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by 준혜이

둘째가 왼쪽 발목을 다쳤다. 자신의 놀이를 방해하는 둘째를 딸아이가 안아서 옮기다가 넘어진 것 같다. 저녁을 먹고 있던 나와 남편이 고개를 돌렸을 때 딸아이 밑에 깔려 둘째가 울고 있었다. 이건 우리가 집에서 흔히 보는 모습인데 둘째의 울음이 평소보다 길다. 둘째를 일으켜세웠더니 왼쪽발을 바닥에 내려놓지 않는다. 일요일 밤 8시, 우리는 허겁지겁 응급실로 달려갔다.


너 때문에 동생이 다쳤잖아! 라고 딸아이를 다그치지 않았지만 딸아이는 남편과 내가 신경질적으로 변해있다는 걸 안다. 그걸 알면서도 딸아이는 병원에 가는 동안에, 병원에서 대기하는 동안에도 까불고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나는 딸아이에게 얌전히, 조용히 있자고 여러번 짜증스럽게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남편은 모든 걸 포기한 듯 딸아이와 재미있게 놀아주기 시작했다. 나는 둘째를 안고 대기실에서 나와 병원 복도를 서성이다가 아픈 여자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둘째가 엑스레이를 찍을 때 나는 둘째의 팔을 잡고 남편은 다리를 잡고 있었다. 엑스레이실에 들어올 수 없는 딸아이는 응급실 간호사와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있었다.


젊은 동양 남자 소아과 의사는 멋있다. 둘째 다리는 부러진 것도 심하게 금이 간 것도 아니라고 했지만 왼쪽 발목에 이상이 있긴 하다고 했다. 의사가 둘째 왼쪽 다리에 붕대를 단단히 감아주면서 정형외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때까지 조심하라고 했다.


둘째는 Torus fracture 진단을 받았다. 아이들에게 잘 나타나는 골절 증상, 뼈의 한쪽면의 골절, 엑스레이상으로는 완전한 골절이 아닌 뼈의 작은 돌출로 나타난다. 의사의 말을 들을 때는 별로 심각한 일 같지 않았는데 나는 진단서를 읽는 내내 아프게 인상을 찌푸렸다.


나와 남편은 어렸을 때 지금 우리의 딸처럼 동생을 다치게 한 적이 있다. 우리 둘 다 동생들이 우리 뒤를 따라들어오거나 말거나 현관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남편 동생의 손가락에는 그 흉터가 아직 남아있고 내 동생의 발가락에도 내가 만든 흉터가 있다. 남편은 그 때 부모님에게 혼난 기억이 나쁘기 때문에 딸아이에게 화가 났지만 크게 혼내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실수로 그런 걸 혼내봐야 소용없다고 남편 에게 말했다. 하지만 둘째가 다친 걸 알고나서부터 딸아이를 냉정하게 대했으므로 나는 딸아이를 혼낸 거나 다름없다.


응급실에서 두시간 반을 보내고 녹초가 된 우리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먹다만 저녁을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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