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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한 Oct 05. 2019

새벽 4시, 그 애매한 시간.

 또다시 눈을 떴다. 정확히는 눈이 떠졌다. 현재 시간은 새벽 4시. 들리는 것은 서늘한 귀뚜라미 우는소리와 절망감에 내뱉은 한숨 소리뿐이었다. 벌써 몇 일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거의 모든 것들이 나의 수면을 방해하고 있다. 해야 할 것들, 해야 했던 것들, 할 수 있던 것들과 그렇게밖에 할 수 없던 것들까지. 허리는 또 왜 이렇게 배기고 목은 뻐근한지 잠을 이룰 수 없게 만드는 것들 투성이었다. 밤만 되면 이불킥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증언과 간증(?!)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활을 비정상적으로 만드는 이 사고들에 대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설프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첫사랑이라는데 나의 첫사랑은 왜 그리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움만 가득했던 건지, 소개팅 자리에서 잘해보려 했던 행동은 과연 정말 잘해보려고 한 행동이 맞는 건지, 가까스로 얻은 면접의 기회에서 꼭 굳이 그런 말을 했어야 했는지 조금의 시간도 주지 않고 부지런히 도 나를 괴롭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사고는 멈출 생각이 없다. 사고는 이성적으로 해야 한다는데 아무래도 나의 사고는 감성의 편인 것이 분명하다. 무언갈 하기도 늦었고 집중해 잠을 청하기도 애매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시간이 나에겐 고통의 시간이다. 정말이지 시간과 정신의 방에 갇힌 느낌이다. 몸을 뒤척여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어놓고 다시 털석 눕는다. 노래를 흥얼거리다보면 어느새 새벽 5시. 불쌍한 눈꺼풀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오늘 하루의 영업을 마치며 셔터를 닫는다. 다음날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 오늘은 기필코 자정이 되기전에 잠들겠노라며 맹세하지만 그것은 단지 맹세일뿐 실행과는 거리가 멀다. 여전히 흘러가는 시계초침을 바라보며 오늘도 그럼 그렇지라고 장탄식을 내뱉으며 새벽 4시에 도달하고야 만다. 언제쯤 이 굴레를 벗어날런지. 오늘도 애매함의 반복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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