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카네기홀

유모차로 NYC

by 준혜이

뉴욕은 문화 생활하기에 정말 좋은 도시다. 2주전 주말, 우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카네기홀에서 무료 공연을 관람했다.


http://www.carnegiehall.org/FamilyWeekends/



카네기홀 곳곳에서 악기 연주자들이 자신의 악기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었다. 딸아이는 이 날 첼로를 처음 보았다. 나와 남편은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없다. 어렸을 때 나는 피아노를, 남편은 바이올린을 배우긴 했지만 둘 다 음악적 재능이나 끈기가 없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우리의 음악적 실패가 아이들을 음악에 무관심하게 만들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


다른 엄마아빠들은 공연이 거의 끝나갈 무렵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과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었지만 우리는 수줍어서 그럴 수 없었다.


오페라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공연자가 노래로 불러주었다. 이 공연과 시간이 겹치는 다른 공연이 있는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어른과 아이들이 하나 둘 빠져나갔다. 나중에는 겨우 열 댓명이 남아있었다.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예의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사람들이 몰려간 공연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해서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공연 중간에 들어가는 실례는 하고 싶지 않아서 카네기홀 밖으로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나면 내가 아주 좋은 사람이 된 기분이다.


쌀국수를 먹으면서 남편이 유명한 오케스트라 단원 평균 연봉이 얼마나 될 것 같냐고 나에게 물었다. 숫자에 약한 나는 머릿속으로 유명한 오케스트라 단원, 가난한 예술가로 계산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가장 큰 숫자를 이야기했다. 남편은 나를 비웃으며 내 대답보다 몇 배나 더 큰 수를 말했다. 그 큰 숫자는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해주었다. 숫자는 동정심없이 불필요한 이야기까지 늘어놓는다.


아이들이 잠든 사이에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갓 만든 도넛도 사 먹었다. 가정의 평화는 수면과 설탕이 지킨다.

준혜이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354
매거진의 이전글과일 쇼핑 테라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