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학 패러다임의 변화
전학사
이제는 『군주론』 본문 내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군주론』으로 번역되는 이 책은 영어로는 'the Prince', 이탈리아어 원어로는 뭐라고 하는지 제가 알아봤는데, ‘Il Principe’ 발음해 보면 일 프린치페라고 하더라고요. 프린스는 보통 왕자로 알고 있는데, 사전에 보시면 군주라는 뜻도 나와 있습니다.
제가 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는데 1학년 1학기 신입생 때 군주론을 배웠습니다. 수업 중에 교수님들이 칠판에 영어를 자주 쓰시는데, 『군주론』이라고 쓰지 않고 Prince라고 딱 쓰시기에 저는 당연히 왕자로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은 이 Prince가 왕자가 아니라 군주라고 하는 뜻으로 쓰셨더라고요. 그래서 제 친구들은 대학교 1학년 때 군주를 왕자님이라고 부르기도 했었습니다.
여러분들한테 제가 소개해 드릴 내용이 있는데,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군주론』 중의 하나가, 그냥 제 개인적인 추측입니다만, 또 홍보도 해야 되니까 펭귄 클래식 코리아에서 나온 『군주론』입니다. 이 책의 번역자가 지금 제 옆에 계신 권박사님이십니다. 그래서 권박사님께서 『군주론』 대해서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간단하게, 『군주론』은 이런 책이다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권박사
『군주론』은 기본적으로 전학사께서 앞서 시대적 배경을 이야기하실 때 말씀하셨지만, 기본적으로 마키아벨리가 낙향을 하고 나서 메디치가가 다시 피렌체의 권력을 이 장악하자 다시 정치권에 재진입하기 위해서 메디치가에 헌정하는 책인데, 요즘으로 말하면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혹은 사업계획서라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군주가 되신 분은 이렇게 통치를 하십시오’하는 사업계획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학사
제왕학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권박사
제왕학이긴 한데 기존의 제왕학과 너무 차이가 있어요. 동서고금으로 제왕학을 연구한 많은 학자들이 있습니다. 동양에서 가장 유명한 제왕학 책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전학사
제왕학이라면 공자, 맹자, 순자 등이 있죠. 공자도 마키아벨리와 비슷한 점 있습니다. 공자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벼슬을 얻기 위해 제자들과 전국을 주유하면서 군주들에게 제왕학을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했는데 결국 실패했죠.
권학사
그런데 동양의 제왕학 중에서 가장 유명한 책은 『정관정요(貞觀政要)』입니다. 당나라 때 오긍이 편찬한 『정관정요』는 '정관의 치'를 완성한 당나라 명군 태종의 언행집으로, 어떤 신하를 기용해야 하는지, 백성들은 어떻게 대하면 되는지 이런저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서양에서도 『군주론』 이전에 많은 제왕학 관련 책이 있는데, 대부분 ‘신의 뜻에 따라 덕이 있는 군주가 되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키아벨리는 완전히 다른 군주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생국의 군주 노릇을 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악행도 저지를 줄 알아야 한다는 지금으로 봐서도 다소 이야기 쇼킹한 내용을 이제 담고 있어요. 그래서 현대 정치학의 시조라고 불리게 되었고, 심지어 악마의 대변인이라는 악명도 얻었습니다. 또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이라고 하면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그래서 때로는 비도덕적인 책략도 써야 하고 또 잔인하게 사람도 죽여야 한다는 ‘정치공학’의 극단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설명이 길어졌는데 한마디로 『군주론』은 기존의 제왕학 전통과는 완전히 이제 결별하는 그런 이제 책입니다.
전학사
권박사님의 이야기들 계속 이렇게 들어보니까 역사에 기록된 당대의 책사들이 생각이 납니다. 동양에서 가장 유명한 책사는 중국 삼국시대의 제갈량(諸葛亮)이지만, 제갈량이 두 시대를 구분 짓는 역할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마키아벨리는 분명 그의 활동으로 기준으로 시대를 양분하는, 이른바 패러다임을 변화까지 만든 위대한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전학사
권박사님은 『군주론』을 직접 번역하셨었는데, 번역하실 때 이런 점은 정말 좀 특이하다 라고 생각한 점이 있으셨나요?
권박사
있었죠. 왜냐하면 제가 주로 학술 서적을 계속 번역했는데, 철학책도 있었고 뭐 많이 했습니다. 번역을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우리말 하고 영어는 너무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가독성이 높은 번역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초기에 번역한 책들은 제가 봐도 형편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제 스스로 생각을 해도 낯 뜨겁습니다. 그런데 이 『군주론』은 굉장히 쉽습니다. 너무너무 번역하기가 쉬워서 놀랐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번에 읽어보니까 오역도 있어요. 제가 지금 솔직히 고백하는데 흔히 『로마사 논고』라고 마키아벨리가 남긴 또 다른 유명한 저작이 있습니다.
