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딸아이 태권도장에서 수업 대신 할로윈 파티가 열렸다.
딸아이는 백설공주, 둘째는 티거가 되었다. 티거옷은 딸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매년 할로윈에 입었던 옷이다. 잘 보관한 딸아이의 장난감이나 옷을 둘째에게 주고, 입힐 때면 내가 딸아이를 키우는 내내 둘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신나보였다. 평상복 차림의 나와 남편은 내년에는 뭐라도 사서 입고 오자고 했다. 작년에 딸아이가 할로윈 코스튬과 장식에 크게 관심을 보인 걸 나는 무심하게 잊고 말았다.
딸아이는 사범님들이 나누어 준 봉지에 초코렛이랑 사탕을 가득 주워담았다. 누가 앉은 자리에서 사탕을 까먹고 그 껍질을 바닥에 버려서 사범님들이 호통을 칠 때 나는 앞으로 딸아이가 갈 수 있는 세상의 모든 파티가 태권도장에서 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딸아이는 3-5살 코스튬 심사에서 1등을 했다. 파티에 모인 사람들의 박수소리로 심사했으니 나의 박수와 환호가 밖으로 나를 끌어내고 싶을 정도였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백설공주는 엘사를 물리쳤다. 어른 코스튬은 누가 이겼는지 모르겠다. 나는 스모선수를 열렬하게 응원했다.
내가 엄마가 아니었을 때는 하루를 즐겁게 보낼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시시했다. 힘들고 괴롭게 보낸 날들만이 나중에 내가 큰일을 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착각했다. 우리가 즐겁게 보내는 하루하루가 큰일날 일을 만들지 않는다는 걸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아이를 낳고 내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걸 내년 할로윈에는 미친년 분장으로 세상에 알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