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아랫집에서 온 편지

층간소음

by 준혜이

애들이랑 거실에서 놀다가 자려고 방에 들어가는데 현관문 밑 틈 사이로 종이가 한 장 들어와있다. 놀라서 단숨에 읽어보니 아랫집에서 월요일 밤 12시부터 2시까지 우리집이 너무 시끄러웠다고 항의하는 편지였다.

이번이 두 번째다. 시작은 우리가 이 집에 이사 들어온 다음 날 아랫집 여자들이 관리인에게 보낸 항의 이메일이었다. 남편은 관리인의 이메일을 받고 당장 싸우러 내려갈 기세로 화를 냈다. 그 날로 우리는 바닥에 카페트와 아이들 놀이 매트를 깔고, 실내화를 샀다. 우리가 이사 들어오기 전까지 아무 소음도 듣지 않고 살았을테니 그럴만도 하겠다, 아랫집 여자들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집을 열 흘이나 비웠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시차 때문에 밤에 깨어있었던 것 뿐인데 항의편지를 받았다. 아랫집 여자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많이 참았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 집에 6월 말에 이사 들어와 7월에는 2주 동안이나 집을 떠나 있었다.

아랫집 여자들은 가구 움직이는 소리, 발걸음 소리에 대해 불평했다. 둘째 울음 소리, 딸아이가 내는 큰 웃음소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는게 이상했다. 여자들 나름의 예의였을까. 하지만 우리는 억울했다. 식탁 의자를 빼고 앉아 밥을 먹고, 아이들이 집 안을 기고 걷는, 우리가 사는 게 그들에게는 못 견딜 소음인 것이 말이다. 이건 건물 자체의 결함 탓이다.

우리는 아파트 관리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되도록이면 그 여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일을 미루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우리는 이 집에서 산다. 우리의 생활을 카페트 위에 올리고 실내화 속에 넣어도 크고 작게 소리가 날 것이다. 그렇게 또 세 번째 항의를 받게 되면 여자들에게 귀마개를 선물할 생각이다. 소리내지 않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한 그들의 보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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