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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학사 Jul 27. 2022

마키아벨리 군주론(6)

Hope for the best, plan for the worst

전학사     


마키아벨리를 평가하는 말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서두에 이야기했듯이 악마의 대리자라고 표현하기도 했고, 정치학에서는 마키아벨리를 현실주의의 아버지라도 평가되고도 있습니다. 정치학에서 현실주의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 라는 관점입니다.  또 달리 생각해 보면 본인이 등용되기 위해서 『군주론』이라는 용비어천가를 집필한 기회주의자로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인본주의자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권박사


그 논쟁은 지금도 학자들 사이에서도 진지하고 치열하게 진행 중에 있습니다.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로마사 논고』하고 『군주론』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저술되었습니다. 『로마사 논고』에서는 인간에 대한 굉장히 낙관적인 시각이 보여줍니다. 『군주론』에서 인간은 악하다고 이야기하는 마키아벨리와는 큰 차이가 있죠.
 

공화주의에서 기본원칙이 견제와 균형입니다. 로마 시대의 공화주의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연구의 집약본인 『로마사 논고』은 현재 삼권분리에 해당하는 견제와 균형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공화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간 사고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합니다. 굉장히 르네상스적 발상이죠.          


그런데 『군주론』에서는 인간 본성에 대해서 신랄한 비난을 쏟아붓습니다. 본문 108페이지 109페이지에서 마키아벨리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인간에 대해 이렇게 일반화할 수 있다. 인간은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럽고 거짓말쟁이이고 위선자이고 위험을 멀리하고 이익을 탐한다. 당신이 그들을 잘 대우할 때 그들은 당신이 사람입니다.”
 

 “인간들이란 충분히 만족시켜주거나 짓뭉개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들은 작은 피해는 복수하려고 하더라도 큰 피해는 복수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이런 온갖 나쁜 말을 많이 합니다.      



로마의 역사가 리비우스(출처 : 위키피디아)

* 『로마사 논고』의 원제는  『티투스 리비우스의 처음 10권에 대한 논고(論考, 원제: Dicorsi sopra la prima deca di Tito Livio)』이다. 리비우스의 『로마사』처음 10권은 로마의 공화정 시대를 다루고 있다. 


전학사     


여기서 더해서 제가 가장 나쁘다고 생각하셨던 부분이 있습니다.      


“인간은 아버지가 죽은 거는 잊지만 자기에게 재산이 뺏긴 것은 잊지 않는다.”     





권박사   


제가 역작 후기에 썼지만 『군주론』에는 인간에 대한 아주 심원한 비관주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로마사 논고』에서는 180도 태도가 바뀝니다. 이런 상황이니 학자들 사이에서 누가 진짜 마키아벨리인지 의문이 당연히 제기되었습니다. 세 가지 정도 입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그냥 마키아벨리는 원칙이나 일관성이 없는 사람이다. 또 하나는 생각이 어느 시점에  크게 바뀌었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일관성이 없다고 보는 입장은 사실 마키아벨리 정도 레벨의 그 학자에게는 적합한 평가가 아닙니다. 그 정도 역대급 사상가는 굉장히 일관성이 있어서 나름대로 일생 사고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일관성이 없다는 평가는 마키아벨리의 역량을 너무 낮게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좀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은 제가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로마사 논고』와 『군주론』의 저술이 시기상 겹치기 때문입니다. 이런 내용이 『군주론』 서문에서 암시되고 있습니다. 두 저서가 출간된 연도는 뭐 한 20년 좀 차이나지만, 『로마사 논고』는 마키아벨리 사후 출간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 유명한 루소와 같은 사상가들이, 루소 아시죠?

 



  

전학사     


자신의 다섯 자녀들은 고아원에 맡기고 당시 볼테르와 같은 사상가들도 비판한 사상가 말씀이시죠?     





권박사     


나쁜 부분만 기억하고 계신 것 같은데, 사회계약론을 제시하면서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라는 유명한 책을 저술했습니다. 그리고 디드로라고 아시죠?     





전학사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출처 : 위키피디아)


권박사     


여기서 학사와 박사의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세계사를 배울 시절에는 ‘백과전서파’라는 학파가 있었습니다. 계몽주의 사상가들 중에 유명한 사람이 루소. 볼테르, 디드로 등이 있습니다. 당시 모든 정치, 사회 분야 중요 이슈들을 표제어로 백과사전을 만들었는데, 그 백과사전의 총편집인이 디드로였습니다.      


이들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군주론』의 마키아벨리는 '분장'을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로마사 논고』야 말로 마키아벨리의 진정한 사상이라고 봤습니다. 『군주론』을 '1인에게 국가의 통치를 맡기는 군주국일 때 어떤 사태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풍자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전학사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할 수도 있네요. 





권박사


이 사상가들은 다 공화주의자 들입니다. 그런데 17 , 18세기 사상가들 뿐만 아니라 현대 그 지성사를 전공한 학자들도 그렇게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완전히 완전한 풍자라고 볼 수 있지는 않지만, 풍자의 요소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모두 같이 한번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군주론』은 제가 사업계획에 비유했습니다. 철저하게 군주의 관점에서 저술된 것입니다. 그러면 군주의 입장에서 모든 사안을 봐야 되지 않습니까?

      

군주의 입장에서 왕좌에 앉았을 때, 신하와 백성을 볼 때 좋게 보고 시작하는 게 안전하겠어요, 아니면 나쁘게 보고 시작하는게 안전하겠어요?      





전학사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나쁘게 보라고 하고 있습니다.      





권박사     


그렇습니다. 나쁘게 보고 시작해야지 방어를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 ‘본 얼티메이텀’에 파멜라 랜디라는 CIA 팀장이 나옵니다. 


파멜라 랜디 팀장이 본을 뒤쫓는 애즈라 크래이머 CIA 국장에게 “본은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애즈라 크래이머 국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원칙을 설명하며 이렇게 답을 합니다.       


“Hope for the best, plan for the worst"     


해석을 하자면 ‘최선을 희망하되 최악을 대비해서 계획하라’ 이런 멋진 문구가 나오죠.     





전학사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권학사     


이 문장이 비공식적인 CIA 표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군주론』에 대한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될 수 있는데, 마키아벨리는 군주의 입장에서는 ‘plan for the worst’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마키아벨리는 본인이 군주가 된 것처럼 감정 이입을 해서 ‘plan for the worst’의 관점에서 『군주론』를 썼습니다. 

     

그리고 ‘Hope for the best’에 대한 내용도 『군주론』 저변에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군주론』에 "덕이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이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런 표현이 굉장히 많이 반복됩니다. 


마키아벨리가 공화주의적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이 『군주론』 구절구절 기술되어 있습니다.
 

군주가 통치를 할 때 “때로는 사자가 되고, 때로는 여우가 돼라”는 표현도 ‘plan for the worst’의 입장이지만, 그것이 사람들을 더 죽게 하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분명히 있습니다. 


철저한 공리주의적 입장입니다. 지금은 조금 더 죽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덜 죽이는 상황일 수도 있다는 관점이 반복됩니다.     





전학사     


양적 공리주의 입장이네요.     





권박사     


그렇죠. 그런거는 또 어떻게 아세요?     





전학사     


제레미 벤담이 말한 바 있지 않습니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권박사   

  

네, 맞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는 『군주론』을 해석할 때 마키아벨리는 철저히 군주의 관점에서 저술했고, 그리고 동시에 공화주의적 이상한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해석합니다. 그리고 『로마사 논고』는 공화정을 직접적 연구하는 저술이었기 때문에, 군주가 아니라 백성의 입장에서 접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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