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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한 Jun 13. 2016

완벽한 사람이 어딨어

언제부터 우리가 완벽했다고


"아, 잠시만요!"


"아, 도와드릴까요?"


"아, 그러세요?"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손님들이 날 부르곤 한다. 그리고 나의 대답은 언제나 '아'로 시작한다. '누가 나를 부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일종의 해결책인데 '아'라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내가 해야 할 말을 생각하는 일종의 수작(?!)인 셈이다. 이제는 버릇이 되어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곤 한다. 


 게다가 종종 나는 말을 더듬기까지 한다. 말더듬이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단어가 생각이 안 날 때 종종 말을 더듬곤 한다. 내가 말을 더듬을 때는 가장 적합한 단어를 찾다가 찾지 못했을 때가 제일 많다. 가장 효과적으로 말하려다가 가장 비효율적으로 말하게 되는 것이다. 말을 더듬고 나면 머릿속은 얽히고설킨 실뭉치처럼 꼬여버리기 일쑤.


 나는 완벽하지 않은 완벽주의자 중에 한 명이다. 나의 허점이 드러나는 게 싫어 언제나 완벽을 기하려 하지만 역시나 결과물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완벽하고 싶어서 완성의 목표를 높게 잡다 보니 완성도 하기 전에 제풀에 지쳐 쓰러진다. 혹은 시작도 하기 전에 의욕을 잃고 전의를 상실하기도 한다.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았는데 실패할까 두려워 시도조차 안 하고 포기한 경우가 허다했다. 나무 위에 달린 포도를 바라보는 여우의 심정처럼 아닐 거야 애써 외면했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게 세상에 어디 있어?' 세상에 완벽한 것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공부를 잘한다고 부러워했던 그 사람이 올 A+의 학점을 맞을 가능성은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높지 않으며 매 학기 A+을 맞을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얼굴이 잘생겨서 부러워했던 그 사람이 성격까지 좋고 공부까지 잘할 확률은?? '그런 사람이 있긴 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낮을 것이다.  


 빈틈이 없는 사람에게는 매력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빈틈없이 완벽에 가깝게 도달했지만 결국 매력 없음이라는 결정적인 결함으로 완벽과는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빈틈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스며들 자리가 없다. 적어도 나는, 다른 사람이 스며들 자리가 많다. 그러면 되지 않을까? 누군가가 나에게 스며들고 싶어 하는 그 자체로 빈틈이 있어도 괜찮은 이유이지 싶다.



 물론 잘하고 싶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잘 해내고 싶다. 그래서 욕심이 자꾸 난다. 어쩌면 완벽을 갈구하는 이유도, 시작도 하지 못한 채 포기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잘 해내고 싶어서. 내가 목표를 완성 지었을 때, 완벽하지 못한 결과물에 실망할까 봐. 그래서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도전들을 내 손에서 놓아주었다. 


 사실 내겐 완벽한 결과물보다 불완전한 시작이 더 필요했다. 완벽한 결과물을 얻으려 힘들어했던 날보다 불완전한 시작으로 인해 즐거웠고 행복했던 날들이 더 많은데 나는 그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려 했다.


 잘하는 것보다 잘하고 싶은 것이 훨씬 더 많은 지금의 나는 아직도 많은 것을 망설인다. 여전히 이따금씩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손을 나의 욕심과 걱정 끝에 떨구고 만다. 나는 빈틈이 많은 사람이라 불완전한 시작조차 못하게 되는 날이 앞으로도 종종 있을 것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나만 불완전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어설프고 서투른 시작이더라도 그로 인해 생기는 행복은 어설프지 않다는 것.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어설픈 매일을 보내게 될 것이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어제보다 오늘이 더 행복하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행복한 사람이 되려고 한다. 미뤄왔던 글쓰기를 마음잡고 써내려가는 오늘. 오늘의 나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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