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언젠가 나만의 바틀샵을 열고 싶다
※ 댓가를 받지 않고 작성한 리뷰임을 알려드립니다. 책은 맥주 수입사 윈비어(@winbeerco)로부터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았으나 리뷰를 해달라는 요청은 없었습니다.
맥주 애호가라면, 그것도 크래프트 맥주 애호가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나만의 보틀샵을 열어서 내가 좋아하는 맥주들을 파는 것을. 꿈이 더 큰 사람은 브루어리를 만들어서 자신의 맥주를 만드는 것까지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상상을 현실로 실현하는 것은 소수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에게 '그런 글이면 나도 쓸 수 있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내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글을 쓰지 않았고 나는 글을 썼다.'라고 얘기했다.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맥주 애호가들이 꿈꾸는 바틀샵 매장을 여는 것뿐만 아니라 3년 넘게 영업하고 있는 바틀샵이 있다. 크린토피아 옆의 가게라는 점에서 이름을 따온 "세탁소옆집"이 바로 그 바틀샵이다.
"회사를 왜 그만둬요? 내 소중한 본업인데!
사이드 허슬로 인생을 두 배로 즐겨요!"
- 주인장2 김경민 -
퇴사를 하고 바틀샵을 하는 모습을 꿈꿨던 나는 부업으로 바틀샵을 하신다는 얘기에 아쉬웠...진 않았지만! (나는 오늘도 퇴사를 꿈꾼다☆) 한국의 직장인이라면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게 되면 무슨 일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책의 저자이자 세탁소옆집 바틀샵의 사장님인 조윤민, 김경민 씨는 본업을 유지하면서 사이드 허슬(부업)로 바틀샵을 운영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사이드 허슬이란 실리콘 밸리에서 흔하게 쓰이는 용어로 직장을 다니면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회사 외부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한국에서 크래프트 맥주 관련 사업이 크지 않다. 특히 안주나 먹을거리를 팔지 않고 맥주만 파는 바틀샵의 경우는 돈벌이가 더 힘들어 보인다. 내가 아는 바틀샵만 해도 벌써 5개가 문을 닫았다. 그러한 관점에서 바틀샵을 3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는 세탁소옆집만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하며 책을 읽었다.
가게는 가게 사장의 모습을 닮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세탁소옆집 사장님들을 본 적은 없지만 책을 읽어보니 세탁소옆집의 사장님들은 흥이 넘치고 활동적이신 분들 일 것 같다. 세탁소옆집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들을 하고 있었다.
디제잉을 좋아하셔서 금호점을 열기 전부터 디제잉하기 좋은 가게 내부 구조를 계획하였다. 아마추어 DJ들이 참여하는 "런드리 나잇" 파티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금호동에 신혼부부가 많다는 점에서 아기 용품을 사고팔 수 있는 "금리단길 부흥 프로젝트"라는 플리 마켓을 열었다.
손님들과의 대화 중에 재밌는 일을 만들 수 있겠다 싶으면 바로 행사를 만들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손님과 고기를 파는 콜라보 행사, 전시와 연계한 보틀샵에서의 전시, 콤부차 만들기 클래스 등을 진행하였다.
가장 흥미로웠던 이벤트는 "사워 맥주"를 만들었던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세탁소옆집은 바틀샵을 운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신만의 맥주를 만들고 싶어 졌다. 대중들이 익숙한 라거나, 맥주 덕후들에게 인기 많은 페일 에일이 아닌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워 맥주(신 맥주)를 만들겠다고 계획하셨다. 사워 맥주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도 소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세탁소옆집의 도전은 경제적으로는 불확실성이 큰 무모한 도전이었다.
세탁소옆집에서는 이 기획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방법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만났던 사장님들이라서 그런지 마케팅을 확실히 잘하는구나 느끼게 되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크라우드 펀딩은 대박이 났다.
펀딩을 오픈한 지 6시간 만에 목표 금액을 100% 달성했다. 최종적으로는 매출 금액보다 1710% 초과 달성했다. 사워 맥주가 흔한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대중들에게 새로운 맥주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스토리텔링이 성공적이었다. 이외에도 와디즈에 피드백을 받으며 펀딩을 어떻게 더 성공적으로 보완할 수 있었는지 책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아쉽게도 와디즈 펀딩 페이지를 지금은 볼 수 없다.
www.wadiz.kr/web/campaign/detail/27063
책의 내용에 오프라인으로 맥주를 파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해져서 앵콜 크라우드 펀딩을 할 수 없겠다는 것이 있었다. 이로 짐작하건대 와디즈의 크라우드 펀딩도 이 때문에 볼 수 없도록 변경된 것 같다.
이러한 행사들로 세탁소옆집의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체육부가 생겼다. 체육부 티셔츠를 만들기도 하였다. 티셔츠를 함께 입는 것은 세탁소옆집에 대한 소속감을 높여줘 커뮤니티의 연대를 더 강화시켰다. 매주 금요일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는 상영회를 열었다. 맥주 탐색단을 만들어 자신의 맥주 취향을 발굴하고 이는 가게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커뮤니티에 중점을 두지 않았는데 가게를 운영하시다 보니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하신다.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 세탁소옆집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즐기시는 것 같다. 책에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는데 사장님과 굉장히 친한 사이가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있다 보니 재밌는 일들을 벌리시기도 하고, 가게가 운영하는데 든든한 조력자 역할이 되어 가게를 운영하기 힘들 때 일일 알바를 해주기도 하였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알베르토라는 재밌는 인형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세탁소옆집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확인해야 왜 재밌는 인형인지 알게 되었다. 맥주 여행 이야기에서는 오래된 맥주를 파는 쿨미네이터에 대한 사진과 미켈러에서 서 해마다 주최하는 맥주 축제인 MBCC에 참가했을 때의 사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사이드 허슬, 해봐야 안다.
-세탁소옆집-
나도 언젠가 바틀샵을 운영해보고 싶다. 세탁소옆집 사장님들처럼 인싸가 아니라 커뮤니티를 잘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닥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지 않을까. 맥주 큐레이션도 쌈박하게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다른 것들 (커피나 전통주)도 함께 팔아보고 싶다.
물론 현실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편의점 4캔 만원 맥주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비싼 맥주를 사서 마실까 의문이다. 맥주란 음식(돼지고기, 치킨 등)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 역할(라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바틀샵들이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맥주 관련 일을 하고 싶은 건 내가 맥주를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맥주로 돈을 벌게 될 날을 꿈꾸며 맥주 유튜브도 하고 있다. (깨알 홍보 : www.youtube.com/channel/UC2xULKT3EsqelBSulF_1t0Q)
제대로 된 영상은 이제 올리기 시작했으니 앞으로를 기대해주세요ㅎㅎ
맥주를 좋아하거나, 맥주 관련 사업을 해보고 싶은 분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러한 분들에게 "말하면 다 현실이 되는 세탁소옆집" 책을 추천드린다. 제가 언급한 내용 말고도 동업에 대한 이야기, 시장 조사를 통해 세탁소옆집의 컨셉을 어떻게 정했는지, 퇴사와 사이드허슬에 대한 내용 등이 있습니다.
그나저나 아직 세탁소옆집 바틀샵에 못 가봤다. 금호동 지점과 한남동 지점 모두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