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Night Southern Caribbean Cruise, 짐싸기
곧 있으면 둘째의 첫번째 생일이다. 첫째 아이로 돌잔치를 경험해 본 우리는 둘째의 돌은 첫째때와 다르게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우리는 시부모님과 함께 크루즈 여행을 하기로 했다. 크루즈 선착장이 있는 플로리다로 우리는 뉴욕에서, 시부모님은 오타와에서 비행기를 타고 간다. 뉴저지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는 플로리다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비용에 플로리다로 가는 비행기표값을 더한 것보다 비쌌다. 4살 된 딸아이와 이제 막 1살이 되려고 하는 둘째도 어른과 같은 비용을 지불했다. 우리가 여행하는 날짜가 추수감사절과 겹쳐서 그렇다. 크루즈 라인마다 다르지만 보통 2살 이전의 아이는 무료이거나 가격을 할인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여행사에 크루즈 비용을 먼저 결제한 뒤 우리가 원하는 방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예약하고 남은 방을 배정받아서 크루즈 비용을 조금 아꼈다. 엔진 옆에 있는 방을 배정받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남편은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출장을 떠났다. 주말동안 같이 여행가방을 싸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여행짐싸기는 오롯이 나의 몫이 되어있다. 나는 우리집에서 불평불만이 많은 순서대로 짐을 싸기 시작한다. 남편, 딸, 둘째, 나. 원래는 여행 떠나기 이틀 전 쯤 짐을 싸려고 했는데 시어머님이 오타와에 있는 아이들 장난감, 아이들이 여행 중에 먹을 음식에 대해서 카톡으로 물어오시는 통에 내 마음이 다급해져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나는 없으면 없는대로 불편하게 지내는 게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할머니가 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잠깐동안 늙은 여자가 되어보려고 노력했다.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나처럼 누군가의 직접적인 간섭없이 사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친정은 한국에 있고, 시댁은 캐나다에, 미국에서 남편과는 주말부부로 살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이 나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간섭은 화장실에 쫓아들어오는 것 뿐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재미있지 않고, 할 일이 있으면 어느 누구의 조언없이 혼자 해내고싶다. 주로 나의 가족이 나를 재미없게 하고 혼자이고 싶게 한다. 이런 내가 스스로도 문제가 있어보여서 나는 사소한 일에 대범해지로 마음 먹어본다. 문제는 나의 일상이 온통 사소한 일의 연속이라는 것. 내가 빠뜨린 아이들의 여행짐이 시어머님의 가방에서 나오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꼼꼼하게 짐을 챙긴다.
딸아이는 크루즈 어린이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둘째는 시부모님한테 맡기고 배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나를 상상한다. 못난 내 마음이 부끄럽다. 내 인생에 처음으로 은희경을 선물한 친구가 요즘은 무슨 책을 읽어도 '팔자 좋은 소리 하고 있네' 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이제 겨우 책 읽을 시간이 생긴 내 팔자가 좋아졌다고 기뻐했다. 원피스 하나를 빼고 그 친구가 읽어보라 권해준 책 한 권을 가방 속에 넣었다.
우리집에서 불평불만을 말하지 않고 가장 많이 보여주는 건 내가 아닐까. 아무도 감히 나한테 얘기해주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