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으로 출장 갔던 선배가 사무실에 복귀하면서 호두과자를 사 왔다. 종이 포장지 사이로 아직 온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호두과자를 좋아했다. 어린 시절 호두과자는 아버지 차를 타고 외가를 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맛보는 정도였다.
대학 입학을 위해 서울에 왔을 때, 지하철 역사에서 '델리만주'를 파는 모습을 보았다. 호두과자와 유사한 모습에 사 먹어 봤지만, 호두과자의 단팥이 주는 맛과는 전혀 달랐다.
그러던 중 신촌에 '코코호두'라는 호두과자 전문판매점이 생겼다. 개당 가격을 생각하면 좀처럼 사 먹기 쉽지는 않았다. 아르바이트 월급을 받을 때나 20개들이 한 박스를 샀다.
그날도 호두과자를 사서 하숙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주인 할머니를 만났다. 손이 부끄러워 내가 먹으려 산 호두과자를 주인 할머니에게 불쑥 드려버렸다.
다음 달 아르바이트비가 들어왔을 때도 주인댁에 호두과자를 사다 드렸다. 할머니 입맛에 맞는지 묻지도 않았다.
서울 하늘 기댈 곳 없는 내가 전하는 유사 가족 짝사랑 같은 것이라고 지금 와서야 생각된다.
선배가 우리 딸 생각이 났다며 집에 가져가라고 호두과자 한 박스를 챙겨 줬다.
평소 딸은 단팥은 질색이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호두과자를 집에 가져갈 것이다. 나는 진짜 짝사랑을 하고 있어서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