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권 : 모두가 옳을 때, 모두가 위험해진다
전학사
『리바이어던』이 출간되고 난 이듬해, 홉스는 영국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습니까?
그래서 영국에서는 “홉스가 『리바이어던』을 크롬웰에게 헌정했다”는 평가도 많았습니다.
권박사
왕당파는 홉스가 크롬웰 정권을 인정했다고 봤겠죠.
홉스는 이런 식으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전쟁이 영원히 이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크롬웰 정부를 인정하게 된 겁니다.
홉스는 주권자에게 절대적인 권력을 허용하잖아요.
신성한 권력까지도 사실상 다 줘버립니다.
주권자가 누가 되든, 절대적 권력이 없으면 인간의 항구적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본 거죠.
“우리 시대에서 지금의 비극을 끝내자.” 그게 홉스의 결론 아니었을까요?
전학사
그래서인지 크롬웰 사후 왕정복고가 되어서, 홉스의 제자였던 황태자가 찰스 2세가 되었을 때, 『리바이어던』의 출간에 대해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핵심 개념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홉스가 보는 인간의 가장 큰 죄악은 폭력에 의한 죽음입니다.
그래서 ‘자연권’이라는 개념은 “자기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모든 권리”를 의미하죠.
홉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권리인 자연권은 모든 것에 대해 옳고 우선시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자연권을 모든 사람이 갖고 있다는 겁니다.
부조리한 지점이 여기서 나오죠.
인간 모두가 자연권을 갖고 있지만, 현실은 전쟁상태입니다.
그러면 자연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 여기서 ‘사회계약’이 나옵니다.
홉스는 사회계약의 논리를 설명할 때, “내가 꺼리는 것은 남도 꺼린다”는 식의 상호 인정 원리를 끌어옵니다.
내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남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 부분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권박사
그걸 ‘황금률(Golden Rule)’이라고 하죠.
전학사
사자성어로는 ‘역지사지(易地思之)’입니다.
권박사
역지사지보다 더 직접적인 표현도 있어요.
공자 말씀, “기소불욕(己所不欲)이면 물시어인(勿施於人)하라.”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뜻이죠.
전학사
결국 “스스로 꺼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양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양해를 하려면, 서로에게 조금씩 권리를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자기 권리의 포기’는 자기 권리를 남에게 양도한다는 뜻이죠.
자기의 권리를 남에게 주고, 남의 권리를 내가 받고.
이게 뭡니까. 계약 아닙니까?
권박사
그렇습니다.
전학사
홉스는 이 계약이 개인과 개인의 수준이 아니라, 사회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래서 ‘사회계약’이라는 개념이 나오는 거죠.
권박사
『리바이어던』 본문에서도 이런 취지로 말합니다.
“인간의 상태는 모든 사람에 대한 모든 사람의 전쟁 상태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만물에 대한 권리를 가지며… 누구도 삶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핵심은 이겁니다.
자기 생명을 보전하려면 때로는 타인을 죽여야 할 필요가 생깁니다.
그런데 모두가 똑같이 그렇게 생각하니까, 언제든 나도 죽을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거죠.
‘자기 생명의 보전(preservation)’을 위해서는 자연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모든 사람이 이 자연권을 한 사람에게 이양하기로 하는 거죠.
그게 바로 ‘리바이어던’입니다. 계약의 핵심 내용이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