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리뷰 : 진로 2편
빵하! 박빵떡의 맥주 탐험입니다. 지난 편 글에서 진로 기업의 탄생과 전성기 그리고 외환 위기가 오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지난 편을 못 보신 분께서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이번 글을 더 잘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junha04/85
여러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증류주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다양한 디자인과 맛을 지닌 앱솔루트 보드카일까요? 고급스러운 디자인인 조니워커 위스키일까요? 아닙니다. 정답은 바로 진로의 참이슬입니다!
2017년 영국 주류 전문지 드링크스 인터내셔널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참이슬은 2001년부터 16년동안 전 세계 증류주 판매 1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후 2020년인 지금까지도 참이슬은 한국 소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출시 후 누적 판매량은 무려 300억병을 돌파했습니다. 소주를 가로로 누워서 이으면 지구를 161바퀴 돌 수 있다고 하네요. 정말 엄청난 양입니다.
이렇게 인기가 많은 참이슬이란 소주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진로는 어떤 전략으로 참이슬을 만들었고, 대중들에게 어떤 이유로 인기가 많았을까요? 진로가 참이슬을 출시했던 1998년 10월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해봅시다!
1997년 대한민국에는 외환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진로 기업도 외환 위기로 회사가 부도가 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진로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신제품 개발에 모든 힘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리하여 1998년 10월, 참이슬을 출시합니다.
초기 상품명은 참진이슬로 였습니다.
참이슬이라는 소주 이름은 회사 이름인 진로의 한자 뜻인 참과 이슬에서 따왔습니다.
(眞 : 참 진, 露 이슬 로)
발매 초기 상품명은 참진이슬로(참眞이슬露) 였는데요, 2009년 12월 브랜드명을 참이슬로 바꿨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 이름은 크로스 포인트의 손혜원 씨가 만들었다고 하네요(저만 흥미로웠던 TMI)
참이슬의 인기는 출시 초반부터 대단했습니다. 6개월 만에 1억 병 판매를 돌파하고 1년 2개월 만에 5억 병을 판매하였습니다. 참이슬 출시 전 진로의 시장 점유율은 38%였으나 출시 후 56%까지 상승합니다. 심지어 수도권 시장 점유율은 95%에 육박했습니다.
참이슬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참이슬의 성공 요인은 크게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참이슬이 출시될 때 한국 경제는 외환 위기로 국민들과 기업들 모두 힘든 시기였습니다.
외환 위기 이전에는 프리미엄 소주가 열풍이었습니다. 대표적인 프리미엄 소주로는 진로의 참나무통 맑은 소주, 보해의 김삿갓, 두산 경월의 청산리 벽계수 등이 있었습니다.
외환 위기의 여파로 소비가 줄어들어 프리미엄 소주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진로는 프리미엄급 소주보다 100원 낮은 참이슬을 출시하였습니다. 그 당시의 100원은 지금의 물가로 생각해보면 700원 정도 하는 가격입니다. 과감히 가격을 낮춰 외환 위기로 힘든 국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순한 소주를 원하는 대중의 요구를 정확히 캐치했습니다. 참이슬 출시 당시에는 건강을 생각하는 문화가 유행이었습니다. 이후 2000년부터 이 유행은 웰빙이라는 사회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됩니다.
술을 마실 때도 숙취를 걱정하여 과음을 삼가고, 회식 날 다음날을 생각하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진로는 순한 소주를 만들기 위해 대나무 숯으로 네 번 걸러 깨끗하고 숙취가 없도록 했습니다.
깨끗한 술임을 강조하는 참이슬 광고
그리고 참이슬의 도수를 파격적으로 2도 낮춘 23도로 출시하였습니다. 지금은 소주의 도수가 16.9도까지 나오는데 23도가 뭐가 파격적이냐고 하실 수 있는데요, 참이슬 출시 이전엔 30년간 25도 소주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2도 낮춘 23도의 참이슬은 대중들에게 새로운 소주라는 인상을 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도수가 낮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독하지 않은 술이라는 점을 어필하였습니다. 그래서 건강을 생각하는 트렌드에 부합하여 큰 인기를 끌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대중에게 순한 소주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과감히 소주 광고 모델을 여성으로 기용했습니다. 소주 광고 모델로 여성을 기용한 것이 왜 과감한 마케팅 전략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으시죠?
요즘은 소주 광고 모델이 대부분 여성이지만 참이슬이 출시되기 이전에 소주 광고 모델은 대부분 남성이었습니다.
소주가 처음 출시될 때 도수는 무려 35도였고, 이후엔 25도까지 낮아지긴 했지만 소주 하면 강한 독주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남성 광고 모델을 기용하여 남성적인 이미지로 소주를 광고하고 있었습니다.
진로는 참이슬이 순하고, 2도를 낮춘 저도수의 소주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업계 최초로 여성 모델을 기용합니다.
1999년 이영애 씨가 참이슬의 첫 광고 모델이었습니다.
이후 참이슬뿐만 아니라 다른 소주들도 모두 여자 모델을 소주 광고에 기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참이슬의 대흥행에도 불구하고 외환 위기라는 거대한 판도에는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97년 12월 3일, 한국에 외환 위기가 옵니다. IMF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제가 간단하게 외환 위기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외환 위기는 외환 중에서도 대표적인 달러가 부족해서 찾아온 위기입니다. 갑자기 달러가 왜 부족해졌을까요?