'리비우스의 첫 번째 열 권에 대한 논고', 영어로 하면 'Discourses on the first ten books of Livius' 이렇게 되는 책입니다. 펭귄판 『군주론』의 서문을 쓴 조지 불이 이 책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만 잘못 번역을 했어요.
전학사
뭐라고 번역하셨어요?
권박사
저는 '첫 번째 십 년'이라고 이렇게 번역을 했는데, 그때 영어 제목에는 'the first decade'로 나오더라고요. 난 당연히 10년인 줄 알았죠. 그런데 십 년이 아니고 이 ‘decade'는 첫 번째 열 권이라는 뜻인데, 그때 인터넷에 조금만 찾아봤으면 알았을 텐데, 제가 무슨 그 마키아벨리 전공자는 아니잖아요. 사회학자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하다가 『군주론』을 번역하다 보니 그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혹시 제가 번역한 『군주론』을 읽으면서 비난하신 분도 많았을 것 같아요. 지금 기회를 빌려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번역을 할 때는 미국 유학 말기였는데, 번역이 제 생계유지를 위해서 한 아르바이트였습니다.
전학사
권박사님께서 미국이라고 했을 때는 뭔가 남부 미국의 풍요로움 이런 것을 생각을 했었는데, 생계 이야기하시는데 제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권박사
아이참, 그러니까 사회과학 하면 망한다니까요. 다시 번역 이야기로 돌아가서, 다른 판본인 영역본도 제가 좀 참고를 했는데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이 펭귄 클래식 『군주론』 영역의 특징은 굉장히 쉬운 영어로 잘 읽히도록 번역을 해했습니다. 이탈리아어 원문 하고는 좀 차이가 있다고 보여요. 물론 의미는 같을 텐데, 원문에 정확하게 직역하지 않은 부분들도 꽤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굉장히 쉽게 읽히도록 영역이 되었고 쉬운 영어였기 때문에 저도 역자 후기에서도 썼지만은 가장 쉽게 번역한 책 중에 하나예요.
하지만 여전히 어색한 게 많아요. 하여튼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긴다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옮긴 다른 책들에 대해서 인터넷에서의 기독자들이 평한 글을 가끔씩 볼 때가 있는데, ‘아 인간은 뭐 영어도 제대로 못한 게 이렇게 엉망으로 번역을 했어’라고 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이야기를 보면 낯이 뜨거워져집니다.
『군주론』은 그렇지 않지만 다른 책이 그런 경우도 있는데, 어쨌든 변명 같지만 번역하는 게 참 쉽지 않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 의미로 『군주론』은 비교적 쉽게 번역했지만 어색한 게 여전히 남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때가 되어 출판사에서 허용만 해준다면, 제가 무료로 다시 어색한 부분을 고칠 용의도 있습니다.
전학사
권박사님도 말씀하셨지만 『군주론』은 잘 읽히는데, 조지 불이 쓴 서문이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권박사
원래 마키아벨리의 특징이 아주 명쾌하고 단순한 글쓰기를 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 시대의 인물로는 참 보기 드문 스타일이죠. 이렇게 명쾌하게 아주 이해하기 쉽게 쓴 것은 참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학사
『로마사 논고』가 워낙 명작이라고 해서 저도 읽기에 도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군주론』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뭐 본문으로 따진다고 한 백 페이지 정도 되는 책인데 비해, 『로마서 논고』의 분량은 열 배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끝까지는 읽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권박사
『로마사 논고』 뭐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겠지만, 마키아벨리는 『군주론』과 비슷한 시기에 저술하고 있었어요. 『군주론』 본문에도 그런 암시가 나와요. ‘공화정에 대해서는 다른 때 이야기하겠다’ 이런 내용이 『군주론』에 명시되어있는데, ‘다른 때’가 바로 『로마사 논고』를 이렇게 지칭을 하는 것이라고 학자들은 해석합니다.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가 비슷한 시기에 쉬워진 책인데, 내용을 떠받치고 있는 철학이 너무나 달라서 많은 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있습니다.
전학사
『군주론』은 한 백 페이지 정도 되는데, 소설로 치면 중편 정도 되는 분량의 짧은 책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서 집중해서 읽으신다면, 한두 시간 만에 완독 할 수 도 있습니다.
『군주론』은 총 26개 장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 이 26개 장은 네 개 부분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첫 번째 1장부터 11장까지는 ‘국가 형태’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군주의 국가’는 어떤 것이고 그다음에 ‘신정정치’를 하는 국가는 어떤 것이고, ‘공화국’은 어떤 것인지 설명합니다. 그리고 다음 새로운 국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유지되는지 기술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인 12장부터 14장까지는 국가를 어떻게 유지해 가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마키아벨리가 국가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군대’를 꼽습니다. 그래서 이 군대를 상비군, 시민군, 용병, 혼합군 등 다양한 형태로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군대와 관련된 이야기를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군대와 관련하여 저의 선입견을 깨뜨리는 설득력 있는 설명을 마키아벨리가 하는데, 나중에 구체적으로 좀 알아보게 좋습니다.
