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출장 간 남편이 돌아왔다. 아랫집에 화가 난 남편이 한밤중에 우당탕거리며 집에 들어올까봐 나는 자는 애들 깨우지 말고 조용히 들어오라고 대낮부터 남편에게 카톡을 보내 놓았다.
밤 11시 30분이 넘은 시간, 현관문이 열리고 남편이 점프를 해서 집 안으로 착지했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남편은 발자국을 쿵쿵 찍으며 거실을 다섯 바퀴정도 돈 것 같다. 아이들과 방에서 자고 있던 나는 그만 하라고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다. 친구들의 위로로 겨우 되찾은 나의 평정심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조용해진 거실로 나와보니 남편은 거실 바닥에 엎드려 이메일을 쓰고 있었다. 아랫집 여자들에게는 직접 해결하라고 했던 아파트 관리인이 남편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여자들이 찾아온 게 월요일, 이메일이 온 건 화요일. 남편은 내가 신경쓸까봐 이메일 얘기를 하지 않은 거라고 했다. 아까 남편에게 소리지른 걸 사과하고 싶고, 당장 청소기를 꺼내 돌리고 싶었지만 나는 그냥 남편 옆에 같이 엎드려 노트북 모니터를 지켜보았다.
우리는 밤 12시가 넘을 때까지 이메일을 쓰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의 미래가 보이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었다. 이 아파트를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해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사 결정을 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꼭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씩 고쳐나가는, 그러다 또다시 같은 실수를 저지르면서 사는 게 지겨웠다.
우리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고, 벌금을 물지 않는다면 곧 이사나가겠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이사할 집을 찾고 이사를 하는 건 하면 된다. 딸아이의 일상에 또다시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게 견디기 어렵다.
플레이매트를 아마존에서 찾아보다가 이삿짐 늘리기 싫어서 바닥에 깔만한, 집에 있는 모든 것을 꺼내서 바닥에 펼쳤다. 집안꼴이 볼수록 정 떨어진다. 첫 눈에 반한 남자의 지독한 방구냄새를 처음 맡은 기분이 이런 걸까.
둘째는 미로찾기를 하듯 나무바닥을 찾아 기어다니면서 장난감을 던진다. 내 생각의 반대편에서만 아이들은 성장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