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콜레스테롤 블루스

by 준혜이

지난 주 금요일에 남편은 신체검사를 받았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하고 일 년만에 받는 검사였다. 검사 결과는 빨갰다. 피검사로 알 수 있는 거의 모든 수치들이 정상이 아니었다.


남편에게 검사결과를 듣고 나는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점심으로 샐러드를 사먹었다는 남편이 그저 불쌍했다. 먹는 즐거움을 이제 남편 스스로 제한해야 하는 것이다.


남편은 바쁘게 회사 일을 하면서 스스로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자아실현을 하고 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대출받은 대학원 학자금을 갚고 나와 두 아이들을 불편함없이 살게 한다. 몸 속에 콜레스테롤까지 성실하게 쌓아가면서 말이다. 나에게 남편의 콜레스테롤을 나누어고 싶은 마음과 남편이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서 아무 걱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공존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언제라도 맞벌이를 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는 마음도 다.


돈이 필요하다. 나 혼자 나만을 책임지고 살아야한다면 살면서 필요한 돈의 한도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 아이를 어른으로 자라게 돕는 엄마의 입장에 서면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만큼 속물적이고 탐욕스럽다. 남편 역시 목숨이 위태롭다는 얘기를 듣지 않는 이상 아침에 겨우 깨어나 운동을 하고 풀을 씹어 먹으며 지금의 생활을 이어나갈 것이 분명하다.


토마토, 아몬드, 블루베리를 남편에게 먹으라고 주고 앞으로 일 년 안에 너의 몸이 바로 잡히지 않으면 내가 대신 사표를 쓰겠다고 했다. 지금 당장 회사를 옮기라고 할 만한 용기가 없어서 그랬다. 온 세상이 남편을 착취한다.


몸에 좋은 먹거리들마저 가격으로 우리를 배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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