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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블라블라 - 김밥

잃어버린 지난 날을 기억하며

by 전학사
ChatGPT Image 2025년 12월 22일 오후 07_56_16.png



대학생 시절,
김밥집은 등대 같았다.


어둑한 하숙집 골목을 나서면
길이 만나는 자리에
환한 조명으로 서 있었다.


김밥 한 줄에 천 원.
내 학자금 대출 잔고는 천만 원.


몇 번을 망설이다
김밥집 문을 열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장국이 나오고
빨간 김치와
노란 단무지가 함께 놓였다.


김밥은 형광등 아래서 반짝였다.

하나를 삼키고
나는 몇 번이고 입을 오물거렸다.


허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지만
뜨거운 무언가가
내 안으로 넘어왔다.


그 뜨거움이 사라졌다.
거리마다 서 있던
등대들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오늘, 사무실에서
야근을 위해 김밥을 주문했다.
한 줄에 오천 원.
걷지 않아도 배달이 온다.


김밥을 먹으며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혼자라는 생각에
불안하지도 않았다.


이번에는
눈시울이 먼저 뜨거워져
팀원들 몰래
탕비실로 걸어 나왔다.


오늘 늦은 퇴근길에는
늦은 시간 편의점에서
김밥을 씹고 있을
모든 청춘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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