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거울 피하는 여자

Fargo 에서

by 준혜이

Fargo에 도착하기까지 공항 화장실을 몇 번이나 갔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공항 화장실 거울을 볼 때마다 내가 너무 못생겨보여서 놀란 건 기억난다. 우리집에 전신거울이 없고 전구가 공항처럼 밝지 않아 다행이다.


남편이 회사 사람들과 저녁을 먹는데 나보고 애들을 데리고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당연히 싫다고 했다. 남편은 포기를 모른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내가 너무 못생겨보여서 그런 자리에서 편히 밥을 먹을 수 없다고 말이다.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한 말인데 남편은 웃었다. 결국 나는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남편 회사사람들이랑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남편과 회사사람들은 각자의 신용카드를 한 곳에 모았다. 남편은 내 몫까지 두 장의 신용카드를 꺼내놓았다. 딸아이가 밥값을 결제할 신용카드 두 장을 뽑았는데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되지 않은 직원들의 카드를 뽑았다. 나는 모두가 웃고 있는 가운데 웃지 않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딸아이는 아이스크림까지 시켜먹었다. 남편이 평소에는 신용카드를 모아서 식당 직원에게 하나 뽑으라고 한다고 했다. 밥값 복불복은 남편이 한국 TV쇼에서 보고 따라하기 시작한 것이다.


머리를 자를까, 옷을 사입을까 나는 가족 모두가 잠든 깜깜한 호텔방에서 바쁘게 생각했다. 굴뚝 청소부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는 내가 늘 바라보고있는 아이들처럼 어리고 귀여울거라 착각하면서 살았나보다. 거울 앞에 선 나이든 이 여자는 누구지. 아이들에게 나 한 번, 거울 한 번 번갈아 보여줘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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