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딸아이가 혼자 노는 저녁 시간에 나는 둘째를 재우고, 둘째가 잠이 들면 딸아이를 불러다 동화책을 읽어주고 같이 잠을 잤다.
어느 날 부턴가 둘째가 딸아이 없이 잠을 자려고 하지 않는다. 둘째는 졸려서 어쩔 줄 모르면서도 닫힌 방문을 두드리며 누나를 부른다. 그래서 이제 둘째는 평소 자던 시간보다 늦게, 딸아이는 빨리 자게 되었다.
한 침대에 셋이 누워 둘째는 모유를 먹고 딸아이는 침낭 속에서 꿈틀대고 나는 양팔을 높이 뻗어 동화책을 들고 읽어준다. 아이들을 재울 때는 하루치 이상의 체력과 정신력이 소모된다.
아이들이 모두 잠들기까지 거의 매일밤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둘째가 막 잠이 들면 딸아이가 화장실에 다녀와서 자던 애를 깨우고, 딸아이가 잠들었나 싶어 내가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하면 딸아이는 '엄마, 어디가' 하면서 끝도 없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가 덜 피곤한 날에는 아이들이 즐겁게 웃다가 잠들고 내가 일찍 지쳐버린 날이면 둘 중에 하나가 대성통곡을 하다가 잠이 든다. 일관성 있는 육아는 엄마의 현명한 체력분배에 있다는 걸 알지만 나에게도 가끔 늦게까지 깨어서 딴짓을 하고 싶은 밤이 있다.
어제는 딸아이가 밤에 안자고 아침에 자면 어떻게 되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렇게되면 우리가 영영 만날 수 없게 된다고 대답했다. 서로의 자는 모습만 보면서 살고 싶지 않으면 지금 빨리 눈을 감고, 입을 닫고, 귀를 막고 잠들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런 이야기까지 하면서 아이를 재워야 하는건 내가 딸아이와 너무 오래 한 침대에서 자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다. 아이를 이해하고 짜증나는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서 나 스스로를 탓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짓은 이제 그만하기로 한다.
잠든 둘째의 숨소리를 스물까지 세어 본 뒤에야 내 손에서 스마트 폰이, 딸아이 두 손에서는 아이패드가 번쩍 눈을 뜬다. 평화로운 21세기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