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바람을 타고 세상을 휘젓는다. 나는 창문 앞에서 눈보라 구경을 한다. 바람이 눈을 입었다. 이런 날은 딸아이가 보기에도 집에 있어야겠다 싶은건지 쌓인 눈을 보고도 나가자는 말이 없다.
자동차 바퀴가 눈밭에 헛돌아 차주인과 지나가던 사람이 번갈아가며 자동차 바퀴 주변의 눈을 삽으로 퍼낸다. 이 모습을 나와 함께 창문 앞에 서서 보고 있던 남편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웃으며 한 명은 차를 밀어야지! 한다. 겨울이면 항상 눈이 많은 캐나다에서 자랐으니 남편은 눈에 처박힌 차를 얼마나 많이 구해봤을까. 캐나다 친구들이 보고 싶다. 낯설어서 도망치고 싶던 캐나다의 겨울이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지고 그 곳에서 내가 보낸 좋은 시절이 여전히 우리 사이에 있다. 다가오는 미래에 떠밀려 내가 떠올리지 않고 지낸 지난 날들이 잊혀진 건 아니었다.
다른 차가 와서 같은 자리에서 멈췄고 차주인은 트렁크에서 삽을 꺼내 눈을 퍼내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래도 삽은 있네, 하면서 크게 웃었다. 나도 따라 웃으며 차주인을 응원했다. 오늘 바깥에 나간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과 서로 도와주면서 평소와 다른 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눈을 치우던 아저씨들이 기계를 멈추고 건물을 바라보길래 나도 따라 쳐다보았더니 기계로 치운 눈이 건물벽에 다 붙어있다. 저 건물 1층에 사는 사람이 문득 창 밖을 바라보았을 때 깜짝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다른 자동차가 같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뒤따라 오던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앞 차가 길을 갈 수 있게 손을 보탠다. 겨울이 봄을 부르듯이 길을 가로막은 차는 사람들의 인정과 초능력을 꽃 피운다.
올 겨울은 지루할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