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전화 소리에 잠을 깼다.
전화를 받자마자, 직감적으로 늦잠이라는 걸 알아버렸다.
지난밤 먹고 잠든 감기약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이르게 맞춰 둔 연이은 알람 덕에
괜히 여유를 부렸던 걸까.
이유를 따져 묻는 마음은
순간의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
차를 몰며 떠올린 감정은
자책보다 감사에 가까웠다.
늦더라도 나를 애타게 기다려 줄 사람이 있고,
여전히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 삶.
늦잠은 진짜 삶 앞에서 허락된
작은 ‘사치’였다.
다만,
사치는 반복되면 재앙이 된다.
팍스 로마나 역시
사치 속에서 쇠망의 길로 들어섰듯이.
그런 생각에,
혼자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