세 번째 15장부터 22장까지는 현명한 군주는 어떤 사람이야 되는가 말하면서 그것에 해당되는 모델상도 어느 정도 좀 제시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네 번째 23장부터 26장까지는 신하와 관련된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신하와 관련된 부분을 보고 있을 때 든 생각이, 마키아벨리가 군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진정 자기가 메디치 가의 권력자한테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었습니다. 그래서 마키아벨리 본인과 같은 신하를 등용하면 훌륭한 뭐 군주가 될 수 있다 이런 걸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이 부분을 흥미로웠습니다. 소설에도 기승전결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보면 『군주론』의 기승전은 ‘결’의 주요 메시지인 ‘저를 등용해 주세요’로 마무리되는 거니까요.
이제는 제가 『군주론』 주요한 내용들을 권박사님께 질문하면서 세부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그런데 『군주론』은 아버지한테 국가를 물려받은 사람이 아니고, 새롭게 군주가 된 사람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구체적인 지침을 줍니다. 왜 마키아벨리는 기존의 군주가 아니라 새 군주에 대해 이야기했을까요?
권기돈
제가 말씀드렸듯이 『군주론』이 새롭게 권력을 잡은 메디치가에게 바치는 그 사업계획서라서 그렇습니다. 메디치가는 과거에 피렌체의 권력을 잡긴 했지만 십수 년 만에 다시 권력을 잡은 거니까, 아무래도 사업계획서는 시작하는 군주에 초점을 둬야 되겠죠. 사실은 본문에도 나오지만 기존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군주는, 마키아벨리 따르면은 새로 할 게 없어요. 아버지가 했던 대로 그냥 하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너희 아버지처럼 하면 돼’ 하고 말하면 된다는 거죠.
전학사
한국 상황으로 상상해보면 재벌가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권기돈
재벌가요?
전학사
네, 재벌 2세도 창업주 했던 데로 사업을 한다면 사업을 유지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업하여 재벌로 만드는 것이 재벌회사를 유지하는 것보다 어렵듯이, 군주도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서 나라를 유지해가는 게 정말 어렵쉽지않다. 그래서 『군주론』을 군주가 새로 된 사람들 중심적으로 포인트를 잡고 저술된 거 같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축성이 수성보다 어렵다는 생각한 것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새 군주의의 경우에 국가를 운영할 때 역사 속 위인들이 어떻게 통치했는가를 열심히 공부 하라고 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을 예로 제시하는데, 알렉산더 대왕은 아킬레우스를 모방을 했고, 또 로마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인 카이사르는 알렉산더 대왕을 모방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훌륭한 군주가 되기 위해서는 역사 속 위인을 본받고 모방을 해야 된다고 하는데, 역사의 효용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것이 아주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리고 또 제가 또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 하나가 군주가 새로 국가를 만들 때 가장 효율적인 통치 방법은 아주 명쾌하게 제시한 내용인데, 군주에게 그 국가에 가서 직접 살기를 권합니다.
권박사
네 맞습니다. 직접 사는 것이 어려우면 2~3곳의 식민지를 건설하라 고 말했습니다. 직접 가서 사는 것은 는 나라의 백성들과 직접 접촉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하자면 친밀도를 높여서 반란의 여지를 더 없앨 수 있습니다.
또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은 정복한 국가에게 족쇄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직접 가서 살면 군대도 대동해서 들어가야 해서 돈이 굉장히 많이 든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점령한 나라에 몇몇 곳의 식민지만 건설하면 그 식민지가 이제 일종의 요새처럼 작용할 수 있어 통치에 활요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학사
권박사님 이야기하셨던 부분 중에 제가 부연 설명을 여러분들께 드리자고 하면은, 『군주론』에서 ‘people’이 인민이라고 번역되어있습니다. 그 인민에 대해서 아주 민감하게 대응하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인민에 대응하는 방식이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그전의 제왕학과 다릅니다.저희가 익숙한 공자처럼, 인민들에게 군주는 ‘아버지가 자녀에게처럼 자애롭게 해야 되고, 뭐 덕으로써 다스려야 한다’고 등 으로 이야기 하지는 않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인민이라고 하는 대상들을 ‘변덕스럽다’라고 표현 합니다. 이 변덕이라고 하는 부분은 군주가 직접 영지에 가서 살지 않으면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군주는 인민들과 같이 살면서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합니다. 본문에는 이렇게 표현 되어 있습니다.
8장 시민군주국의 있는 표현입니다. 이어서 “현명한 군주는 항상 모든 사항이 그와 그의 권위에 의지하는 길을 고민해야 된다”, 이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 권모술수를 써야 돼요. 그래서 “그때야 그들 인민은 항상 군주에게 충성을 다할 것이다” 결론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