청 좋았다. 개인적으론 야경이 더 예쁜 것 같다. 건물의 높이가 엄청 높지 않아서 야경 불빛이 더 크고 밝고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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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간 공중 정원은 다 괜찮았는데, 공중 정원의 하이라이트인 개방되어있는 옥상이 너무 추웠다. 와 나갔는데 바람이 정말 너무 쌩쌩 불어서 야경을 구경하려는데 이가 덜덜 떨렸다. 온 가족이 추워서 옥상을 뛰어가면서 구경하느라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어머니가 시계를 잃어버리신 것 같다고 하셔서 나와 동생은 다시 옥상으로 나와서 핸드폰의 플래시를 켜고 시계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나 찾아다녔다. 결국 시계는 찾지 못했고 여행을 다녀온 뒤 사진을 보니 저녁을 먹은 "가메 스시"에서 어머니의 손목에 시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스시 집에서 시계를 잃어버리신 것 같았다. 시계를 잃어버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공중 정원을 다 봤는데 동생이 근처 우메다역에 자기가 너무 맛있게 먹은 파 타코야키가 있다고 해서 사 먹으러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타코야키 가게가 영업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구글 지도에 나와있는 타코야키 가게의 영업시간은 "매우 촉박하게 닫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동생이 너무 먹고 싶어 해서 20~30분 정도 걷는 거리를 열심히 걸어가게 되었다.


동생은 힘들면 택시를 타고 먼저 호텔로 가라고 그랬지만 어머니는 그냥 가자고 그러셨다. 어머니는 체력이 좋으셔서 굉장히 잘 걸으신다. 이삼십 분의 거리가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으셨을 것이다. 짧은 거리인데 굳이 가족 여행을 두 사람 두 사람으로 나눠서 다닐 필요 있나 싶으셔서 그러시지 않았을까.


반면 아버지의 체력은 한계에 다다르셨다. 동생은 파 타코야키 가게가 닫기 전에 가기 위해 굉장히 앞에서 열심히 걸어갔는데 힘드신 아버지께서는 뒤편에서 천천히 걸어갔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걸어갔기 때문에 힘드신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아버지는 걷는 도중 탄식을 내뱉기도 하셨고 중간에 걸음을 멈추기도 하셨다. 이미 동생과 어머니는 많이 앞 쪽에서 걸어가고 계셨기 때문에 그만 가자고 얘기할 수도 없었다. 그 와중에 나는 앞서가는 동생과 어머니를 눈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 경로를 유심히 쳐다봤다. 건물의 코너를 돌 때는 아예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아버지도 챙겨야 하고 앞서가는 일행도 봐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


물론 동생은 힘들어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못 봤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아버지를 그렇게 고생시키는 동생이 싫었다. 그런 와중에 아버지는 걸어갈 수 있다면서 힘들게 걸어가셨다. 많이 힘드시면 못 걸어가겠다고 얘기하시면 되실 텐데 아버지는 그렇게 얘기하진 않으셨다. 자신의 몸을 챙기지 않는 것 같은 아버지나, 문을 닫았을 것 같은데 고집을 부리는 동생. 가족 간에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다. 결국 타코야키 가게는 문을 닫아서 동생이 먹고 싶었던 파 타코야키는 사지 못했다. (어머니는 동생이 없는 곳에서 '것 봐라 닫았을 거 같드만 으휴!'라고 한소리 하셨다.)


호텔에 도착해서 동생에게 "그런 상황에서 걷기 힘드신 아버지를 데리고 타코야키 집으로 가는 건 잘못된 행동이었어."라고 얘기하려다 참았다. 동생도 마지막엔 그런 상황을 모르진 않았을 테고, 이미 끝난 일 말해봤자 뭐하겠냐며 동생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아 하진 않았다.


힘들게 걷는 아버지를 보며 가족 여행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야 하는 것 같다. 아버지의 족저근막염이 나으시면 가장 좋겠지만 완치하시기는 어렵겠지. 내 로망은 부모님을 스위스로 비즈니스 티켓을 끊어서 데려가 구경시켜드리는 것이다.


내 로망에 딜레마가 있다면 아버지가 여행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으시다. 내가 가본 곳 중 가장 좋았던, 나의 로망 여행지였던 스위스에 부모님을 데리고 가게 돼도 아버지는 큰 감흥이 없으실까? 감흥이 실제로 없을지는 직접 가봐야 알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가장 큰 감동을 받았던 여행지인 스위스로 부모님을 모시고 가고 싶다. 부모님께서 한 살이라도 젊으실 때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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