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블라블라 - 가을소풍
삶이 소풍이라지만, 설레는가
학창 시절에 가장 설레는 날은 소풍이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부모님이 주신 지폐를 들고, 동네 가장 큰 슈퍼마켓을 가서 소풍에서 먹을 과자를 샀다.
중학교 때는 소풍 때 맞춰 유행하는 옷을 사서, 교복을 벗고 새 옷을 입을 그날만을 기다렸다.
고등학교 야자가 없는 유일한 날이었던 소풍날에 점심때 일정이 정리되면, 해가 밝은 시간 노래방으로 가서 어두워질 때가 돼야 나왔다.
오늘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회사 근처 공원으로 가을 소풍을 나온 초등학생들을 보았다.
하나 같이 얼굴은 설렘 그 자체였다. 맑고 높은 가을 하늘 보다, 잘 가꾼 공원의 꽃밭보다 기분을 좋게 하는 모습이었다.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난 늘 소풍에 나왔다고도 볼 수 있다. 사무실 탕비실에는 과자가 가득이며, 가을맞이 출근용 새 셔츠도 샀다. 퇴근 후에는 노래방도 마음먹으면 갈 수 있다.
그러나 설레지 않는다.
천상병 시인은 그의 시 <귀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역시 난 시인의 경지에 한참 부족하구나.
지금 삶이 소풍인지 아닌지 확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