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없는 이 세상이 조금은 어지럽다
학교는 개강을 했고 내가 해야할 일은 할 일 없이 빈둥거렸던 8월이 무색하게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누구는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고 누구는 자신이 하고 싶은걸 위해 다들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나는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걸까.
내가 아는 누군가는 취업에 성공에 회사에 다니고 있고 또다른 누군가는 가게를 차려 어엿한 사장님이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난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매일의 숙제가 미뤄지지 않게끔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참 어렵다. 나는 대학을 가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던 아이였고, 그 중요한 과제는 이미 5년전에 끝이 났다. 나의 방향은 어느새부턴가 길을 잃어버렸다. 나의 목적지는 대학이었는데 그 목적지에 도달하고나니 다음 목적지를 설정하기가 너무도 어려웠다. 그리고 지금도 또한 어렵다.
자기주관이 뚜렷한 사람이지 않은 나는 더더욱 나의 미래를 설정한다는게 힘이 들었다. 하기 싫은것은 어마어마하게 많이 존재했지만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질문에는 여전히 물음표였다. 차라리 누가 나의 미래를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고 여겨질 정도로 나는 나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물론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쉽진 않다는 것을 안다. 충분히 심사숙고해야하며 신중해야 한다는 것 또한 너무도 잘 안다. 허나 난 이제 심사숙고를 지나 결정해야하는 시기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심사숙고는 커녕 뭘 해야하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머물러 매일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허공에 떠있는 기분은 참 무섭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라는 무책임한 믿음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내가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에 휩싸일때면 초조함은 이루 말할 길이 없다. 나는 많이 느리다. 그래서 남들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가 이를 기다려 줄리가 있나. 지금도 여전히 내 미래에 대한 고민과 뼈저리게 느껴질 현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중이다. 만약 내가 가진 돈이 그렇게 불어난다면 난 이미 부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원하는 미래를 나도 잘 모르겠다. 많은 돈을 받고 일하는게 내가 원하는건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건지. 허나 확실한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돈을 주진 않는다는 것. 많이 생각했었다.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건지. 나오지 않는 답을 붙들고 질문만 되뇌이다보니 마치 게슈탈트 붕괴현상처럼 나의 희망사항은 그저 뭉개져 버렸다.
사실 불행한건 아니다. 오래간만에 돌아온 학교에서의 생활은 행복하다. 과제에 치이고 시험의 연속인 생활이지만 가끔 즐기는 술자리와 내가 아는 누군가를 만나 즐겁게 얘기하는 것이 참 좋다. 뾰루퉁한 표정으로 과제를 불평하고 나의 걱정을 만들어 내는 발표를 해야되도 지금이 즐겁다. 내가 걱정되는 것은 미래이지 지금 현재가 아니니까.
잘 될거야라는 다짐속에 사는 요즘이지만, 나의 미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에, 그래서 나는 불안하다. 사실 나는 또래의 학생들보다 많이 뒤쳐진 편이니까. 따라잡으려면 남들보다 한걸음 더 뛰어가야 하는데 그 격차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아마도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견뎌내야 할 것이다.
어렵다. 잘 살아간다는 것이. 평범하게 사는게 어려운 일이라는걸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하긴 여태까지의 내 삶이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으니까. 평범에 가까운 삶을 살기 위해 나름대로 악전고투 중이다. 평범해지는 연습을 하기위해 나는 몇번이나 심호흡을 들여 마셔야 했다.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몇 년이 지나면 나는 평범해질 수 있을까. 아니 평탄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누구나가 다 그렇겠지만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은 너무도 어렵다.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가고 싶다. 물론 이것은 내 인생과제가 되겠지만 조금씩 그 과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중이다.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식이라도 써보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다.
나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내가 무얼 하고픈지, 내가 무얼 잘하는지. 아마 그 질문에 대한 고민은 신물이 나도록 해야할테다. 그저 노는 것이 좋고, 노래 듣는 것이 좋고, 사람 만나는 것이 좋은 나는 그보다 더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 한참을 씨름하려고 한다. 아직은 1도 모르는 내 모습이지만, 나중에는 그래도 1은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