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키 할로윈

by 준혜이

우리는 각자 어린 시절의 빈틈을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채워나간다. 우리의 부모님이 우리를 제대로 된 어른으로, 사람으로 기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으로 서로를 닳게 하고,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것까지도 안다.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자꾸 하키장에 가고 싶어한다. 나는 아직 걷지도 못하는 둘째를 하키장을 서성이며 돌보는 게 힘들어서 참다못해 남편에게 짜증을 내며 물었다. 어렸을 때 하키 보러가고 싶었는데 못보러 다녀서 이러는 거냐고. 17살에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 온 시아버지와 캐나다에서 태어난 남편 사이에 놓인 차이를 내가 모를 리 없다.


딸아이는 하키를 보러 간다고 하면 즐거워한다. 내 생각에는 하키장에서 먹는 팝콘이나 아이스크림 덕분인 것 같은데 남편은 딸아이를 뉴저지 하키팀 팬클럽에 가입시켰다.


내 어린 시절의 구멍을 나는 이제 숨 막히게 틀어막고 있다. 하지만 나의 엄마가 회사에서 야근하던 수많은 밤들이 내가 이 먼 곳에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하루종일 지키며 살 수 있게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딸은 나처럼 살게 하지 않겠어',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하던 우리의 비밀스러운 소원이 지금은 이루어진 상태다.


할로윈이 아니어도 단 것 좋아하는 나 때문에 우리집에는 초코렛이 늘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초코렛을 나눠주는 딸아이의 인심이 후하다.


나중에 딸아이가 늙은 나를 보면서 자신과 같은 여자,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엄마는 외계인이라고 결론지었으면 좋겠다. 나는 딸아이의 어린 시절에 빈틈이나 구멍이 아닌 우주를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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