외환 위기가 오기 전 기업들은 재무가 좋지 않더라도 해외에서 달러를 빌리기가 쉬웠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기업에게 돈을 못 갚게 되면 대신 갚아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너도나도 해외에서 달러를 빌려옵니다. 문제는 이 대출이 1년 뒤에 갚아야 하는 단기 외채였던 것입니다.
기업들은 빌린 돈으로 동남아시아에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자국의 경제에 버블이 있다고 판단하여 금리를 3%에서 6%로 두배나 올립니다. 미국의 기술력이 좋고, 달러라는 세계를 대표하는 통화에, 이자까지 많이 주게 되니 동남아시아에 있었던 달러 투자금들이 미국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이 때문에 동남아시아에 외환 위기가 발생해서 수많은 기업과 은행들이 망하게 됩니다.
이때 한국 기업들의 단기 외채의 만기가 찾아왔습니다. 동남아시아에 투자했던 한국 기업들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서 빌린 달러를 갚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또한 정부에서도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여 달러에 대한 잔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아서 기업들을 도와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줄줄이 망하게 됩니다. 한 달만에 3300여 개의 기업이 줄도산하고, 실업률은 8.7%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합니다.
정부는 국제 통화기금 IMF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한국은 IMF에게서 달러를 빌리면서 IMF가 요구하는대로 경제 체제를 바꾸게 됩니다.
진로 그룹도 외환 위기로 5200억 원이라는 빚을 갚지 못하는 부도의 위기에 처합니다. 이에 1997년 4월 진로는 화의 신청합니다. 화의 신청이란 빚을 갚는 기간을 연기한다는 것입니다. 화의 조건으로 5년 후에 5200억 원을 갚기로 합니다.
현금 5200억 원을 만들기 위해서 진로는 여러 가지 노력을 했습니다.
1998년에 신제품 참이슬을 출시했습니다.
진로에는 전성기 시절 24개의 계열사들이 있었는데요, 대부분의 계열사들을 매각하거나 폐업 선고합니다.
이때 진로쿠어스맥주를 OB에게 매각합니다. 진로 쿠어스는 미국의 맥주회사 쿠어스와 진로가 합작한 맥주회사인데요, 진로 쿠어스는 카스를 만들었던 회사입니다. 현재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인 OB의 카스는 원래 진로 회사의 소유였던 것입니다.
민간단체 "진로 살리기 국민운동"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 단체는 장진호 전 회장으로부터 주식 8.14%를 위탁받아 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진로를 국민 기업화하고 펀딩으로 재원을 마련해 진로의 빚을 갚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단체에 연예인 이순재 씨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참이슬과 진로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이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빚을 모두 갚아야 했던 2003년 3월, 진로가 모은 금액은 2000억 원대였습니다. 갚아야 할 5200억 원의 절반도 모으지 못했습니다. 이에 진로에게 컨설팅을 해주던 미국의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가 2003년 4월 진로의 법정 관리를 신청하였습니다. 법정 관리는 법원이 기업과 금융권 사이에 개입해 기업을 파산할지, 회생시킬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 측은 더 이상 회생이 힘들기 때문에 진로를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진로는 골드만삭스의 법정 관리 신청은 무효이며 5200억 원을 모으지 못한 것은 골드만삭스가 펼친 '진로 잡기' 작전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진로와 골드만삭스의 법정 다툼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진로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아니면 골드만삭스의 뜻대로 진로를 매각하여 수많은 차익을 챙길 수 있었을까요?
다음 진로 마지막 편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이번 편의 내용을 유튜브에도 업로드하였습니다. 그림 설명과 함께 보고 싶으신 분께서는 아래의 유튜브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하이트진로 공지사항> https://www.hitejinro.com/socialmedia/notice_view.asp?seq=1888
<진로부터 참이슬까지... 한국 소주 역사를 쓰다 >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170214/82859887/1
<'참진이슬로'가 위기의 진로 살려?> https://www.mk.co.kr/news/home/view/1999/07/59432/
<화의제도란 무엇인가?> 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empkorea&logNo=129612878&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진로 살리기 국민 운동 본부>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03091602012469615002
<소주 모델: 소주는 왜 '여자 톱 연예인'을 모델로 쓰게 됐을까> https://www.bbc.com/korean/news-50299242
<참이슬 사례 - 부도위기의 진로를 살리고 소주 역사를 다시 쓰다> https://happist.com/8306/%EC%B0%B8%EC%9D%B4%EC%8A%AC-%EB%A7%88%EC%BC%80%ED%8C%85-%EC%82%AC%EB%A1%80-%EC%86%8C%EC%A3%BC-%EB%A7%88%EC%BC%80%ED%8C%85-%EC%B2%AB%EB%B2%88%EC%A7%B8-case-study
<참이슬, 16년째 전 세계 판매량 1위 증류주. '처음처럼'은 3위>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6/2017092601011.html
<IMF의 원인, 파헤쳐보자> https://brunch.co.kr/@zangt1227/63
<어피티 IMF편>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6E9nTakVIlSOLkf2IzByj1NLkR6TFw==
<[단독] 소주업계 선두 하이트진로 점유율 증가 ‘술술’> http://m.segye.com/view/20200914519482
<역대 참이슬 광고모델> https://theqoo.net/square/513921479
<보해 김삿갓> http://blog.daum.net/kkyeongho/15859031
<주류전쟁:격변> home.imeritz.com/include/resource/research/WorkFlow/20191016163825220K_02.pdf
<브랜드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이다. 참이슬의 장수 브랜드 전략> 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2465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