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아랫집 여자들이 우리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우리가 여행에서 돌아온 지 꼭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딸아이는 방바닥에 깔아놓은 이불에서 앞구르기를 하고 있었다. 둘째는 머리를 이불에 대고 딸아이를 흉내냈다.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나에게 제발 좀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는 여자의 목소리는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저 일상을 살고 있는 것 뿐이고 문제는 이 아파트 자체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 얘기를 가로막으며 여자는 이건 우리집 식구들이 만드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들은 우리집의 모든 소리를 듣고 있고 이제 참을만큼 참았다고 애원하는 것처럼 굴었지만 예의는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의 스케줄에 맞춰 살 수 없는데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는 우리집 아이들 때문에 늦잠을 방해받는다고도 했다.
무슨 일인지 파악이 되지 않은 딸아이는 집에 반가운 손님이 온 줄 알았는지 하하거리며 큰소리로 웃었다. 둘째는 내 발 밑에서 장난감을 바닥에 던지면서 놀았다. 아이들과 아랫집 여자들 사이에서 나는 조용했다.
지난 번 공항에서 택시기사와 큰소리내며 싸우고 있는 나를 울면서 붙잡던 딸아이 생각이 나서 이번에 나는 이성을 잃지 않기로 했다. 아랫집 여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는 현관문을 소리나지 않게 닫았다. 아파트 사무실에서 아랫집 여자들한테 우리집에 직접가서 얘기하라고 했다니 아파트 측에서 층간소음 문제에 관여할 리 없어 보인다.
출장 중인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조금 울먹이자 남편은 그 여자들을 향해 노발대발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그 바람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어 남편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아랫집 신경 쓸 시간에 아이들이랑 재미있게 놀 계획을 짜야겠다고 했다. 이제야 사태파악이 된 딸아이가 씩씩거리며 아랫집 여자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하고 여자들이 다시 나타나면 자기가 소리를 지르고 싸우겠다고 했다. 나는 부엌에 있는 공책을 펼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아랫집 여자들을 향해 웃으며 적어내려갔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조용히 노는 법을 가르치면 아이들이 잘 따를 거라고 생각하는 아랫집 여자들은 나중에 엄마가 되면 자신들이 얼마나 멍청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자는 동안 나는 층간소음에 대해 구글검색을 했다. 이사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었다. 아랫집 여자들의 항의는 6월, 9월, 12월, 3개월마다 한 번씩이었으니까 우리가 이사 나갈 수 있는 날까지 두 번정도 남은 여자들의 항의를 대비하고 살아야겠다.
아랫집 여자들도 우리집에 찾아와 항의해봤자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한밤중에 떠드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집에서만이라도 자신이 원하는대로 통제할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있는 아랫집 여자들이 부러워졌다. 다 큰 어른이면서 윗집 애엄마한테 주말에 늦잠 좀 자게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고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도 한 번 살아보고 싶다.
나는 이번 주말부터 아침마다 청소기를 돌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