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노래는 참 의미 있다
며칠 전,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노래 하나를 듣게 되었다. 한 걸그룹의 노래였는데 데뷔 앨범에 들어있는 수록곡이었다. 사실 그 앨범의 타이틀곡은 별로 내 취향은 아니라서 그저 음악이 흘러나오면 듣는 정도였다. 나는 지금 이 수록곡을 꽤 자주 듣고 있는 중이다. 꽂히는 곡은 한곡 재생으로 틀어놓고 듣는 성격이라 동생에게 '오빠랑 같이 살면 지치겠다'라는 핀잔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가장 많이 들었던 타이틀곡보다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들어본 적 없었던 노래가 더 좋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이와 같지 않을까 라는.
앨범이 발매가 되면 보통 타이틀곡을 제외한 나머지 수록곡들은 음원차트에서 사라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 타이틀곡, 그 하나이다. 그리고 가수에게 느끼는 이미지도 그 하나뿐. 가수는 앨범을 만들 때, 타이틀곡 하나에만 혼신의 힘을 다 하진 않을 것이다. 다양한 색깔을 담으려 하고 그의 생각의 의미들을 앨범 전체에 차곡차곡 담아낼 것이다. 그러나 보통은 가장 잘 보이는 것이 그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다.
사람도 이와 비슷하다. 한 사람에게는 정말 다양한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잘 보이는 이미지가 그 사람의 전부가 된다. 그리고 그 사람도 가장 잘 보이는 '타이틀곡'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잘 만든 '수록곡'들을 보지 못한다. 종종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타이틀곡'을 보면서 내 자신이 노래를 잘 만들지 못한 탓이라고 자책도 한다. 차트의 순위가 곧 노래의 퀄리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오류인 셈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혹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고 해서 꼭 그것이 잘 만들어진 노래라거나 성의 없이 만들어진 노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언젠가 가요계가 평가의 기준이 산업으로...
차트 중심으로 되다 보니까...
거기에 없으면 안 좋은 노래처럼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그게 최근 몇 년에 심해진 것 같아요...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음악은 누군가에게 진짜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언어거든요...
루나도 음악을 할 때 왜 내가 힘들지, 불행하지라고 이야기했는데
그거를 찾는 과정이 진짜 힘들어요...
근데 그것에 대해서 의문부호가 딱 생겼다는 것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거에요.
그때부터는 약간 한 바퀴 길을 잃기도 해요.
근데 잘 하는 것 처럼 돌아오기만 하면 돼요."
몇 주전, f(x)의 멤버 루나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자신의 곡이 마음에 들었는데 이 곡을 과연 대중분들이 좋아해주실까 라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그녀의 고백에 유희열은 진심 어린 위로를 해주었다.
그 말이 정답인 것 같다. 차트에 이름이 없다고, 내가 들어보지 못한 노래라고 안 좋은 노래가 아니듯이 사람도 겪어보지 못했다고, 내가 보지 못했던 모습이라고 안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우리 모두는 각자의 타이틀곡을 모두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타이틀곡은 차트 상위권에 진입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또 다른 누군가는 차트에 오르지 못한 자신의 노래를 보며 자책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노래들은 사실 차트가 별 의미 없다.
타이틀곡은 당신의 전부가 아니며 당신의 노래들중에서 성의 없이 만들어진 노래는 절대 없다.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다. 당신의 타이틀곡만 들어본 사람부터, 아예 당신의 노래를 모르는 사람, 오며가며 당신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 한번씩 들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신의 경쾌한 타이틀곡보다 잔잔한 수록곡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신의 수록곡이 타이틀곡보다 좋다며 안타까워하는 사람 또한 있을 것이다. 만일 안타까워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은 당신의 진정한 팬이니까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