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과일 쇼핑 테라피

by 준혜이

아침 저녁 찬바람이 다가올 겨울을 예고하고 나는 인터넷으로 겨울코트 검색을 한다. 내 마음에 드는 옷은 비싸고 그럭저럭 괜찮은 코트는 사고나면 후회할 것 같다. 올해도 새 코트 장만은 글렀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눈요기만 했더니 밥을 먹다만 기분이다. 그래서 집 근처 식료품점으로 장을 보러 간다.


남동생이랑 몬트리올에서 둘이 유학생활을 할 때 나는 가끔 동생에게 화를 냈다. 아주 사소한 이유였겠지만 그 때는 심각했다. 동생은 내가 뭐라고하면 묵묵히 듣기만 하고 그 어떤 말로도 되받아치지 않았다. 등 돌리고 컴퓨터 모니터에 집중하는 동생을 뒤로 하고 나는 결투신청을 거절당한 무사의 모습으로 식료품점 장을 보러 갔다. 그리고 예쁘고 비싸서 평소에 잘 사지 않는 과일을 잔뜩 사서 동생 몰래 혼자 먹었다.


오늘은 겨울코트 대신 포멜로를 하나 사서 둘째와 나누어 먹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거나, 눈을 세게 질끈 감았다 뜨는 것만으로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밖에서 구하는 위로의 효력이 그리 길지 않다는 걸 잘 알면서도 나는 포멜로의 겉껍질, 속껍질을 열심히 까서 달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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